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울화(가명) 대표는 얼마 전 박 부사장에게 사소한 일로 욕설을 퍼부었다. 박 부사장이 고등학교 동창이라 자신을 이해하고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말이 과했던 탓인지 그럴 때마다 웃고 지나갔던 박 부사장이 얼굴을 붉히더니 사직서를 냈다.

김 대표는 냉철하고 공사 구별이 분명하고 상대를 존중했던 과거의 모습은 사라지고 앞뒤 살피지 않고 화부터 내는 자신의 모습이 꼭 괴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화조차 내지 못하면 미쳐버릴 것만 같다. 이미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신체 증상이 생기는 과정을 한의학에서는 ‘기(氣)의 분화(分化)’라고 한다. 스트레스의 한의학 용어는 기가 체한 상태인 기체(氣滯)라 할 수 있다. 기가 분화되는 과정을 보면, 기체가 심해져 습(濕)이 생기고 습은 담(痰)을, 담은 열(熱)을 유발하며 열은 풍(風)을 일으킨다.


달지 않은 과일, 신선 채소가 좋아

스트레스가 심하면 피가 잘 돌지 못해 부종, 즉 습이 생기고 머리나 몸이 무거워진다. 부종이 오래돼 독소나 염증 같은 물질로 바뀌게 되는 것을 담이라 한다. 우리 몸이 만성 스트레스를 만성 염증으로 인식하고 각종 비정상적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담이다.

담에 의한 증상은 다양하다. 편두통, 신경섬유통, 류머티즘성 관절염, 천식, 알레르기, 위궤양, 니글거리거나 어지러운 증상 등 다양한 면역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담을 없애려는 염증 반응으로 몸에 열감이 생기거나 신경이 민감해지는 것을 열이라 한다. 여기저기 아프거나 목이 마르고 열 받기 쉬우며 얼굴이 달아오르거나 가슴이 뛰거나 잠을 이루기 어렵다.

열이 심해지면 풍을 발생시키는데, 이때의 풍은 뇌졸중 같은 진짜 중풍인 진중풍이 아니라 중풍과 유사한 신경학적인 발작이나 감정의 폭발이 일어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유중풍이라 한다.

오늘 김 대표는 유중풍 증상을 보인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고 진행되면 유중풍이 진중풍이 되거나 뇌세포가 많이 손상될 수 있다. 화를 내면 전두엽의 충동 억제 기능이 손상되기 쉽고 성격이 바뀌거나 전두엽 치매로 가기 쉽다. 보통 저혈당이 있으면 화를 잘 내게 된다. 화를 내고 나면 일시적으로 혈당이 올라가고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전두엽의 기능도 혈당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김 대표의 고통은 회사가 잘 돌아가면 금방이라도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으므로 김 대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피곤해도 카페인이나 각성제에 의존하면 안 된다. 당 지수가 높은 음식, 밀가루·음료수, 달콤한 과일, 엿·꿀·설탕 등을 자제해야 한다. 인스턴트 식품이나 염장 식품은 칼륨이 많아 쉽게 흥분할 수 있다. 달지 않은 과일과 신선한 채소류가 좋고 국화차·죽엽차·연잎차 같은,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차도 도움 된다.


▒ 김철수
연세대 의대 졸업, 가정의학과 전문의, 경희대 한의학과 졸업,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