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세 직장인 김예민 이사는 요즘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고생하고 있다. 성격은 예민해졌고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속이 불편하고 설사를 한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음식이 맞지 않으면 탈이 나는 것이다. 맥주는 물론 찬 음식을 먹으면 화장실로 직행한다. 밀가루나 건어물, 유제품도 소화가 힘들다. 속만 아픈 게 아니라 머리도 자주 아프고 선잠을 잘 때가 많다.

뇌와 장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속이 좋지 않으면 짜증이 나고 멍해지거나 졸리고 머리가 무겁거나 아프고 기분도 우울해지기 일쑤다. 스트레스로 뇌가 자극을 받으면 장도 불편해진다. 반대로 장이 불편하면 뇌가 스트레스를 받아 신경정신적 문제를 일으킨다.


심한 위장질환은 우울증·파킨슨병 원인

뇌의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은 장 운동과 생리에 변화를 일으키며, 장 환경을 바꾼다. 장 환경에 맞는 미생물은 번식하고 그렇지 못한 미생물은 약해진다. 장 내 미생물은 유해균과 유익균으로 나뉜다. 유익균이 만들어낸 면역 연관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은 뇌와 몸을 편안하게 만들고 정상적인 생리를 유지하게 도와준다.

반대로 스트레스 등으로 나쁜 정보가 전달된 장에서는 유해균이 번식해 면역 물질이 부족해지고 뇌 또한 스트레스를 받는 악순환이 이뤄진다.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소화 장애, 위궤양, 과민성대장증후군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위장이 나빠지면 뇌에도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위장질환은 두통을 비롯해 심하면 정신분열증, 조울증, 우울증, 자폐증, 치매, 파킨슨병 같은 각종 신경정신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소화기의 중요성을 오래전부터 강조해왔다. ‘비(소화기)는 기(에너지)의 근본’이라는 뜻의 ‘비자기지근본(脾者氣之根本)’이 그것이다. 소화기가 좋아야 기가 생기고 기가 뇌와 신체활동의 에너지가 된다는 의미다. 한의학에 의하면 신체가 정상 기능을 발휘하면 혈액순환이 잘되고, 혈액순환이 잘되면 소화기와 신체의 기가 잘 도는 선순환 고리를 이루게 된다. 기의 순환을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방해하면 기가 체하여 기체가 된다. 기체는 만병의 근원이다.

김 이사는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주변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키워야 한다. 복식호흡, 명상과 같은 호흡법은 물론 등산, 조깅 같은 땀을 흘리는 운동이 도움이 된다. 위장을 자극해 배탈을 일으키는 음식은 철저히 가려야 한다. 맥주, 찬 음식, 유제품, 건오징어, 땅콩, 조개, 갑각류와 같은 음식은 피하는 게 좋다. 풋과일과 익히지 않은 채소도 좋지 않다. 따뜻한 음식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곡류가 좋다. 식이섬유는 장 내 유익 미생물 번식의 터전을 제공하므로 도움이 된다.


▒ 김철수
연세대 의대 졸업, 가정의학과 전문의, 경희대 한의학과 졸업,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