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은 미 LPGA투어 선수들 가운데서도 기본이 탄탄한 골퍼로 꼽힌다. <사진 : JNA>
최나연은 미 LPGA투어 선수들 가운데서도 기본이 탄탄한 골퍼로 꼽힌다. <사진 : JNA>

“할 수 있다!”

리우 올림픽에서 가장 극적이었던 펜싱 선수 박상영의 명장면은 마인드 컨트롤과 관련돼 있다. 그가 마지막 휴식시간에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고 혼잣말을 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은 지금도 인터넷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되뇌며 자기 최면을 걸고 나선 박상영은 남자 펜싱 에페 결승전에서 10 대 14로 뒤진 상황에서 연속 5득점해 기적 같은 역전에 성공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상영은 당시 심경을 묻는 질문에 “솔직히 말하면 ‘은메달도 잘했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올림픽 금메달을 꿈꾼다. 이런 기회를 만들었는데 금메달을 포기하기 싫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라는 말을 했는데 그 장면이 마침 카메라에 잡혔다”고 설명했다.

골프는 대표적인 ‘마음의 스포츠’다. 프로 선수 기준으로 4시간에서 4시간 30분간 한 라운드를 하는 동안 70차례 남짓 샷을 한다. 프리 샷 루틴까지 포함하더라도 실제 샷을 하는 시간은 몇십분에 지나지 않는다. 코스를 바라보면서, 다음 샷을 하기 위해 이동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라운드의 성패를 좌우한다.


최나연, 멘털트레이닝으로 불안감 떨쳐내

골프에서 멘털 트레이닝을 통해 성공한 선수를 꼽으라면 최나연이 먼저 떠오른다.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무너져 ‘새가슴’이란 오명까지 듣다 LPGA투어에서 9승을 거둔 스타 선수가 됐다.

그는 2009년 9월 삼성월드챔피언십이 열리기 직전 스웨덴 출신의 피아 닐슨과 린 매리어트라는 두 멘털 코치를 만났다. 한 라운드 54타를 치자는 뜻이 담긴 ‘비전 54’라는 이름의 골프 스쿨을 공동 설립한 인물들이다. 여자골프 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미야자토 아이(일본) 등 많은 선수들이 이들의 제자다.

최나연이 당시 이들에게 멘털 트레이닝을 받고 기록한 투어일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우승이라는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코스와 갤러리의 모습을 즐기며 모든 샷을 정성 들여 하자.’ 최나연은 선두로 3라운드를 마치고 저녁 9시부터 ‘내일 또 우승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에 1시간을 시달렸다. 최나연이 긴장돼서 잠이 안 온다고 전화를 하자 이들은 ‘아무도 우승을 컨트롤할 수는 없지만 자기 자신은 컨트롤할 수 있다’는 답을 했다. 최나연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불안할수록 “아, 저 갤러리는 파란 옷을 입었구나. 저 꽃에 노란 나비 참 예쁘네” 그렇게 눈에 띄는 것을 즐기면서 목표 지점을 바라보고 그냥 스윙을 했다.

그래도 마지막 18번 홀에서 1.2m 챔피언 퍼팅을 남겨 놓고 “떨려서 도저히 못 치겠다”고 캐디에게 하소연하기도 했다.

골프는 운동량만 따지면 가벼운 편이지만, 상황이 주는 부담감과 생각의 무게가 골퍼를 천근 만근 짓누르는 스포츠라는 걸 새삼 느끼게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라운드를 하는 실전 비법 하나를 소개한다. 최경주가 마스터스 첫 라운드 첫 홀에서 보기를 했다. 기분이 언짢아질 만한 보기다. 그런데 그는 “전체 라운드를 조심조심 신중하게 잘 치르기 위해 먹은 보약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마음먹기에 따라 보기가 보약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