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절대 조건은 주역(周易)과 직관(直觀)을 할 수 있는가에 있다.

중국 청나라 이정은 우리나라의 <동의보감>에 앞서 <의학입문>이라는 책을 썼다. 그는 이 책을 내면서 “주역을 모르면 의(醫⋅질병 예방과 치료)를 논하지 말라”고 했다.

흔히 주역이라고 하면 괘(卦)를 뽑아 길흉을 점치는 것을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주역의 본질이 아니다. 주역은 자연의 이치를 깨달아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다. 학문으로 주역을 몰라도 주역이 되는 사람이 있는데, 이들은 이치(理致)를 아는 사람이다.

이치를 알면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뿐 아니라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다. 본질을 꿰뚫어 보는 것을 ‘직관(直觀)’이라 한다. 이치를 모르면 겉으로 보이는 증상이나 검사의 결과를 논할 수는 있어도 숨어있는 병의 본질이나 변화의 조짐은 읽을 수 없다. 그래서 이정이 “주역을 모르면 의를 논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리더도 이치를 모르거나 직관을 갖지 못하면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없다. 사건의 본질이나 변화의 흐름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절대조건은 건강한 뇌다.


기억력·계산력 등 뇌 기능 나이 들수록 퇴화

건강한 뇌도 나이가 들면 약해진다. 같은 조건을 타고 났어도 어떤 사람은 신체 나이보다 많이 나빠져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반대로 아주 젊은 뇌를 유지하고 있다.

노화가 빨리 진행돼 뇌가 많이 늙어버린 것을 퇴행성 치매라 한다. 이런 퇴행성 치매의 대표주자가 알츠하이머치매다. 치매 바로 전 단계를 ‘경도인지장애’라 하고 그 전 단계를 ‘임상적 정상’이라고 한다.

임상적 정상은 치매로 향하는 뇌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검사로 병이 든 근거를 찾을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진단 결과는 정상이란 뜻이다. 문제는 진단이 정상이라도 뇌는 계속 변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 나아가 변화가 곧바로 치매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다.

그리고 이 정도의 변화로는 직장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당장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리더는 다르다. 기억력과 계산력을 바탕으로 수읽기를 하는 프로기사는 삼십세가 넘으면 세계 1인자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 이해력과 사고력 등 일부 뇌 기능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수록 원숙해지지만 기억력이나 계산력 등 대부분의 뇌 기능은 나이가 들수록 퇴화한다.

리더에게 요구되는 조건 중 세상 이치를 아는 것과 직관을 할 수 있는 능력은 뇌의 모든 기능이 건강해야 가능하다. 이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뇌가 건강할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

뇌는 많이 손상되기 전까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나이가 들수록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으므로 젊어서부터 뇌 관리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건강한 뇌는 리더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도, 노후의 삶의 길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 김철수 원장
연세대 의대 학사,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수련의, 경희대 한의학과 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