몽탕베르 지역 빙하동굴에서 관광객들이 눈덮인 알프스 고봉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 김형우>
몽탕베르 지역 빙하동굴에서 관광객들이 눈덮인 알프스 고봉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 김형우>

한여름에 만나는 만년설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더위를 싹 가시게 한다. 특히 빙하지대에서의 빙하동굴 탐방은 최고의 피서 테마다. 한여름 프랑스 론알프스 지역을 찾으면 이 같은 쿨바캉스를 즐길 수 있다. 만년설을 얹고 있는 유럽 최고봉 몽블랑(4810m)을 마주할 수 있는가 하면, 알프스의 중세도시 안시와 세계적인 생수 생산지 에비앙에서는 기품 있는 호반기행을 맛볼 수 있다. 프랑스 알프스 기행의 중심도시 리옹의 거리는 또 어떠한가. 과거와 현재의 절묘한 조화 속에 세계문화유산 도시의 전통과 예술혼까지 그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프랑스 알프스 기행의 중심도시는 리옹이다. 199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알프스에서 발원한 론 강과 보주(Vosges) 산자락에서 흘러나온 손 강이 합류하는 곳에 자리한 리옹은 음양의 조화가 잘 이뤄진 곳이기도 하다. 도시는 하나의 길로 연결돼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 ‘리옹’

푸르비에르 언덕 아래 구시가지로 이어지는 계단부터 골목길이 펼쳐진다. ‘트라블(Troboule)’로 불리는 좁다란 길은 건물 내부를 통과하는 지름길인데, 리옹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골목이다. 공동 청소를 조건으로 건물주들이 건물 밑에 지름길을 만들어 놓았다. 편리를 위해 머리를 맞대 이어놓은 생활루트가 지금은 명물이 돼 훌륭한 관광코스가 된 것이다.

리옹의 상징격인 푸르비에르 언덕은 맑은 날이면 알프스 고봉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리옹의 최고 전망 포인트다. 언덕에는 노트르담 드 푸르비에르 바실리크 성당이 우뚝 솟아 있다. 성당 뒤 기원전 43년에 세워진 로마시대의 원형극장이 생소하다. 로마 제국의 갈리아 식민지 수도로 번영을 누렸던 흔적이다.

트라블을 따라 현대의 도시로 나서면 신시가지의 벨쿠르 광장 인근에서 익숙한 인물상을 만나게 된다. 비행복을 입은 생텍쥐페리와 어린왕자 동상이 그것이다. 마침 리옹 가톨릭대학 바로 옆 건물이 생텍쥐페리의 생가다.

리옹 시내 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뤼미에르 기념관(뤼미에르 영화 학교)이다. 뤼미에르 형제의 발명품을 전시하고 있는 뤼미에르 고성은 영화 예술이 탄생한 곳으로 시대별 발전상을 전시하고 있다. 뤼미에르 영화 투영도법, 최초의 컬러필름, 3D 사진, 특별한 발명품과 오브제 등을 관람할 수 있다. 박물관 앞에서는 영화 예술 역사의 배경이 되는 최초의 영화도 상영한다.

리옹 인근 와이너리투어도 매력 있다. 리옹 북부에 자리한 보졸레 포도밭은 돌담이 아름다운 마을과 고성, 푸른 언덕으로 둘러싸여 멋진 풍광을 자아낸다.


알프스 몽탕베르
알프스 몽탕베르

알프스 산맥에 둘러싸인 호반 도시 ‘안시’

여름 론알프스 기행의 매력 중 하나는 호반도시 안시를 둘러보는 것이다. ‘프랑스의 베네치아’로도 불리는 안시는 스위스·이탈리아와 국경에 위치한 중세도시로, 유럽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고장 중 하나로 꼽힌다.

산과 호수 사이에 여러 운하가 형성돼 있는 중세도시는 12~15세기 양식의 건축물로 이뤄진 구시가지를 비롯해 곳곳에 전통문화를 거느리고 있다. 안시 성 아래에 있는 구시가지는 고색창연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모습들이 마치 동화 속 마을을 연상케 한다. 그중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는 역사박물관이 된 옛 감옥 ‘팔래 드 릴’이 꼽힌다. 건물이 운하 물줄기를 가르며 서 있어 야경도 아름답다.

안시는 철학자 장 자크 루소(1712~78년)가 정착했던 곳이다. 16세 이팔청춘 루소가 14세 연상녀 바렌 부인을 만나 지독한 사랑을 나누며 철학적·예술적·문학적 기반을 닦은 곳이다.

안시 인근에는 에비앙 생수 생산지로 유명한 에비앙이 있다. 호반 도시 에비앙은 멋진 풍광 속에 골프와 스파를 즐길 수 있어 더 인기다. 제네바 호수 북쪽에 위치한 에비앙 로열 리조트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리조트 중 한 곳으로 불릴 만큼 이름난 곳이다. 이곳의 유명한 미네랄워터와 매년 9월에 열리는 세계적인 골프 대회인 ‘에비앙 마스터스’로 명성이 높다.

에비앙에서는 제네바 호수 유람선 투어, 와인 시음을 곁들일 수 있는 15세기 고성 리파이유 투어, 로열 파크 에비앙에서의 카지노 게임 등 다양한 테마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에비앙에서 자동차로 25분 거리에 자리한 이부아르 중세 마을(14세기) 산책도 인기다. 오래된 어촌이기도 한 이부아르는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한 곳으로 지정됐다.

몽블랑(4810m)을 만나기 위해서는 프랑스 남동부 산악마을 샤모니를 찾아야 한다. 해발 1000m의 고산지대에 자리한 마을에서는 창문만 젖혀도 알프스의 준령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웅장한 몽블랑의 모습도 한눈에 들어온다. 케이블카와 엘리베이터를 번갈아 타고 에귀이 뒤 미디(3842m) 정상에 올라서면 거대 봉우리의 모습을 실감나게 맞닥뜨릴 수 있다.


▒ 김형우
성균관대 철학과, 관광경영학 박사, 한국관광기자협회장, 청와대관광정책자문위원, 서울시관광진흥자문위원 역임


TIP 여행정보

가는 길

프랑스 론알프스 지역은 인천~파리 구간 항공편을 이용한 후, 파리~리옹은 TGV열차(2시간 소요)를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항공편으로는 45분 소요. 리옹~안시는 기차로 2시간이 걸린다.

안시~에비앙은 자동차로 1시간 20분 소요. 제네바 공항~에비앙은 자동차로 1시간 거리. 리옹~샤모니는 자동차로 2시간 30분 소요.


여행 정보

론알프스 관광청(www.rhonealpes-tourisme.com),
리옹(www.en.lyon-france.com/Visits-and-tours),
에비앙(www.eviantourism.com),
샤모니(www.chamonix.com),
안시(www.annecytourism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