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나(Cassina)는 재능 있는 디자이너와 건축가의 아이디어와 상상을 현실로 만든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가구 브랜드다. 최근 카시나는 이탈리아의 산업디자이너 루카 니케토(Luca Nichetto)와 협업으로 만든 라미스(La Mise) 소파와 토레이(Torei) 티테이블을 우리나라에 공개했다. 이의 일환으로 방한한 루카 니케토 디자이너를 만났다. 김가희 기자 holic@chosun.com
카시나와 루카 니케토 디자이너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라미스 소파와 토레이 티테이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상상력은 끝이 없다. 침대가 소파가 됐다가, 탁자가 의자가 되기도 한다. 디자이너의 번쩍이는 아이디어는 전 세계인의 눈과 마음을 현혹시킨다. 이탈리아 산업 디자이너 루카 니케토(Luca Nichetto)도 디자인 제품으로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루카 니케토가 처음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카시나(Cassina)와 협업을 하게 된 것은 2011년 5월이었다.

“카시나 측으로부터 먼저 제안을 받았어요. 디자인을 공부하면서부터 동경의 대상이었던 카시나의 연락을 받고 처음에는 너무 떨렸어요. 카시나의 새로운 아이콘이 될 소파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들었을 때 과연 내가 잘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죠. 하지만 첫 미팅 후 걱정은 사라졌어요. 나 혼자만의 욕심이 아닌, 카시나와의 협업을 통해 완벽한 소파와 테이블을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죠. 그렇게 1년여 만에 라미스(La Mise) 소파와 토레이(Torei) 티테이블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카시나와 루카 니케토 디자이너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라미스 소파와 토레이 티테이블
카시나와 루카 니케토 디자이너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라미스 소파와 토레이 티테이블


콤팩트한 소파와 테이블로 남녀노소 사랑 듬뿍

카시나는 20세기 모더니스트 디자이너들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이탈리아에서 생겨난 회사인 만큼 이미 오래 전부터 재능 있는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그들의 상상력을 현실로 끄집어내는 탁월한 능력, 첨단 기술과 재료의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종전 가구의 틀에서 새로운 시각과 형식의 가구를 만들어내는 일을 카시나가 한다. 카시나 측은 “이번 협업을 위해 3년 넘게 능력 있는 디자이너를 물색했고, 그 결과 루카 니케토가 선정됐다”고 했다.
루카 니케토는 많은 국제적인 기업들과 협업을 함에 앞서 가장 중시하는 것이 “좋은 아웃풋을 내기 위한 조율”이라고 설명했다.

“한 존경하는 디자이너가 이런 말을 했어요. ‘디자인은 아빠, 브랜드 제조사는 엄마의 역할을 한다. 아빠나 엄마 각자의 스타일만을 고집해서는 좋은 아웃풋을 낼 수 없다.’ 즉, 협업을 통해 보다 최상의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말이죠.”

그렇게 만들어진 카시나의 새로운 얼굴 마담 라미스 소파를 보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편안함’ 혹은 ‘안락함’이었다. 카시나의 기술력으로 오래 사용해도 필로(Pillow) 소재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 루카 니케토의 설명이다.

“제작 전에 콤팩트해 최소한의 공간을 차지하는 소파와 테이블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기본 틀이었어요. 라미스는 마치 일본 전통 옷인 기모노 같은 소파라고 생각하면 돼요. 소파의 기본 구조물 위에 옷을 입힌 형태죠. 때문에 소파 윗부분이 분리되고 세탁도 용이해요. 토레이 티테이블도 일본을 방문했을 때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용도와 편의에 따라 이동이 간편하고 두 개, 세 개씩 겹쳐 사용할 수 있어 독특함까지 주는 테이블이에요. 일본을 좋아해서 자주 방문하고 아이디어를 얻는 편인데, 앞으로는 한국을 떠올리는 가구도 만들어 보고 싶네요(웃음).”

루카 니케토는 이탈리아의 무라노 섬에서 태어나 자랐다. 베네치아 글라스로 유명한 무라노 섬은 10세기 이후부터 유리나 크리스털을 만들어온 곳이다. 이곳에서 루카 니케토는 유리 세공업 마스터인 할아버지와 유리 데코레이션을 하는 어머니 밑에서 성장하며 화려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의 세계에 자연스레 빠져들었다.

“어려서부터 항상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특히 개인 한 명의 노력이 아닌, 기업과 디자이너의 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자연스럽게 몸이 익히면서 컸죠.”

루카 니케토는 “과거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된 조명 오-스페이스(O-space),다채로운 소재와 기술에 대해 연구할 기회를 주었던 로보 체어(Robo Chair)를 만들었을 때 가슴이 떨렸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 만든 라미스 소파와 토레이 티테이블을 통해 협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설명한다. 색다른 분야에 도전하길 즐기는 그는 “앞으로 전자제품 디자인과 인테리어 일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 루카 니케토 디자이너는…

1976년생으로 젊은 신진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지금까지 총 200여점의 제품을 만들었으며, 가장 유명한 제품으로 조명 오-스페이스, 소파 로보 체어, 욕실 프로젝트 아페토(Affetto) 등이 있다. 2006년 자신의 이름을 딴 디자인 에이전시 니케토 & 파트너스(Nichetoo & Partners)를 론칭한 이후 디자인 컨설턴트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 전시회를 개최했으며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에서 선정되며 촉망받는 디자이너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