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카 트럼프는 지난 7월 아버지 도널드 트럼프의 찬조 연설을 위해 연단에 올랐다. 몸에 착 달라붙는 핑크베이지색의 시스 드레스를 입은 이반카의 연설로 공화당 지지율은 다시 상승했다. <사진 : 블룸버그>
이반카 트럼프는 지난 7월 아버지 도널드 트럼프의 찬조 연설을 위해 연단에 올랐다. 몸에 착 달라붙는 핑크베이지색의 시스 드레스를 입은 이반카의 연설로 공화당 지지율은 다시 상승했다. <사진 : 블룸버그>

우아한 핑크베이지의 ‘시스 드레스(sheath dress·신체에 밀착되게 디자인돼 가늘고 날씬해 보이는 심플 드레스)’를 입은 이반카 트럼프가 찬조 연설을 위해 특유의 백만불짜리 미소를 날리며 연단에 올랐다. 확신에 찬 표정, 정확한 발음으로 천천히, 이반카는 여성비하 발언으로 위기에 처한 아버지를 지지했다.

“저는 아버지가 가족과 회사직원, 회사를 위해 싸우는 것을 봤습니다. 그리고 이제 아버지가 우리나라를 위해 싸우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미셸 오바마 이후 가장 인상적인 전당대회 연설 장면으로 기록된 순간이다.

이반카 트럼프가 20분간의 연설로 이뤄낸 효과는 경이롭다. 도널드 트럼프의 추락한 이미지를 회복시키고 공화당 지지율을 재상승시키며, 전 세계에 이반카 트럼프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날 입은, 자신의 이름을 건 패션 브랜드 ‘이반카 트럼프’의 134달러짜리 드레스는 하루 만에 완판됐다. 영민하게도 이반카는 트위터에 올린 전당대회 사진에 메이시스 백화점 온라인 사이트 링크를 걸었다. 이반카의 드레스 정보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검색할 필요도 없이 구매 사이트를 연결하는 마케팅으로 자신의 패션 브랜드 판매고까지 올린 셈이다. 대통령 후보인 아버지의 지지율에 기여하며, 자신의 패션 브랜드 마케팅 효과까지 야무지게 챙긴 20분의 정치쇼이자 패션쇼였다.


중저가 브랜드 즐기는 억만장자의 딸

완판 신드롬을 일으킨 ‘이반카 트럼프’ 드레스의 가격은 138달러(약 15만원)에 불과하다. 연설 때 입은 드레스만큼 화제가 됐던, 또 다른 ‘이반카 트럼프’의 화이트 플로럴 드레스는 158달러다. 물론 이 158달러짜리 드레스도 이반카가 공화당 전당대회에 입고 등장하자마자 완판됐다.

제이 크루를 즐겨 입는 미셸 오바마와 자라와 갭을 입고 공식 석상에 나서는 영국 왕세손비 케이트 미들턴처럼, 이반카 역시 중저가 브랜드를 즐겨 입는 억만장자의 딸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이반카는 뉴욕 업타운룩을 대표하는 다양한 드레스룩을 즐겨 입는다. 이번 전당대회 연설에서 이슈를 일으킨 ‘시스 드레스’와 짧은 ‘피트 앤드 플레어 드레스(fit & flare dress·허리에 밴드 장식이 있고 스커트가 퍼지는 50년대풍의 드레스)’부터 다양한 스타일의 드레스를 일상 패션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반카 트럼프는 이미 10대 때부터 패셔니스타로 명성을 날려 왔다. <사진 : 블룸버그>
이반카 트럼프는 이미 10대 때부터 패셔니스타로 명성을 날려 왔다. <사진 : 블룸버그>

와튼스쿨 졸업 후 패션 브랜드 CEO로

자신의 패션 브랜드를 갖고 있는 만큼 공식석상에서의 패션 대부분이 ‘이반카 트럼프’ 드레스들이지만, 블랙 할로(Black Halo) 같은 중가 브랜드를 선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기념비적인 순간, 트럼프의 당선 연설 무대를 위해서는 알렉산더 맥퀸의 2285달러(약 266만원)짜리 연한 하늘색 드레스를 선택했다.

이반카는 캠페인 기간 동안 롤랑 뮤레의 2300달러짜리 고가 드레스나 한쪽 어깨를 드러낸 원숄더톱을 입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중에게 기억되는 가장 빛나는 패션룩은 138달러짜리 드레스를 입었을 때였다. 지나치게 자신의 패션 브랜드만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이반카의 저렴하면서도 품위가 넘치는 ‘칩 앤드 프레지덴셜(cheap & presidential)’ 드레스룩은 이미 새로운 ‘퍼스트 도터룩’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이반카 트럼프는 이미 10대 시절부터 사교계 명사이자 패셔니스타로 명성을 날려 왔다. 도널드 트럼프의 딸이라는 빛나는 훈장을 달고, 수많은 디자이너들의 패션쇼장 맨 앞줄 VIP석에 앉아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던 시절, 이반카 트럼프는 패리스 힐튼과 함께 패션계의 유명 인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후 둘의 행보는 전혀 달랐다. 패리스 힐튼이 수많은 스캔들을 일으키며, 철없는 억만장자 상속녀의 이미지로 물의를 일으키는 동안 이반카 트럼프는 미국 최고 명문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스쿨을 3등으로 졸업했다. 졸업 후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부동산 투자 회사에 취직해 스스로 이력을 쌓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중저가 패션 브랜드 ‘이반카 트럼프’를 론칭해 성공적인 CEO가 됐다. 3명의 아이를 둔 워킹맘이기도 한 그는 트럼프그룹의 기업 개발·인수 부문 부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선 캠프의 핵심 브레인으로 활약했다.

이반카 트럼프는 모든 여성이 꿈꾸는 ‘워킹우먼’이다. 그래서 자신의 브랜드 ‘이반카 트럼프’에서도 일하는 여성을 위한 실용적이고 우아한 패션을 강조하고 있다. 심플한 셔츠와 팬츠 또는 날씬한 펜슬 스커트(pencil skirt·일자형의 스커트)를 함께 연출하거나, 몸에 잘 맞는 재킷이나 코트에 깔끔하면서도 실용적인 신발·가방을 매치시킨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 다음 날, 일상으로 돌아온 이반카 트럼프의 출근 패션이 대표적 예다. 전날 밤, 알렉산더 맥퀸의 드레스와 스모키한 아이 메이크업으로 완벽한 드레스룩을 선보였던 이반카는 편안한 워킹우먼룩으로 다시 폭발적인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더블 버튼의 심플한 네이비색 코트와 블랙 팬츠 그리고 그녀의 손에는 ‘이반카 트럼프’의 395달러짜리 블랙 새들백(saddle bag·안장 모양의 백)이 있었다.

거리에 대기하고 있는 수많은 취재진들의 카메라에 여유롭게 미소를 지어 보이는 이반카는 화장을 안 한 모습도 아름답다는 찬사를 받았다.

미국의 모든 언론들은 실질적인 ‘퍼스트 레이디’는 사실 이반카라고 말한다. 앞으로 차기 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는 인재라는 평도 받는다. 동시에 패션업계는 이반카가 ‘미셸 이펙트’와 ‘케이트 이펙트’를 뛰어넘는 파워풀한 영향력을 갖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펼쳐질 이반카 트럼프의 ‘퍼스트 도터룩’을 무엇보다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이제 패션계의 새로운 퀸은 ‘이반카 트럼프’다.


▒ 김의향
보그 코리아 뷰티&리빙, 패션 에디터·디렉터, 콘셉트&콘텐츠 크리에이팅 컴퍼니 ‘케이노트(K_note)’ 크리에이터·스토리텔러, 패션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