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18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 코스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여자 골프 2라운드 경기 18번홀에서 태국의 아리야 쭈타누깐이 퍼팅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 : 조선일보 DB>
2016년 8월 18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 코스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여자 골프 2라운드 경기 18번홀에서 태국의 아리야 쭈타누깐이
퍼팅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 : 조선일보 DB>

“쭈타누깐은 지구인이 아니에요.”

태국의 에리야 쭈타누깐(21)이 어느 정도 장타를 치느냐고 물어보자 김세영(23)은 이렇게 한마디로 정의했다. 김세영은 “나는 기록상 LPGA투어 최장타자인 미국의 렉시 톰프슨과 거리 차이가 없다”며 “나도 장타자라고 생각하지만 쭈타누깐은 어떤 선이 있다면 그 선을 넘어섰다”고 했다.

그는 쭈타누깐과 같은 조에서 플레이할 때 ‘장타 대결’이라고 불리는 것도 쑥스럽다고 했다. 김세영이 드라이버 잡고 치는 것보다 쭈타누깐이 3번 우드나 2번 아이언으로 치는 티샷이 더 멀리 갈 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쭈타누깐의 장타 능력은 정말 선을 넘어선 느낌이다. PGA투어에서도 중상위권은 된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올 시즌 LPGA의 공식 기록에는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가 268.28야드로 13위를 달리는 것으로 나와 있다. 올 시즌 드라이버를 빼놓고 참가하는 경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이는 3번 우드와 2번 아이언 거리의 중간쯤으로 이해할 수 있다.

쭈타누깐의 3번 우드 비거리(캐리)는 250야드, 2번 아이언은 230야드라고 한다. 여기에 탄도가 낮아 공이 구르는 런(run)도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많다. 내리막 홀에서 3번 우드로 300야드 가깝게 간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9번 아이언으로도 160야드를 보낸다.


티오프 전에 음악 들으며 리듬 타

그가 드라이버를 잘 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방향성에 확신이 없고 거리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뒤바람에 기대지 않고 내리막 코스가 아닌 곳에서 드라이버샷으로 300야드 이상을 때릴 수 있는 유일한 선수라는 평가다. LPGA투어 해설을 많이 하는 임경빈 아카데미원장은 “탄력이 좋은 몸에 체중이동도 잘하고 손목의 코킹도 다른 선수에 비해 많기 때문에 장타가 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쭈타누깐은 거구처럼 보이지만 키는 170㎝ 정도다.

쭈타누깐은 올해 5승을 올리며 한국 선수들과 리디아 고의 대결 양상으로 굳어져 가던 LPGA투어 구도를 흔들어 놓았다. 세계랭킹 2위, 상금랭킹 2위로 리디아 고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쭈타누깐이 강해진 건 장타능력 때문만은 아니다. 올 시즌 첫 메이저였던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리디아 고에게 역전패를 당한 뒤부터 독특한 프리샷 루틴을 만들었다. 샷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한번 미소를 짓는 것이다. 어린 시절 자주 쓰라린 역전패를 당해서인지 그는 “코스에서 행복을 찾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곁을 지켜준 쭈타누깐의 어머니도 딸을 재촉하지 않는 편안한 성격이다. 김세영은 “엄마가 참 좋으신 분”이라며 “우리끼리는 ‘보살님’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공 멀리 치는 걸 자랑하는 선수는 무섭지 않다. 골프는 중압감을 이겨내고 꼭 넣어야 할 마무리 퍼팅에 능한 선수들의 무대다.

쭈타누깐은 점점 더 무서운 선수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티오프를 하기 전 쭈타누깐은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가볍게 리듬을 탄다. 골프코스에서 평온한 일상의 느낌을 가지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라운드를 마치면 합장을 하며 감사해한다.

한국 선수들과 친하고 한국 음식을 즐겨먹으며 간단한 한국말도 잘하는 쭈타누깐은 이미 한국 선수들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선수가 됐다. 앞으로 이 선수가 얼마나 더 성장할지, 한국 선수들은 어떻게 맞설지 지켜보는 것도 LPGA 투어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