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게 푸르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산정호수 마슈코 <사진 : 이우석>

여름이 무더운 일본에서 으뜸 여름휴가지로 꼽히는 곳은 바로 최북단 홋카이도(北海道)다. 위도가 상당히 높고 해발 높은 고원이 많아 도쿄나 오사카보다 시원하다. 우리가 제주도에 가듯 일본인들은 홋카이도를 즐겨 찾는데, 세계적으로 가장 바쁜 항공노선 중 2위가 바로 도쿄~홋카이도 노선인 것도 이에 대한 방증이다.

홋카이도는 겨울에 눈축제 유키마츠리(雪際り)로 유명하지만 독특한 식생이 펼쳐지는 여름에도 많은 이들이 찾는다. 유럽 목초지대를 떠올리는 이국적이고 목가적인 풍경, 시원한 날씨와 맛있는 음식까지 가득하다.

눈 덮인 겨울의 홋카이도가 ‘하얀 나라’라면, 여름날의 홋카이도는 수십가지 색상이 팔레트처럼 온 천지를 물들이는 ‘컬러의 나라’라 부를 만하다. 새파란 북국의 하늘 아래엔 색색 꽃이 피어나고 진초록의 초원과 숲은 끝도 없다.


가리비와 굴 등 맛난 해산물 많아

홋카이도는 면적이 8만3400㎢. 얼추 남한만하다. 이 안에 모든 것이 모여있다. 삐죽한 마천루 가득한 현대적 메트로폴리탄 삿포로부터 온통 초록인 대목장, 거대한 자연 화원과 지평선 끝까지 뻗은 감자밭. 그리고 불곰이 사는 숲과 연어가 뛰어오르는 맑은 강물. 인근 알래스카와 북미 로키산맥에 비견될 정도로 울창한 삼림을 자랑한다. 아시아 최북단 섬답게 기온도 한결 서늘하다. 특히 동북쪽 끝 시레토코(知床)는 쿠릴 한류의 영향으로 냉대기온이다.

JR홋카이도를 이용하면 삿포로에서 도동(道東·홋카이도의 동쪽 끝)까지 철도여행이 가능하다. 너른 하늘과 들판을 정확히 둘로 나눈 직선을 도로와 철로가 가로지른다. 토카치(十勝)를 지나 오비히로(帶廣)를 향해 달리다 보면 멀리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의 연봉들이 나타난다. 여름이지만 만년설이 남아있을 정도로 홋카이도는 북국이다.

뜻밖에, 아니 예상대로 이곳에 숲속 통나무 펜션이 있다. 나카사츠나이(中札內), 낙엽송 숲이 근사한 이곳에 숲 속 통나무집 ‘페리엔도르프’가 있다. 목장이며 가옥, 통나무집 등 독일 남부 숲 속 마을의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 멀리 독일에서 가져왔지만 썩 어울린다.

홋카이도는 차가운 바다에서 나는 맛난 해산물이 많다. 얼추 키조개만한 가리비와 여름이지만 싱싱한 굴, 와규(和牛·일본 소) 불고기를 석쇠에 올려 구워 먹는 맛이 일품이다. 풀벌레도 지쳤는지 시끄러운 울음마저 잠잠해질 무렵, 배는 동그랗게 불렀고 삿포로 맥주캔은 모두 비었다. 탁탁 타들어가는 시뻘건 숯의 마지막 사투에도 불구하고 숲 속의 밤은 깊어만 간다.

신록의 터널을 뚫고 앤티크 스타일 노롯코(ノロッコ·개방형 관광열차) 열차가 굽이친다. 구시로에서 탄 노롯코 열차는 숲 속 철로를 지나는데 내리고 나면 녹색으로 물들 듯하다.

원숙미를 물씬 풍기는 노롯코 열차는 덜컹거리며 타잔처럼 숲 속 좁은 철로를 지난다. 나뭇가지를 스치며 달리는 열차는 좌석이 모두 창가를 향해 있다. 객차에 지붕은 있지만 창문은 모두 개방되는 ‘오픈카’다.

구시로시츠켄(釧路濕原)역과 토로(塘路)역까지는 울창한 습원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신선한 숲내음이 그대로 객차 안으로 밀려든다. 덕분에 호흡이 즐겁다.

만화영화 ‘은하철도999’에서처럼 정차역에 내려 관광을 하고 다시 타는 프로그램이다. 토로 역에서 내리면 지역 관광버스 트윙클 버스를 타고 아칸국립공원 내 데이카가에서 여러 절경들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진다.

산정호 마슈코(摩周湖)는 물색이 그야말로 ‘극한의 블루’를 자랑한다. 태어나서 처음보는 ‘한없이 푸른 파랑’이다. 북태평양 사이판의 코발트블루와는 또 다르다.


홋카이도 명물 우니동


에메랄드 빛 물길 거슬러 오르는 연어 떼

마슈코 아래에서 한참을 들어가면 이오잔(유황산)이 나온다. 늘 이글이글 끓는 용출수가 터져나와 멀리서도 하늘로 치솟는 수증기를 볼 수 있다. 메마른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용출수는 유황성분이 강해 입구에 들어서기만 해도 성냥 냄새가 코를 찌른다. 유황 탓인지 주변엔 풀 한포기 자라지 않아 얼핏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 북부의 황폐한 사막 분위기도 난다. 일본 최대 칼데라 호 ‘구샤로’ 호수의 반대편 가와유 온센에서 하루를 묵으며 유황온천을 즐길 수 있다.

가와유 온센에서 30분가량 떨어진 곳에 가미노코이케(神の子池)가 있다. 산중에 꼭꼭 숨어 ‘비밀의 연못’ 같은 이곳은 홋카이도 원주민 아이누족에겐 성지처럼 여겨지는 곳이다.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는 투명한 에메랄드 빛 물, 그 안에 잠긴 나무들이 연출하는 풍경이 과연 신비스럽다. 인근에는 낮지만 커다란 폭포가 있어 여름이면 이 거센 물길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 떼의 장관을 볼 수 있다.

종착역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시레토코 반도. 사실 목적지였다. 버스를 타고 다시 철도를 이용해 시레토코 샤리역에서 내려 렌터카로 이동해야 하지만, 복잡한 일정도 번거롭지 않다.

유네스코 자연유산답게 시레토코는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다. 길가에 나와 한가로이 풀을 뜯는 사슴 정도는 개나 고양이 보듯 흔히 볼 수 있다. 야간에 하이브리드 버스를 타고 하늘에 총총 박힌 별을 보러 떠날 때는 여우 가족이 협심해 쥐를 잡는 광경을 볼 수 있다.


▒ 이우석
성균관대 미술교육학과, 여행기자협회 회장, 14년째 여행·맛집 전문 기자로 활동 중


TIP 홋카이도 도동 여행정보

홋카이도 노선에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가 더 붙었다. 제주항공(대표 최규남)이 7월 20일부터 인천~일본 신치토세(삿포로) 노선을 신규 취항한다. 제주항공은 이를 기념해 7월 27일 오후 5시까지 탑승일 기준 8월 1일부터 10월 29일까지 이용할 수 있는 인천~신치토세 특가항공권을 총액운임(유류할증료와 공항이용료 포함) 편도 기준 15만3000만원부터 판매 중이다.
예매일자와 환율에 따라 일부 변동될 수 있다. 예매는 공식 웹사이트(www.jejuair.net)와 모바일 앱에서만 가능하다.

렌터카
삿포로에서 열차를 타고 각 역에서 렌터카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철도회사 JR홋카이도는 여행객들에게 유용한 기간별 자유 이용 승차권(JR홋카이도 패스)과 함께 렌터카도 운영한다. 한국어 홈페이지(www2.jrhokkaido.co.jp/global/korean)를 통해 타임테이블과 정보를 제공한다.

숙소
가와유 온센 미소노호텔은 원시림과 구샤로 호수의 풍경이 어우러진 곳에 위치해 조용하면서도 깊은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곳. 산도 1.8ph의 유황천이 있어 여행 중 흘린 땀과 피로를 푸는 탕치(湯治)에 좋다. (0167)22-1777. 시레토코 반도의 우토로온센호텔은 푸른 오호츠크해로 떨어지는 일몰 전망대가 일품인 곳. 해안 절벽 위에 위치해 창밖으로 펼쳐지는 바다 조망이 모든 객실 안에까지 들어간다. (01658)24-2131. 삿포로에서 가장 높은 JR타워에 들어선 닛코삿포로호텔은 평평한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시내 최고급 호텔. 로비로 내려가면 바로 쇼핑센터와 역으로 연결된다. (011)251-2222.

먹거리
홋카이도는 일본 내에서도 단연 손꼽히는 식도락 천국. 천혜의 청정해역에서 잡아올린 게·털게·연어·성게 등 풍부한 해산물과 축산·낙농산업이 생산한 육류, 유제품이 맛있다고 소문났다. 특히 시레토코의 3대 명물(성게·연어·다시마) 중 하나인 신선한 성게를 올린 우니동(성게덮밥)은 먹는 도중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그 유명한 삿포로 미소라멘. 꼬불꼬불 독특한 면발과 구수한 미소(된장)국물이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 삿포로 시내 스스기노의 라멘요코초(라면골목)에서 맛볼 수 있다. 2대가 이어서 하고 있는 반라켄(萬來軒), 큰 팬에 직접 야채를 볶아 내는 국물과 적당히 삶은 면발에서 내공이 느껴진다.

여행상품
홋카이도 렌터카 상품을 전문 취급하는 에나프투어(www.enaftour.com)는 홋카이도 자유여행 패키지(항공·숙박·철도·렌터카 연계) 상품을 판매 중이다. 지역과 루트에 따라 다양한 상품이 구성되어 있으며 각종 자료와 예약 편의를 제공한다. (02)337-3088.

이우석 스포츠서울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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