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무르익는 시절, 강원도 양양에서는 최고의 미식거리, ‘송이’를 만날 수 있다. 양양 구룡령 깊은 산골에서 송이를 채취하는 모습. <사진 : 김형우>
가을이 무르익는 시절, 강원도 양양에서는 최고의 미식거리, ‘송이’를 만날 수 있다. 양양 구룡령 깊은 산골에서 송이를 채취하는 모습. <사진 : 김형우>

10월의 초입, 높고 푸른 하늘 아래 월동준비에 들어선 초목의 화려한 변신이 시작되는 즈음이다. 솜털처럼 부푼 억새가 산릉선을 뒤덮고, 연보랏빛 들국화며 오솔길에서 만나는 숲속의 자작나무, 옻나무가 저마다 노릇노릇 발그스레한 자태를 뽐낸다. 집 밖을 나서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시절, 맛있는 별미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이맘때 계절의 진미를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 강원도 양양이다. 지금 양양에서는 자연이 준 최고의 미식거리, 귀족 버섯 ‘송이’를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망망대해를 돌아 모천으로 회귀하는 연어 떼의 장관 또한 이 가을 양양 남대천 물길 위에 펼쳐진다. 별미를 맛보고 이색 풍광까지 목도할 수 있으니 이만한 이색 여정이 또 없다.

풍성한 미식거리가 쏟아지는 가을철, 최고의 미식거리를 꼽자면 단연 송이가 으뜸이다.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 이라는 별칭을 얻고 있는 송이가 제철을 만났다. 송이는 가을이 시작되는 9월 초순부터 나기 시작해 10월 하순까지 약 40~50여일 정도 딸 수 있다. 하지만 올해는 전반적으로 철이 늦게 든데다 마침 한여름 오랜 폭염으로 송이 포자 생육이 원활치 못해 초반 작황이 부진했다. 하지만 추석 연휴 이후부터 본격 채취가 시작돼 최근에는 채취에 활기를 띠고 있다.


해뜨기 전에 따야 단단하고 맛있어

송이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연한 육질에 아삭아삭 씹히는 질감, 그리고 입안 가득 퍼지는 은은한 솔 향이 압권이다. 특히 미식가들은 이른 아침 따온 싱싱한 것을 흙만 털어내고 날것으로 먹어야만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국내 대표적 송이 산지로는 강원도 양양, 경북 봉화, 영덕 일원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양양 사람들은 설악-오대산 자락 솔밭의 것이 최고임을 자부한다. 대체로 위도 38도선에서 해풍을 받고 자란 푸성귀가 맛과 영양이 좋은데, 송이 또한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다.

요즘 강원도 양양군 설악산-오대산 일원과 현북면 대치리, 명지리, 어성전리, 서면 논하리, 구룡령 길목 등 깊은 산속에서는 송이 채취가 한창이다. 햇살이 내려앉지 않은 이른 아침 비탈진 솔밭에서는 삼삼오오 송이 채취에 나선 사람들을 간간이 만날 수 있다. 송이는 해뜨기 전에 따야 더 단단하고 맛있기 때문이다.

한편 양양군의 경우 올해는 지난 추석 연휴 이후부터 본격 송이 경매가 시작됐다. 9월 하순부터는 제법 송이가 출하되기 시작해 요즘은 하루 500~700㎏의 송이가 출하 중이다.

초가을 작황 걱정에 비하면 수확이 풍성하다. 따라서 9월 29일 현재 1등품 경매가가 1㎏당 35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2등품은 28만원, 3등 23만원, 4등 18만원 , 5등 15만원선이다.

아랫녘은 작황이 더 좋다. 9월의 끝자락 경북 영덕은 하루 5t씩, 울진은 1~2t씩 출하되고 있다. 따라서 1㎏당 경매가도 양양지역보다 10만원 가량이 더 저렴하게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올 시즌 이 같은 작황에도 불구하고 송이 채취 농민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최근 들어 온난화와 솔잎혹파리의 영향 등으로 국내 송이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송이 채취 농부들은 송이가 왜 귀족 버섯일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들려준다. 송이는 일단 생장 조건부터가 까다롭다. 물과 공기, 토양 등 어느 하나 제대로 맞지 않으면 자라지 않는다. 특히 나는 곳 또한 20~60년생 소나무 밑에서만 자란다. 소나무는 땅바닥 가깝게 그물 같은 실뿌리가 형성돼 있는데, 그 뿌리 마디를 따라가며 자연송이의 포자가 피어난다.

토양도 주요 생장 요소다. 화강암이 풍화된 푸석푸석한 땅이 제격이다. 너무 건조해도, 늘 축축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일조량도 중요해 정글 같은 어두운 숲속, 낙엽이나 솔잎이 너무 많이 덮여 있는 땅에서는 송이가 나지 않는다.

기온 또한 낮 기온이 섭씨 26도를 넘어서면 안 되고, 밤 기온도 10도 이하로 떨어져서는 안 된다. 가끔 안개비 정도가 스치며 맑고 신선한 날씨가 유지돼야 한다. 이맘때가 딱 제철이다.

이처럼 까다로운 생장 조건 때문에 송이는 아직 양식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근자에는 중국산 등이 은밀히 반입돼 국산 송이 행세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양양군에서는 송이 채취 농민들이 모여 양양송이영농조합법인을 출범시키고 양양산 송이에 홀로그램 등이 입혀진 특수 띠를 두른 ‘지리적 표시제’도 실시하고 있다.

◆송이요리=생송이를 그냥 먹기도 하지만 살짝 익혀 먹으면 송이의 쫄깃한 맛과 진한 솔 향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프라이팬에 살짝 구워서 소금에 찍어 먹는 게 일반적 요리법. 송이 미식가들은 애호박과 송이를 썰어 소금을 흩뿌려 살짝 볶아내는 호박송이볶음도 송이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요리로 추천한다.

◆오래 보관하려면=송이는 상온 보관을 할 수 없다. 짧은 기간 저장할 때는 포장된 박스 그대로 혹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뚜껑을 덮거나 랩으로 싼 후 냉장고에 보관한다. 장기간 저장할 경우 송이의 뿌리 부근에 붙어있는 흙을 털어낸 후 찬물에 씻어 깨끗한 상태로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최대한 급속 냉동시켜 보관한다.

◆영양도 최고=송이는 본래 성질이 서늘하고 열량이 적어 몸에 열이 많거나 비만인 사람에게 권할 만하다. 또 핏속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고 혈액순환을 좋게 해 나이가 들면서 운동량과 기초대사량이 떨어져서 나타나는 동맥경화, 심장병, 당뇨병, 고지혈증 등에도 잘 듣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마디로 최고의 건강식인 셈이다.


남대천으로 회귀하는 연어가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양양 연어사업소에서 쳐둔 그물을 넘으려 하고 있다.
남대천으로 회귀하는 연어가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양양 연어사업소에서 쳐둔 그물을 넘으려 하고 있다.

양양 남대천에 펼쳐지는 ‘연어 회귀’의 장관

가을이 무르익는 시절, 강원도 양양에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연어의 회귀다. 10~11월 동해안 연어 회귀 사업을 펴고 있는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양양 연어사업소를 찾으면 연어의 회귀를 목도할 수 있다. 북태평양을 휘돌아 수년 만에 고향을 찾는 연어 떼의 귀향 행렬,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 알을 낳기 위해 물줄기를 힘차게 거슬러 올라오는 연어의 몸짓은 생명의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손가락만한 치어로 고향을 떠나 수년 동안 3만 2000㎞ 망망대해를 떠돌다 태어난 냇가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은 불가사의 그 자체다. 연어, 장어 등 모천 회귀성 어족은 땀 한 방울을 물에 타서 수백억배로 희석시켜도 그 냄새를 알아 낼 수 있을 만큼 뛰어난 후각을 지녔다고 한다. 때문에 자기가 태어난 하천에서 한 달 남짓 살고도 3~4년이 지난 후, 입력된 수중 생태계 냄새를 좇아 정확히 모천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장관이 가을철 양양 남대천 일원에서 펼쳐진다.


TIP 여행메모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강릉 IC~7번국도~양양읍

양양의 별미 어디서 먹을까?
◇송이=양양 읍내 식당가에서는 송이요리를 맛볼 수 있다. 주로 한우전문점에서 송이 1~2개를 얇게 썰어 놓고 2인분 4만원선에 내놓는다. 고기와 함께 구워 먹는 맛이 별미다. 칼국수 집에서는 송이칼국수를 1만원에 맛볼 수 있다.
◇연어=연어는 양양 읍내 천선식당 등지에서 구이와 훈제, 조림 등으로 맛볼 수 있다. 바다연어는 양양어시장을 찾으면 마리당 1만(수컷)~1만5000원(암컷)에 구입할 수 있다.
◇섭국=양양의 또 다른 별미는 섭국이다. 자연산 섭(담치)의 쫄깃한 육질이 일품이다. 양양에는 섭국전문 맛집으로는 양양읍내‘해촌’등이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