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투자은행의 외환딜러인 45세 김 부장은 업무 특성상 스트레스가 심하고 수면이 일정하지 않다. 쉬는 날 충분히 자고 일어나도 잔 것 같지 않고 하루 종일 피곤하다. 커피를 많이 마시다 보니 저녁에는 잠을 이루기가 힘들고, 잠을 자더라도 깊게 잠들지 못하고 자주 깬다. 그러니 낮에는 졸리고 피곤하고 하루 종일 머리에 안개가 낀 듯 무겁고 업무 능력도 떨어진다.

올겨울에는 평소에는 잘 걸리지 않던 감기에 자주 걸려 내복을 챙겨 입고 다닌다. 입맛도 떨어지고 소화도 잘 안되다 보니 속이 메슥거려 짭짤한 것을 좋아하는 식성으로 바뀌었다. 저녁 때가 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진땀도 나는 저혈당 증세가 나타난다. 별것 아닌 일에도 자주 화가 난다. 성욕은 사라진 지 오래다.

김 부장이 최근 병원에서 받은 진단명은 ‘부신기능실조증’이다. 부신기능실조증은 부신(副腎·좌우의 콩팥 위에 있는 내분비샘)의 기능이 뚜렷하게 나빠진 상태를 뜻한다. 만성피로증후군과 원인과 증상이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병이다. 만성피로증후군은 피로의 원인 질병이 뚜렷하지 않고 여러가지 기능 저하가 합쳐져 나타난다. 부신기능실조증은 초기에는 만성피로증후군이나 우울증 또는 갑상선기능저하증과 구별이 잘 안 된다. 일반적인 혈액검사로는 진단이 되지 않아 오진이 나올 때도 많다. 부신 기능이 떨어지는 주된 원인은 스트레스와 과로다.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가 심하면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해 에너지 생산을 늘려야 하는데, 부신에서 만들어지는 코티솔이 이를 일차적으로 담당한다. 인슐린을 늘리고 세포 내부로 포도당이 많이 들어가게 만들어 에너지 생산을 늘린다. 늘어난 에너지는 자율신경계·면역계·내분비계의 기능을 강화하여 스트레스를 이겨낸다.


부신 기능 회복에 사골·해초·버섯 좋아

초기에는 늘어난 에너지 덕분에 오히려 활력이 충만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될 경우다. 코티솔 과잉 생산으로 코티솔 생산 재료가 부족해지고, 신체는 코티솔을 대신할 호르몬으로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카테콜아민을 생산한다. 카테콜아민은 교감신경이 흥분했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카테콜아민 분비로 교감신경이 한껏 흥분한 상태를 속된 말로 ‘용을 쓰는 상태’라고 한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코티솔뿐만 아니라 카테콜아민까지 부족해지고 신체는 탈진에 이르고, 상태가 더 악화되면 심장과 혈관이 망가지면서 과로사에 이를 수 있다.

부신기능실조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과 수면이 필수적이다. 때 맞춰 잘 먹고 스트레스를 풀고 스트레스의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명상이나 복식호흡도 도움이 된다. 병이 진행되면 소화 기능이 쉽게 약해지므로 음식을 가려서 먹어야 하고, 커피나 카페인이 든 음료나 탄산수 그리고 당분을 줄여야 한다.

음식으로는 당분이 적은 과일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와 곡류가 좋다. 부신이 약해지면 수액과 전해질이 부족해지므로 소금이나 간장을 조금 넣은 물을 충분히 자주 마셔야 한다. 사골·해조·해초·버섯·인삼·황기·감초·잔대·마·산수유·지황·알로에·발효식품 등이 회복에 좋다.


▒ 김철수
연세대 의대 졸업, 가정의학과 전문의, 경희대 한의학과 졸업,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