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가장 크고 보존이 잘된 중세 고성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카르카손 성은 1997년 세계유산에 등재되며 일약 세계적 관광지로 떠올랐다. 과거 프랑스인들이 주변 피레네산과 바다를 찾으며 들르던 단순 연계 코스에서 이제는 세계인이 환상을 품고 찾는 글로벌 관광명소가 되었다. 카르카손 성 본연의 매력도 중요하지만 세계문화유산 지정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진 : 김형우>
유럽에서 가장 크고 보존이 잘된 중세 고성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카르카손 성은 1997년 세계유산에 등재되며 일약 세계적 관광지로 떠올랐다. 과거 프랑스인들이 주변 피레네산과 바다를 찾으며 들르던 단순 연계 코스에서 이제는 세계인이 환상을 품고 찾는 글로벌 관광명소가 되었다. 카르카손 성 본연의 매력도 중요하지만 세계문화유산 지정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진 : 김형우>

가을의 초입, 이제 더위도 한풀 꺾였다. 여행을 떠나기에 가장 좋은 때가 시작됐다. 이즈음은 열정적인 테마보다는 한여름의 기분을 가라앉힐 수 있는 차분한 여정이 괜찮을 듯싶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유산기행도 적절한 아이템이다. 거기에 낭만까지 맛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터. 남부유럽지역은 다분히 낭만적인 여행지가 많다. 그중에서도 스페인과 접경지역에 자리한 프랑스 남부의 요새도시 ‘카르카손(carcassonne)’은 동화 속 풍광이 펼쳐진 듯한 아름다운 공간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성(古城) 속 옛도시는 중세의 숨결이 가득하고 미로 같은 골목길에 자리한 상점과 레스토랑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기분을 맛보게 한다. 과연 프랑스 문화재 활용의 대표적인 관광지임을 실감케 하는 곳답게, 카르카손은 그 매력을 좇아 찾아든 관광객으로 늘 활기가 넘친다.


카르카손 시내 전경 <사진 : 김형우>
카르카손 시내 전경 <사진 : 김형우>

동화처럼 아름다운 ‘세계문화유산’

프랑스에서 가장 동화처럼 아름다운 여행지를 꼽자면 단연 카르카손을 들 수 있다. 그중에서도 52개 탑과 성벽으로 이뤄진 중세 요새 도시는 만화에서나 볼 법한 환상의 모습을 담고 있다. 중세시대의 고성은 마치 하늘 위에 떠 있는 천상의 요새 그 자체로, 그야말로 멋진 스카이라인이 압권이다. 파리에서 남쪽으로 700㎞ 정도 떨어진 옥시타니주에 자리한 카르카손은 프랑스에서도 독특한 문화를 지닌 곳으로 유명하다. 본래 옥시타니주(옛 랑그독 루시옹 지방)는 지중해와 접해있고 피레네 산맥을 경계로 스페인과 국경을 이루고 있어 예로부터 스페인, 아랍인들까지 오가며 다양한 문화적 토대가 마련된 곳이기도 하다. 프랑스 남서부의 관문 격인 툴루즈 아래에 위치한 카르카손은 중세 시대 풍경이 절로 떠오르게 만드는 도시다. 카르카손 여정의 하이라이트는 1997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 탐방이다. 외적의 침입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건축한 중세시대 성곽과 건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성벽을 따라 세워진 뾰족한 탑과 망루는 전쟁을 대비한 요새라기보다는 동화나라의 왕자와 공주가 살고 있을 법한 모습을 연상시킨다. 카르카손 성곽의 유래는 기원전 1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로마군대가 이곳에 정착한 켈트족을 몰아내고 성을 지었다. 이후 1209년 카르카손이 십자군에 패한 후 프랑스 루이 9세가 성과 주위를 둘러싼 두 번째 원형 성벽을 쌓아 지금과 같은 원형 성벽 2개가 생겼다. 카르카손 성은 길이 1650m의 외벽, 1250m의 내벽으로 이뤄진 이중구조다. 안쪽 성벽은 485년 서고트의 왕 외리크 1세가, 바깥 성벽은 1285년 필리프 3세가 축조했다. 오랜 시일에 걸쳐 짓다 보니 다양한 건축양식이 혼재돼 있는 게 특징이다.


푸아그라를 얹은 카르카손의 스테이크.
푸아그라를 얹은 카르카손의 스테이크.

고성(古城)을 개조한 호텔도 명물

카르카손 캐슬의 매력은 박제 되지 않은 공간이라는 점이다. 성안에 위치한 시테지역이 압권으로, 성벽에 둘러싸인 시테는 영어로 ‘시티’ 즉 옛 도시, 번화가를 이른다. 미로처럼 이어진 성안 골목길을 따라 상가가 늘어서 있다. 과거 중세시대 사람들이 쓰던 건물에 레스토랑, 바, 카페, 기념품숍들이 들어서 있는데,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 도시를 찾은 듯한 느낌을 물씬 풍긴다. 카르카손 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생 나제르 성당이다. 카르카손이 전성기를 누리던 12세기(1130년)에 지어졌다. 전형적인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이후 보수과정에 고딕양식이 더해졌다. 다양한 문양에 컬러풀한 스테인드글라스도 압권이며 성당의 13세기 라둘프 주교 무덤은 조각 작품으로 유명하다.

또 성당 옆에 자리한 5성급 호텔 드 라 시테(hoteldelacite.com)도 명물이다. 고성을 개조한 호텔로 1920년부터 3대째 운영 중이다. 총 60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으며 고전적이면서도 품격 있는 분위기로 세계 유명 인사들이 묵고 간 명소다.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콩탈 성 또한 카르카손 성 구시가에서 핵심적 건축물로 꼽힌다. 13세기 건축된 콩탈 성은 이를테면 ‘성 안의 성’이다. 당시 한 영주가 살았던 곳으로, 3중 성벽으로 이뤄진 난공불락의 요새는 단 한 차례도 외부 침입을 허용한 적이 없었다. 콩탈 성벽 위에 올라서면 카르카손 시내를 굽어볼 수가 있다. 오렌지색 지붕을 이고 있는 고풍스러운 도시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 김형우
성균관대 철학과, 관광경영학 박사, 한국관광기자협회장, 청와대관광정책자문위원, 서울시관광진흥자문위원 역임


TIP 여행메모

가는 길
에어프랑스가 인천~파리, 파리~툴루즈(1시간 소요)를 운행한다. 툴루즈~카르카손은 자동차로 1시간, TGV열차편으로 40여분 남짓 걸린다.

여행 팁
연계관광=카르카손은 품격 있는 여정을 즐기기에 적당한 곳이다. 럭셔리 숙소와 식도락 명소 그리고 다양한 레포츠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중세도시와 바스티드 생 루이 사이에는 걷기와 자전거 등을 즐길 수 있는 쾌적한 코스가 마련돼 있다. 펙-마리 언덕, 카바예르 호수도 찾을 만한 명소다. 수상레포츠·승마·미니골프 등을 즐길 수 있다.   

◇숙박=카르카손에 운치 있는 호텔이 여러 곳 있다. 그중 ‘호텔 드 라 시테(www.cite-hotels.com/hotels/hotel-de-la-cite)’가 제일 고품격 숙소로 통한다. 신고딕 양식의 건물로, 생 나제르 대성당과 인접해서 고대 주교의 궁전으로 쓰였던 곳이다. 호텔 전용 야외 수영장, 성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테라스바 등 부대시설도 운치 있다. 지역 주요 관광코스 가이드 투어도 가능하다. 이밖에도 호텔 메르큐르 포트 드 라 시테(www.mercure-carcassonne.com), 호텔 베스트 웨스턴 르 동종(www.hotel-donjon.com)도 명소로 꼽힌다. 동종호텔 레스토랑, 라 브라세리 르 동종에서는 전형적인 남부 프랑스 요리를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