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플랜트 사업으로 잘나가던 A그룹의 김 팀장은 국제 유가 하락 이후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구조조정과 인수 합병 등으로 A그룹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체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누군가는 남아야 하고 누군가는 떠나야 하는 치열한 현장에서 김 팀장은 자신이 살아남는 것은 물론 자신이 이끌고 있는 팀도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50대 중반의 김 팀장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경쟁에서 밀려본 적이 없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노력하며 살아왔다. 바쁜 와중에도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생활을 이어왔고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으로 자기계발에 힘써 왔다.


스트레스의 두 얼굴

그러나 최근 들어 몸에 이상을 느끼기 시작했다. 두통으로 머리가 무겁고 어지럽거나 속이 메슥거린다. 잠도 오지 않아 밤새 뒤척이다 일어나면 몸이 무겁다. 이런 날이 계속되다 보니 일을 해도 집중이 되지 않고 멍해지거나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몸이 이상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다.

반면 스트레스가 너무 없어도 병을 일으키거나 사람을 죽게 만들 수 있다. 아마존 열대어를 미국으로 수송했더니 모두 죽어 있었다고 한다. 해결책으로 이 열대어를 잡아먹고 사는 천적을 같은 수조에 넣고 옮겼더니 몇 마리는 잡아 먹혔지만 이전에 비해 죽은 열대어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천적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는 노력이 열대어를 생존하게 만들었던 셈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스트레스가 전혀 없으면 늘어지고 우울증에 걸리고 약해져 도태되어 병들고 만다. 과거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보다 훨씬 잘 먹고 좋은 환경에서 편안하게 살았지만 오래 살지 못했다.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변화와 긴장이 없어서 스트레스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현대인이 오래 살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스트레스가 많고 복잡한 사회를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처럼 스트레스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동일하게 힘든 상황이어도 받아들이기에 따라 나쁜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도 있고 생활의 활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스트레스가 적당히 있을 때는 아드레날린이 적당히 분비되어 혈액순환과 뇌기능이 항진되면서 활력적인 삶과 건강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심하면 아드레날린이 과다 분비되고 혈관이 수축돼 뇌의 혈액순환을 저해한다. 뇌의 혈액순환이 잘 안 되면 뇌부종이 생겨 뇌기능이 저하된다. 김 팀장이 겪고 있는 상황이 이와 같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혈액순환의 문제와 더불어 활성산소에 의한 뇌 손상과 독성 단백질을 세포 내외에 쌓이게 만든다. 물론 이로 인해 당장 머리가 나빠지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누적되면 머리가 점점 빨리 나빠지게 된다. 힘든 상황이지만 김 팀장이 슬기롭게 정신적 부담을 떨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김철수
연세대 의대 졸업, 가정의학과 전문의, 경희대 한의학과 졸업,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