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화제가 된 펑리위안의 선명한 파란색 실크 치파오. <사진 : 블룸버그>
지난해 9월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화제가 된 펑리위안의 선명한 파란색 실크 치파오. <사진 : 블룸버그>

지난해 9월 ‘2016 G20 정상회의’가 개최됐던 중국 항저우(杭州). 중국의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彭麗媛)이 눈부시게 새파란 중국 전통의상 치파오를 입고 등장하자 카메라 플래시가 폭죽처럼 터졌다. 언제나 그렇듯 카메라는 시진핑(習近平) 주석보다 아름답고 우아하며 당당한 펑리위안에게 집중됐다. 실시간으로 전송된 그녀의 사진과 함께 세계 언론은 ‘펑리위안은 중국 전통 치파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다시 한 번 중국 문화의 품위를 올렸다’는 갈채를 보냈다. 펑리위안은 국가 주석의 부인으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으로 중국과 전 세계에 놀라운 영향력을 끼치는 최초의 퍼스트레이디다.


‘펑리위안 패션’ 온라인 인기 검색어

펑리위안 이전 중국의 퍼스트레이디들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의 유명 가수로 대중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펑리위안은 다른 선택을 했다. 우아하고 품위 넘치는 스타일과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시진핑 주석의 대중적 인기를 올리고, 더 나아가 중국을 세계에 빛냈다.

그 시작은 2013년 3월 러시아와 아프리카 3개국 해외 순방부터라 할 수 있다.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한 펑리위안의 의상은 단번에 세계 언론과 패션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짙은 남색 트렌치코트 안으로 하늘색 실크 스카프를 두르고 검정 토트백(tote bag·짧은 손잡이의 손으로 드는 백)을 들고 있는 펑리위안의 세련된 스타일은 중국 정부의 기존 이미지를 부드럽고 개방적인 이미지로 순화시킬 만큼 매력적이었다.

이날 펑리위안이 일으킨 긍정적 효과는 정치·외교적인 것만이 아니었다. ‘타오바오’ ‘이취’ ‘파이파이’ 등 중국의 대표 온라인 구매 사이트와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에 ‘펑리위안 패션’이 인기 검색어로 떠올랐다. 동시에 펑리위안의 남색 트렌치코트와 검정 토트백이 중국 로컬 브랜드 ‘리와이(EXCEPTION de MIXMIND)’ 제품임이 알려지며, 순식간에 완판됐다. 또한 ‘펑리위안 스타일’이란 타이틀로 판매되는 유사한 디자인의 트렌치코트와 검정 백까지 모두 품절되는 ‘펑리위안 신드롬’이 펼쳐졌다. 퍼스트레이디로서 중국 최초의 ‘완판녀’가 탄생한 기념비적 순간이었다.

‘리와이’는 ‘중국 10대 패션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여성 디자이너 마커와 그의 전남편 마오지홍이 설립한 브랜드다. 타오바오의 통계에 따르면, ‘리와이’ 브랜드 검색지수는 10배 이상 상승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디자이너 마커는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는 중국 대표 디자이너로 급부상했다. 전 미국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가 신인 디자이너 제이슨 우의 드레스를 선택해, 일약 스타 디자이너로 성장시킨 것만큼 놀라운 영향력이다.

모스크바 순방을 끝내고 아프리카 3개국을 방문하는 동안에도 ‘펑리위안 패션’은 변함없이 패션 인기 검색어를 차지했다. 아프리카 탄자니아 공항에선 중국 전통 치파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새하얀 실크 자카드(실로 무늬를 짜낸 원단) 슈트와 하늘색 스카프, 중국을 상징하는 컬러인 금빛 구두로 우아함을 빛냈고, 중국 국기 컬러인 붉은 스카프로 포인트를 주는 등 방문 목적에 잘 조화되는 ‘차이니즈 모티브’를 적재적소에 스타일링해 찬사를 받았다.

그렇게 중국 대륙과 세계를 사로잡은 펑리위안 스타일의 첫번째 키워드는 ‘차이니즈 모티브’다. 펑리위안은 주요 공식 석상에서 중국 전통 치파오에서 영감을 얻은 현대적 슈트와 드레스, 섬세한 중국 자수 장식의 의상을 즐겨 입는다. 실크와 자카드, 차이니즈 블루, 레드, 골드 등 소재와 컬러까지 가장 중국적인 것을 담아내는 펑리위안의 섬세한 안목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이 모든 ‘차이니즈 모티브’들은 중국이 유서 깊은 문화·역사에 뿌리를 두고 현대 문화를 꽃피운 대국임을 전파하는 ‘소프트 외교 효과’를 발휘해왔다. ‘시진핑의 연설보다 펑리위안의 옷 한 벌이 더 효과적인 외교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펑리위안의 패션은 ‘미셸 효과’ ‘케이트 효과’에 이어, ‘펑리위안 효과’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다. <사진 : 블룸버그>
펑리위안의 패션은 ‘미셸 효과’ ‘케이트 효과’에 이어, ‘펑리위안 효과’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다. <사진 : 블룸버그>

청렴·개방 상징하는 블루 컬러 의상 즐겨

두 번째 스타일 키워드는 ‘블루’ 컬러다. 펑리위안은 중국을 상징하는 컬러인 레드와 골드를 포인트 컬러로 많이 소화해 왔지만, 의상은 진한 남색부터 연한 하늘색까지 ‘블루’ 톤을 즐겨 입어왔다. 펑리위안의 ‘블루 컬러 정치’는 여러 의미를 지닌다. 그녀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컬러이기도 하지만 청렴함, 진보와 개혁, 개방되고 현대화된 새로운 중국을 상징한다. 또한 남성과 동등하며, 더 나아가 남성을 압도할 수 있는 페미니스트 펑리위안의 우먼파워(woman power)를 보여준다. 그녀는 ‘남자와 상관없이 여성 스스로 나아가라’고 외치는 중국 여성들의 정신적 멘토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진주와 스카프’다. 펑리위안이 진정한 스타일 외교의 여왕임을 느끼게 하는 전략이다. 진주와 실크 스카프는 중국 문화·역사의 유물이며 동시에 세계화할 수 있는 패션 산업 분야다. 그녀 스스로 멋지게 진주와 실크 스카프를 스타일링 해내며, 중국이 진주와 실크의 기원임을 다시 깨닫게 한다. 펑리위안은 중국 ‘위안스젼주’의 진주 주얼리를 국빈 선물로 제공해, 자국 진주 브랜드의 우수함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기도 하다.

펑리위안은 전 미국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의 ‘미셸 효과’, 영국 왕세손비 케이트 미들턴의 ‘케이트 효과’에 이어, ‘펑리위안 효과’라는 경제용어를 탄생시킨 아시아의 퍼스트레이디다. 그녀가 착용하는 의상과 주얼리, 바르는 화장품은 등장과 동시에 바로 완판되며 무명의 디자이너를 스타 디자이너로 띄우고, 자국민도 외면했던 중국 로컬 브랜드를 부상시켜 주가를 상승시킨다. 또한 펑리위안은 ‘타임’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포브스’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포터’의 ‘100인의 인크레더블 우먼(Incredible Women)’ ‘베니티 페어’의 베스트드레서로 선정되며, ‘펑리위안 효과’가 대륙을 넘어 세계를 움직일 만큼 강력함을 증명했다.

21세기 퍼스트레이디룩은 한 국가의 이미지를 만들 뿐 아니라 소비 경제까지 움직일 수 있을 때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펑리위안은 지금 가장 21세기적인 퍼스트레이디룩을 이끌어가고 있다.


▒ 김의향
보그 코리아 뷰티·패션 에디터, 케이노트 대표, 패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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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파오(旗袍) 청나라 말기에 만들어진 중국의 전통의상. 만주 사람들이 입던 긴 옷에서 유래했다. 원래 남녀 의상 모두를 이르는 말이지만 현재는 원피스 형태의 여성 의복을 지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