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공장 CEO인 이동구씨는 창업자인 아버지가 치매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본인이 알고 있는 상식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잘 잊어버리기는 하지만 80세쯤이면 누구나 기억력이 그 정도로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노환으로 돌아가셨고, 아버지 형제도 모두 건강하게 살아계시는데다 치매를 앓는 사람이 없으니 유전은 아닌 것 같고, 어머니가 도와주지 않아도 혼자서 일상생활을 잘하고 계시는데 노환을 잘못 진단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치매에 대한 오해로 치료시기 놓쳐

김씨의 생각은 치매에 대한 오해 때문이다. 이런 오해로 치매 진단이 늦어지고 치료 시기를 놓치면 결국 치매가 불치병이라는 인식이 쌓이게 된다. ‘치매에 걸린다’는 표현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걸리는 것이 아니고 오랜 시간을 두고 점점 뇌 건강이 악화되는 장기 질병이다. 예방하거나 치료해야 하는 기간이 길지만 이렇게 변해가는 과정 동안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대부분 대책 없이 지내다가 중증 치매 환자가 되고 만다.

많은 사람들은 치매가 유전병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혈관 치매나 기타 치매의 대부분은 잘못된 생활습관과 관련이 많고 유전과는 거리가 멀다. 비교적 유전적인 경향이 많은 알츠하이머 치매도 유전병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는 약 2% 정도이며 대부분 65세 이전에 발병한다.

약 20%는 비교적 유전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65세 이후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또 약 20% 정도는 유전과 조금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나머지 60% 가까이는 전혀 유전과는 관계가 없는데도 치매로 발병한다.

치매는 유전적 소인과 잘못된 생활습관과 환경적 요인이 결합돼 발생한다. 최상급 타이어라도 험한 비포장도로를 주로 달렸다면 몇년 후 이 타이어는 상급, 중급 타이어보다 못할 수도 있다.

치매를 먼 훗날에나 걱정할 문제라는 생각도 오해다. 치매는 먼 훗날이 아닌 바로 오늘의 문제다. 치매는 원만한 사회생활이나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제대로 못할 때부터 이미 시작된다. 건망증은 치매의 최초의 징조로 받아들여야 한다. 뇌 기능이 조금씩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증상이 바로 건망증이다.


▒ 김철수
연세대 의대 졸업, 의사 가정의학과 전문의, 경희대 한의학과 졸업,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