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이 제품에는 천연 큐빅이 세팅되어 있습니다.” 어느 날 백화점에서 우연히 듣게 된 점원의 설명이다. 젊은 여성이 귀걸이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는데, 친절한 말투로 여성에게 응대하는 점원의 설명이 제법 그럴듯하게 들렸다. 디자인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귀걸이에 사용된 천연 큐빅은 다이아몬드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필자는 직업병처럼 어디를 가도 주얼리가 먼저 보이고 주얼리에 대한 대화는 멀리서도 잘 들린다. 이날도 지나가다 우연히 눈을 돌린 주얼리 매장 점원의 목소리가 나에게는 너무나 또렷이 들렸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주얼리에 대해 관심이 많은 소비자라면 이 점원의 설명에서는 큰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천연 큐빅’이라고 설명한 부분에서부터 오류는 시작된다.

다이아몬드는 보석 중 가장 높은 가치를 갖고 있다. 과거부터 높은 가격의 다이아몬드를 대체하기 위해 다양한 스톤이 사용됐는데, 천연석 중에는 다이아몬드와 유사한 무색의 사파이어, 토파즈가 대표적이다. 보석 중 외관의 유사성으로 대체돼 사용되는 보석을 유사석(類似石)이라고 한다. 즉, 사파이어나 토파즈는 다이아몬드의 유사석이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다이아몬드 유사석은 큐빅이다. CZ라고도 불리며 정식명칭은 큐빅 지르코니아(Cubic Zirconia)다. 천연 큐빅 지르코니아도 존재하지만, 그 결정의 크기가 너무나 작아 주얼리에서는 사용되지 않으며, 대부분의 큐빅 지르코니아는 합성으로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 큐빅 지르코니아는 천연석인 다이아몬드와는 큰 차이가 있는 엄연히 다른 합성 스톤이다. 그러므로 앞서 언급한 점원의 설명은 ‘귀걸이에 사용된 합성 큐빅 지르코니아는 다이아몬드와 유사합니다’라고 정정돼야 한다.

근래 들어 이슈가 되고 있는 또 다른 다이아몬드 유사석으로 합성 모이사나이트(moissanite)가 있다. 합성 모이사나이트는 탄소로 이루어진 다이아몬드와는 달리 규소탄화물로 이루어졌다. 초기에는 공업용으로 개발됐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다이아몬드 유사석으로 사용됐고, 미국의 유명 백화점 중 하나인 메이시스(Macy’s)에서 합성 모이사나이트만을 판매하는 쇼케이스를 따로 둘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합성 다이아몬드가 생산됐다는 뉴스가 발표된 이후 소비자들의 다이아몬드에 대한 의심이 부쩍 늘었다. 합성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같은 화학구조·결정구조를 갖고 있으며, 광학적·물리적 특성 또한 거의 같다. 하지만 1954년 GE(General Electric)에 의해 처음 생산된 합성 다이아몬드는 주로 보석이 아닌 대리석과 같이 단단한 것을 자르거나 연마하는 공업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천연다이아몬드와 유사석을 구분하기 위해 현미경을 이용하거나 자외선, 굴절률 등을 활용한 전문적인 검사를 한다. 이외도 다이아몬드 테스터를 사용해 손쉽게 거의 대부분의 유사석을 구분할 수 있다. 열전도 특성을 활용한 이 테스터는 기계의 침과 같은 형태의 금속부분에 다이아몬드로 추정되는 스톤을 가져다 대면 된다. 테스터가 가한 열에 인해 스톤의 온도가 얼마나 빨리 식는가로 간단하게 테스트 하는 것이다. 기계 없이 투시효과를 활용한 방법도 있다. 다이아몬드 나석의 납작한 부분을 글자가 인쇄된 종이 위에 올려놓았을 때 일반적으로 글자가 보이면 유사석, 보이지 않으면 다이아몬드다.

(왼)천연 다이아몬드 - Fin이라는 글자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오)다이아몬드 유사석 - F와 i가 어렴풋하게 보인다.
(왼)천연 다이아몬드 - Fin이라는 글자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다이아몬드 유사석 - F와 i가 어렴풋하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