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시 카와마타(Tadashi Kawamata)는 그의 정체성을 묻는 필자에게 “나는 아마추어 미술가이자 아마추어 건축가로 전문가적인 아마추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의 ‘마케트’전 (Maquettes 2015.9.12~10.10)이 최초로 열리고 있는 프랑스 파리 카멜 므느르 갤러리(Kamel Mennour)에서 만났다. 타다시 카와마타의 자기소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호한 그의 정체성처럼, 그의 예술도 “조각과 설치 사이, 미술과 건축 사이처럼, ‘사이에’ 있으며, 어느 한 쪽으로 규정되기보다는 부유하는(유동적인) 위치에 있다”고 말한다. 또한 그의 예술은 프로와 아마추어, 현대적인 것과 원시적인 것, 완성과 미완성, 아름다움과 추함,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 세움과 무너뜨림의 ‘사이’를 오간다.

필자와 인터뷰를 나누고 있는 타다시 카와마타(왼쪽).
필자와 인터뷰를 나누고 있는 타다시 카와마타(왼쪽).

타다시 카와마타는 캔버스 위에 건축을 한다. 2차원 평면 위에 3차원적인 나무 오두막집이 어정쩡하게 지어진다. 이처럼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을 일찌감치 발견한 그는 베니스 비엔날레의 일본관 작가(1982), 카셀 도큐멘타(1987, 1992) 등 세계의 여러 중요 미술관들에 초대받으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캔버스 위의 건축 모형이 캔버스로부터 뛰쳐나와 실제로 사람이 들어갈 만큼 큰 오두막이 되기도 한다. 카셀 도큐멘타 출품작인 ‘사람들의 정원(1992)’은 여러 개의 구조물을 세워 작은 촌락을 만들었다. 하지만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듯, 어딘가 깨어지고 미완성인 듯 어떤 구조물도 성한 것이 없다. 마르틴 키펜베르거의 아무 짝에도 쓸모 없었던, 조각도 아니고 가구도 아닌 ‘피터 조각’이 연상된다. 타다시 카와마타는 빈민가, 폐허가 된 건물, 버려진 장소에 나무패널이나 각목으로 얼기설기 구조물을 설치하기도 한다 (‘불법 점거자들의 집, 1994’, ‘폐허가 된 교회, 1987’). 추한 곳을 가리려는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그렇게 해서 시선을 불러모으려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브뤼헤의 나무 오두막집’
‘브뤼헤의 나무 오두막집’

예술은 사람들과의 교류 위한 최상의 도구
카와마타의 다른 연작들은 땅 위뿐 아니라, 신경 쓰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것 같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곳에도 설치된다. 유리로 된 매끈한 미술관의 창문 밖에, 청동으로 된 고상한 탑 꼭대기에, 대리석으로 된 근사한 건축물의 한 귀퉁이에 마치 거대한 새집이나 곤충집이 생긴 것 같다 (‘나무 오두막’ 연작). 재질이나 형태나 모든 것이 너무나 상반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기에, 완벽하고 우아한 건축물에 괜히 트집을 놓아 불균형하게 만들고, 다 된 밥에 콧물을 빠트린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이외에도 수천개의 의자나 사과 상자 등으로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충격을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예술을 랜드아트와 비교하기도 한다. 하지만 타다시 카와마타는 “랜드 아티스트들은 사막 같은 황량한 곳을 선호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마을과 공공장소에 관심이 많으며, 내 작품 속에 사람들이 들어가 즐기며 질문하고 비판하는 등 사람들과의 교류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타다시 카와마타는 “‘예술의 좋은 점’은 사람들과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교류할 수 있는 최상의 도구이며 예술작품은 사람들에게 말을 걸거나 말을 하게 할 수 있으며, 전시하면서 사람들과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작품이 컴퓨터보다는 훨씬 나은 소통도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가?”라고 필자에게 되물으며 웃는다.

타다시 카와마타의 ‘가난한 촌’(벽에 설치된 작품)과 ‘사람들의 정원’(바닥에 설치된 작품).
타다시 카와마타의 ‘가난한 촌’(벽에 설치된 작품)과 ‘사람들의 정원’(바닥에 설치된 작품).

전시의 전 과정에서 ‘소통’ 중요시해
타다시 카와마타가 생각하는 ‘소통’의 중요성은 전시 전 과정(전시 준비, 전시, 전시 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전시할 장소가 정해지면 작품 재료와 이를 도와줄 팀을 찾습니다. 같이 일할 사람들에 대한 선택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나는 소통하는 것을 좋아해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선호하며 학생, 노동자, 실업자, 노인 등 상관없이 전시가 개최될 곳의 현지인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즐기죠.”

타다시 카와마타는 나쁜 재질의 나무, 거의 가공되지 않은 나무 재료(패널, 각목 등)를 대량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가 나무를 선호하는 이유는 다루기 쉽기 때문이다. “유리, 철 등 다른 재료들과 달리 나무를 사용하는 것은 팀과 함께 일할 때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쉽게 나무를 다루고 빨리 배울 수 있어서다. 놀랍게도 어린아이들은 더 빨리 배운다”라고 그는 설명한다. 그는 평소 “나무가 사람 같다. 모여 있는 나무들은 인간의 교류를 말하는 것 같다”고 종종 말한다. 이것이 그가 나무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심은록 감신대 객원교수·미술평론가
프랑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철학인문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은 뒤, 2008~2011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에서 초청연구원[CNRS-CEIFR(UMR CNRS 8034)]을 지냈다. 현재 프랑스에서 미술비평가 및 예술 전문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나비 왕자의 새벽 작전—오토니엘의 예술세계(ACC프로젝트, 2011)’, ‘내 머릿속의 섬(그림 장 미셀 오토니엘. 재미마주, 2012)’,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 10—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특별하게 만드는가?(아트북스, 2013)’, ‘양의의 예술, 이우환과의 대화 그리고 산책(현대문학, 201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