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모리셔스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는 관광객들.
아름다운 모리셔스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는 관광객들.

마크 트웨인이 말했다. ‘신은 모리셔스를 창조하고, 그 다음에 천국을 만들었다.” 신문기자이자 여행작가였던 그는 <적도를 따라서(1897년)>에서 아프리카의 이 외딴섬을 극찬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모리셔스는 ‘천국의 모델하우스’ 격이니 우린 천국에 가기 전에 이곳에서 이미 비슷한 것을 경험할 수 있다는 뜻이겠다.

트웨인이 지어낸 말 중 그의 필명(그의 본명은 새뮤얼 랭혼 클레멘스) 다음으로 근사한 표현이 아닌가 한다. 신은 지구 곳곳에 낙원을 꼭꼭 숨겨놓았지만 인간은 그곳을 너무 빨리 찾아내서 곧 평범한 일상으로 바꿔버린다.

모리셔스(Mauritius). 이름은 북미의 어느 시골 도시 같은 느낌이지만 사실 인도양 아프리카 쪽에 위치한 곳이다. 허니무너의 로망인 이곳과 곧잘 비견되는 휴양지 몰디브(Maldives)와는 또 다른 영역이다. 오히려 마다가스카르 섬이나 세이셸 제도가 더 가깝다. 지리적인 설명을 먼저 곁들이자면 전반적으로 제주도랑 빼닮았다는 느낌이다. 약 170㎞의 산호 해변이 섬을 빙 두르고 있으며 섬 한가운데 높은 라이언 산이 자리를 잡고 있다. 내륙에는 넓은 사탕수수밭이 펼쳐지는데, 신기하게도 현무암 돌담이 많은 것도 제주도와 비슷하다.


남녀가 함께 여행 가는 ‘사랑의 섬’

한마디로 모리셔스는 ‘사랑의 섬’이다. 그도 그럴 것이 모리셔스를 찾는 대부분의 여행객은 부부 혹은 연인이다. 인도양 상공을 날고 있을 때 이미 비행기 안은 남녀 비율이 거의 정확히 50 대 50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운이 좋은 터라 신혼여행도 아닌데 모리셔스를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공항에 도착했다. 포트 루이스(모리셔스의 수도)는 생각보다 컸다. 말레(몰디브 수도)와도 다르다.

모리셔스는 휴양지의 모든 조건을 다 갖췄다. 그림 같은 바다는 물론이며 불어오는 시원한 무역풍, 근사한 호텔에서 즐기는 맛있는 음식, 눈부신 햇볕 아래 하얀 이를 드러낸 친절한 사람들과 굉장히 빠른 와이파이가 있다. 게다가 맛있는 사탕수수 럼주까지 있는 곳이 모리셔스다.

낮에는 금가루 같은 햇살이 쏟아지고, 밤엔 남십자성 총총 박힌 하늘을 볼 수 있는데. 딱 한 가지 단점은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버린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인이 고작 사나흘 정도 쉬기 위해서 스무 시간 넘게 걸려 이곳까지 오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 숙박일이 일주일은 넘을 때야 비로소 모리셔스의 진가를 맛볼 수 있다. 나흘째 되는 날부터 그동안 살면서 단 한 번도 겪지 못했던 인생 최고의 휴식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모리셔스는 조그마한 산호초 군도로 이뤄진 몰디브와는 달리 제주도만큼 거대한 섬이라 차량으로 이곳저곳 이동할 수 있어 좋다. 리조트로 이뤄진 곳에서 리조트 직원만 만나고 오게 되는 여느 휴양지와는 달리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모리셔스는 인도양과 태평양에 널린 여러 섬나라 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융·복합 문화’를 자랑한다. 인구의 대부분이 리조트에 근무하는 곳과는 달리 약 130만명의 주민이 전통 풍습과 생활양식을 유지하며 살고 있는 섬이기에 이들의 문화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 크게 다르다.

시장이 열리고 수확·축제 등 생활상을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힌두와 이슬람 사원, 가톨릭 성당과 개신교 교회까지 찾아볼 수 있다. 동부의 작은 마을인 프록(Fracq)의 재래시장에 있는 한 성물 가게 진열장에선 성모상과 십자가 아래 불상이 그 옆 시바(힌두 으뜸신)와 함께 어깨를 맞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프랑스 문화가 여전히 짙게 남은 곳인데 영국령 시절의 행정·제도가 덧입혀졌다. 사탕수수 재배를 위해 남아프리카와 인도, 중국 등에서 건너온 이들도 서로 조화롭게 살고 있다. 이런 독특한 문화의 융합은 리조트 생활에서도 잘 나타난다. 중산층 이상 유럽인들이 커플과 가족 단위로 즐겨찾는 곳이라 그런지 섬 전체에서 흥청망청하는 분위기(카지노가 있긴 하다)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저 리조트 안팎에서 넉넉한 환대를 받으면 된다. 열대 특유의 낙천적 마음 씀씀이에다 유럽의 자유로움과 에티켓까지 갖춘 모리시안들이 늘 환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해변은 모두 근사한 물빛을 자랑하지만 특히 물빛이 맑고 고운 벨마와 일로세(Ill aux Cerfs·사슴섬), 투르도두스(Trou d’Eau Douce), 트루오비슈(Trou aux Biches) 등에선 시워킹, 스노클링, 윈드서핑, 패러세일링 등 수상레포츠를 즐기기 좋다.

대부분의 열대 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야자 잎이 아닌 사탕수수 짚으로 올린 지붕의 목조 리조트 호텔이 해변 곳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세계인에게 모리셔스가 널리 알려진 것은 바로 2개의 명물 덕택이다. 하나는 우표이며 또 하나는 도도(Dodo)새다. 우선 ‘블루페니’란 별칭이 붙어있는 우표. 포스트 오피스(Post Office) 대신 포스트 페이드(Post Paid)로 잘못 발행된 덕(?)에 훗날 220만달러에 팔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표 중 하나다. 미사용 2장과 사용된 엽서 1장이 모리셔스로 돌아왔는데, 포트루이스 전시관에서 이를 관리하고 있다.

우표와는 달리 도도새는 없다. 멸종됐다. 맛이 좋았는지 어땠는지 몰라도 네덜란드 선원들이 다 잡아먹었다. 그래도 도도새가 남긴 이미지는 강하다. 도도새 냉장고 자석과 티셔츠는 기념품 가게에 잔뜩 있다.


골프코스에 모여든 사슴무리 <사진 : 이우석>
골프코스에 모여든 사슴무리 <사진 : 이우석>

사탕수수 맛보기는 필수 코스

모리셔스는 옆 나라 마다가스카르와 식생도 많이 다르다. 바오바브나무 몇 그루를 제외하고는 반얀트리, 맹그로브, 대나무 등 온·열대 식물이 섬을 채운다. 이 중 가장 많은 것은 사탕수수(Sugar Cane)다. 사탕수수 주스와 황갈색 생설탕을 맛보는 재미 또한 모리셔스에서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다. 맛은 그저 그렇다. 그냥 설탕물이다. 설탕은 사탕수수로 만드니까 당연하다.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책을 보는 것. 사실 어느 곳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다만 모리셔스에선 눈이 시린 풍경 속 해먹 위에서 잠이 들고, 자는 내내 인도양의 청량한 공기로 폐를 세척할 수 있다는 것. 깨어나면 열대과일 주스와 프렌치 스타일 코스요리를 맛본다는 것. 낙원과 일상은 고작 그 정도 차이에 불과한 것이라 생각된다.


▒ 이우석
성균관대 미술교육학과, 여행기자협회 회장, 14년째 여행·맛집 전문 기자로 활동 중


조물주가 감춰놓은 인도양의 낙원

TIP 모리셔스 국가정보
에어모리셔스가 인천~두바이~모리셔스 구간을 운항한다. 총 17시간 비행. 홍콩을 경유하는 노선도 있다. 시차는 -5시간. 공식언어는 영어, 프랑스어와 크레올(Creole)어가 통용되기도 한다. 통화는 모리셔스 루피. 1루피는 약 35원. 전원은 220V. 코드는 3구형 플러그. 택시 요금을 제외한 시중 물가는 대체로 저렴한 편. 한국인은 30일간 무비자 입국할 수 있다. 골프리조트도 있다. 사슴 떼가 지나는 그린에서 여유로운 골프를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