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을 운영하는 50대 박영수 대표의 기상시간은 새벽 5시 30분. 이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면 오전 7시 30분이다. 오전 8시 시작한 임원 회의를 마치고 이메일과 각종 결재 서류를 검토한 후 미팅을 하다 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점심은 외부 인사를 만나거나 임직원과의 면담 자리로 채워진다. 

박 대표의 일상은 오후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업무 현장에 나가거나 새로운 기획안을 검토하다 보면 퇴근 시간이다. 퇴근 후에는 최고경영자 과정 강의를 듣는다. 수업이 없는 날은 거래처와 술자리가 있다. 주말은 각종 경조사에 골프 약속 등이 잡혀 있다. 일주일을 쪼개 봐도 쉴 수 있는 날은 거의 없다.


섬광·마비 증세 보이는 2차 두통이 문제

숨 가쁘게 살아온 박 대표는 최근 함께 골프 치던 동료가 뇌출혈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 박 대표는 만성 두통에 시달려 왔다. 얼마 전부터는 현기증이 겹치면서 눈앞이 빙빙 도는 경험을 했다. 박 대표는 불현듯 자신의 건강에 문제는 없는지 걱정이 됐다.

두통은 인구의 절반 이상이 경험하는 흔한 증상이다. 긴장성 두통은 5명 중 1명, 편두통은 10명 중 1명이 경험한다. 이런 두통은 대부분 특별한 기저질병 없는 1차 두통으로, 증상이 심하든 가볍든 별 문제가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질병에 따른 2차 두통이다. 2차 두통은 뇌출혈, 염증, 종양 혹은 일부 급성 녹내장 등이 원인이다. 눈앞에 섬광이 보이거나, 한쪽 얼굴과 팔·다리에 마비를 느끼거나, 말이 어눌해지고 갑자기 혼동하는 등의 증상이 두통과 함께 나타나면 2차 두통의 가능성이 높다.

눈앞이 빙빙 도는 어지럼증은 대부분 귀의 평형기관 문제다. 하지만 간혹 뇌, 특히 뇌간이나 소뇌 쪽에 종양이나 혈관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나타날 수 있다. 박 대표처럼 평상시 업무량이 많은 사람이 겪는 두통이나 어지럼증은 뇌혈관이나 심장 문제일 수 있다.

스트레스로 혈관이 수축되면 작은 혈관이 막힐 수 있다. 뇌혈관은 좁기 때문에 혈관 수축으로  순환장애가 일어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가벼운 뇌부종이 생길 수 있다. 당장 뚜렷한 증상은 없지만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뇌가 급속히 약해진다.

박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충분한 휴식과 뇌세포의 기능 회복을 위한 노력이다. 박 대표가 지금과 같은 생활 패턴을 바꾸지 않는다면  뇌졸중이나 심장마비로 쓰러질 수 있다. 쓰러지지 않는다고 해도 뇌가 약해져 CEO로서의 역량이 떨어지고 일찍 치매가 올 수 있다.  


▒ 김철수
연세대 의대 졸업, 가정의학과 전문의, 경희대 한의학과 졸업,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