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의 45세 박인자(가명)씨는 오빠와 언니를 대신해 치매 환자인 90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어머니는 망상이 심해서 마치 귀신이 들린 것처럼 때때로 사람이 돌변한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집에 나쁜 사람이 들어와 있으니 빨리 쫓아내라고 한다며 진료 도중에 집에 가야 한다고 난리를 친다. 어린 시절 도둑이 들었던 일이 있었는데, 그 기억 속에 갇히면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한다. 이럴 땐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힘이 세지고 말도 통하지 않는다. 박씨는 그런 어머니를 보면서 자신의 미래도 이런 모습일까 생각하면 몸서리난다.

2012년 전국치매역학조사를 보면 2016년 현재 65세 이상 인구 중 치매 환자 비중은 약 10%(약 7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자료에 따르면 치매 환자 비중은 204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중 약 12%인 200만명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인구 대비 환자 비중은 2%밖에 늘지 않지만 고령화 현상 때문에 노인치매 환자수는 약 세 배나 되는 200만명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치매 환자 2050년 270만명으로 증가 예상

같은 기간 노인 인구는 약 700만명에서 1600만명 이상으로 많아진다. 10년이 더 지나 2050년이 되면 치매 환자는 27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는데, 내가 그 안에 들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이 수치는 65세 이상 전체에 대한 통계일 뿐이다. 나이가 들수록 치매 환자는 더 늘어난다.

지금도 8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약 3분의 1이 치매 환자라는 통계가 있다. 그 누구도 치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더구나 100세시대를 살게 될 지금의 리더들은 길든 짧든 치매가 될 가능성이 더 많다. 비록 치매에 걸렸어도 6개월 이하로 앓다가 운명하면 치매로 인식하지 못하고 그냥 노환으로 인식한다. 노환이 치료를 통해 수명이 길어지면 치매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100세시대에는 노환보다 치매를 앓다가 운명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노환으로 치매가 될 경우에는 박씨 어머니처럼 간병하기가 크게 힘들지 않을 수 있다. 기력이 쇠약해지고 정신이 오락가락하지만 문제 행동을 일으키거나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간병이 필요한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본인의 삶의 질을 생각한다면 치매에 걸리지 않아야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뇌가 좋아졌기 때문에 수명도 길어졌다. 뇌가 좋아진 것처럼 뇌의 노화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서 충분히 늦출 수 있다. 자신이 치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일찌감치 자각하고, 습관을 바꾸고, 몸과 마음을 관리하고, 정기적으로 적극적인 예방치료를 받아야 한다.


▒ 김철수
연세대 의대 졸업, 의사 가정의학과 전문의, 경희대 한의학과 졸업,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