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영이 7월 3일 중국 웨이하이 포인트 골프장에서 열린 KLPGA
투어 금호타이어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얼굴이 너무 창백하네. 왜 그래요?”

“이틀 전부터 갑자기 복통이 나고 어지럽기도 해요. 대회 기권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지난해 3월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 미션힐스골프장에서 열렸던 유럽 여자프로골프투어(LET)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대회 첫날 아침 식사 시간에 만난 이민영(24)은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별일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위로하고 그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헤어지고 얼마 뒤 이민영은 신장암 판정을 받았다. 당시 스물셋 젊은 골퍼에게 어떻게 그런 큰 시련이 닥치는지 안쓰러운 마음이었다. 그런데 수술하고 두 달 뒤에 그녀가 필드에 복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좀 더 쉬는 게 좋다고들 하시는데 저는 필드에 서는 게 치료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서”라고 했다.

지난 7월 3일 이민영이 수술받고 필드에 복귀한 지 14개월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공교롭게도 1년여 전 걱정 속에 떠났던 중국이 무대였다. 산둥성 웨이하이 포인트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금호타이어 여자오픈에서 그녀는 막판까지 추격전을 벌인 중국의 강호 펑산산을 1타 차로 따돌렸다.


“화려하지 않고 겸손하게 쳤더니 우승”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는 인생에 대한 마음가짐이 어때야 할지 다시 돌아보게 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비결은 덤이었다.

그는 “골프장이 예뻐서 경치 구경한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쳤다”고 했다. 예전엔 경주마처럼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렸지만 이제는 필드에 선 것만으로도 행복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플레이하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1년 전 악몽과도 같았던 암 판정 때를 떠올리면서 그녀의 말은 이어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고 공포심도 대단해 많이 울었죠. 그렇지만 수술이 잘됐고 회복도 잘됐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어요. 늘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암 발병이 오히려 장점으로 연결됐어요. 어떻게 잘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하루하루 더 소중하게 살려고 노력하게 됐고 무조건 경기에만 집착하는 그런 골프를 하지 않게 됐어요. 앞만 보지 않고 주변도 보면서 지금은 예전보다 더 재미있게 투어생활을 하고 있어요.” 그녀는 이번 대회 기간 웨이하이의 맛집도 다녀보고 버스도 한 번 타봤는데 1원밖에 안 하더라며 언젠가 중국여행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이번 대회가 열린 코스는 방심하면 프로들도 쉽게 더블보기를 칠 수 있는 어려운 코스였다. 이런 난코스를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들어보았다.

“화려하게 치지 말고 겸손하게 치자는 감독님 말씀을 떠올렸어요. 난코스에서는 많은 목표를 잡고 하는 것보다 티샷이나 세컨드샷을 코스 안에만 두자고 생각을 해요. 그린도 핀보다는 중앙을 보고 공략하고요. 그러면 크게 타수를 잃지 않고 기복 없는 플레이를 할 수 있어요.”

어린 시절 동갑내기 김세영과 장하나에 뒤진다는 생각으로 불만투성이였던 그녀는 지난 1년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골퍼로 바뀌어 있었다. 이민영은 “할머니가 될 때까지 투어 생활을 하고 싶다”고 했다.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부 골프팀장 / 사진 : KLPG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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