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솥밥은 솥에 쌀밥을 담고 결결이 부순 도미살을 비벼 올린 것이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이신영>
도미솥밥은 솥에 쌀밥을 담고 결결이 부순 도미살을 비벼 올린 것이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이신영>

1980년대 초반까지 접대식사의 주무대는 한정식집이었다. 그러다 강남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며 일본 음식점으로 흐름이 바뀌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일본 음식점이 생겼고 이제는 특별함을 잃었다는 평을 받는다. 간판만 다를 뿐 어딜 가나 엇비슷한 음식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일본에는 없는 한국화된 음식들이다. 지루하고 뻔해졌다는 얘기다. 흔한 한국식 일본 음식이 아닌, 일본 현지 그대로의 음식을 솜씨있게 내어주는 ‘쥬안(壽庵)’이 주목받는 이유다.

쥬안은 일본 가나자와시의 유명 가이세키요리(전통 코스요리) 제니야(錢屋)와 제휴한 형태로 운영된다. 제니야의 시무라 류이치(志村龍) 요리장이 2012년 개업 때부터 음식을 책임지고 있다. 초창기에는 고급 가이세키요리를 내다 ‘갓포요리(즉석에서 만들어 제공하는 요리)’를 추가하며 대중성을 넓혔다. 엄선된 일본산과 제철의 국내산 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만든다.

접대에 어울리는 ‘오마카세 코스(조리장에게 메뉴 구성을 일임하는 주문방식)’는 1인당 13만원과 20만원 두 종류다. 올해 5월의 구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식전주로 작은 잔의 청주를 음미한다. 이어서 차가운 모둠 전채요리가 나온다. 두 종류의 달걀요리와 연어초밥, 문어조림, 새우찜, 오리로스와 오이고추, 토마토젤리로 구성된다. 일본 특유의 간결하며 세밀한 구성이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조리방식이 돋보인다.

가리비살, 새우, 방울토마토, 아스파라거스의 모둠 튀김에는 데미그라스, 우스터 간장, 치리즈의 세 가지 소스가 곁들여진다. ‘덴푸라(묽은 반죽의 튀김)’가 아닌 고운 빵가루를 입혀 튀긴 것이 특징이다.

쥬안의 호젓한 룸의 모습(위). 두툼한 한우 안심에 빵가루를 입혀 튀겨낸 ‘규 프라이’.
쥬안의 호젓한 룸의 모습(위). 두툼한 한우 안심에 빵가루를 입혀 튀겨낸 ‘규 프라이’.


엄선된 일본산 재료 사용

금태(눈볼대) 구이가 이어진다. 제주와 남해에서 주로 잡히는 생선으로 부드러운 속살과 바삭한 껍질이 조화롭다. 기름의 고소함도 일품이다. 안동산 한우를 굽고 생죽순과 두부를 곁들여 달큰하게 조려낸 나베(냄비)요리가 다음 순서다. 마지막으로 솥밥이 등장한다. 이곳의 대표음식으로 항상 준비되는 텐바라솥밥(새우튀김과 채소튀김을 부숴 시소잎과 섞어 밥에 비빈 것) 외에 제철재료를 사용하는 솥밥들이 계절마다 준비된다. 겨울에는 대게솥밥, 봄에는 가리비솥밥과 옥돔솥밥, 여름에는 장어솥밥, 가을에는 송이솥밥 등이다. 재료의 종류에 따라 다시(양념국물)가 다르게 들어간다.

도미솥밥에는 생선머리와 가다랑어포 다시가 쓰인다. 쌀밥에 결결이 부순 도미살을 비벼 솥에 담아낸다. 갓 지은 고슬한 밥알에 생선살의 감칠맛이 대단하다. 같은 재료를 쓰지만 우리와는 다른 그들의 식문화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솥밥을 먹는 방법은 세 가지다. 먼저, 그냥 한 공기 떠서 먹어본 후 다음 공기는 ‘오차즈케(밥에 찻물을 말아먹는 방식)’로 즐긴다. 그러고도 넉넉히 남은 솥밥은 주먹밥으로 만들어 포장해 주니 집에서 다시 한 번 즐길 수 있다.

차가운 모둠 전채요리는 달걀요리, 연어초밥, 문어조림, 토마토젤리 등으로 구성된다.
차가운 모둠 전채요리는 달걀요리, 연어초밥, 문어조림, 토마토젤리 등으로 구성된다.


보양음식 자라 맛볼 수 있어

주소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 72길 12전화 02-512-4833휴무일 매주 일요일, 명절
주소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 72길 12
전화 02-512-4833
휴무일 매주 일요일, 명절

즉석에서 만들어 즐기는 갓포요리로 ‘규 프라이’라는 소고기 튀김이 가장 인기있다. 두툼한 한우 안심에 빵가루를 입혀 육즙이 느껴질 만큼만 튀겨낸다. 돈가스 같은 모양새지만 좋은 재료와 훌륭한 기술이 느껴지는 고급음식이다. 데미그라스소스를 듬뿍 적셔 먹으면 좋다.

‘사바 보우즈지’는 길게 만든 고등어초밥의 겉을 살짝 구워낸다. ‘스키야키’는 얇게 썬 채끝살에 우엉, 두부와 대파가 곁들여진다.

우리에게는 특별한 기호식품으로 일부에서만 즐기는 자라가 일본에서는 대중적이다. 여름이면 보양음식으로 인기 높다. 쥬안에서도 자라를 구이와 냄비요리로 자신있게 낸다.

작지만 깔끔하며 고급스럽다. 무엇보다 세밀한 배려와 서비스가 돋보인다. 품격있는 정통 일본음식까지 더해지며 단골층이 든든하다. 갓포요리를 찾는 젊은 고객들도 많다.

쥬안은 폭탄주가 제조되고 팁이 남발되는 한국형 일식집과는 다른, 세련되며 제대로 된 일본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호젓한 룸도 좋지만, 조리과정을 눈으로 즐길 수 있는 카운터석에서 식사를 권한다.

솥밥 종류는 조리에 시간이 걸리기에 미리 주문해 두는 것이 좋고, 코스메뉴는 예약이 필요하다. 다양한 주류가 준비되며 술 반입료는 병당 3만5000원이고 양주는 7만원이다.


▒ 박태순
동국대 토목공학과, 주간조선, 베스트레스토랑 등에  맛 칼럼 연재, NS홈쇼핑요리대회 심사위원


차가운 모둠 전채요리는 달걀요리, 연어초밥, 문어조림, 토마토젤리 등으로 구성된다.
차가운 모둠 전채요리는 달걀요리, 연어초밥, 문어조림, 토마토젤리 등으로 구성된다.

Recommends Menu 4

1 오마카세 코스 일본 전통 가이세키요리의 요리장 추천 코스

2 솥밥 제철 고급재료로 만드는 감칠맛 나는 비빔솥밥

3 규 프라이 육즙이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한우 안심 튀김

4 사바 보우즈지 겉을 살짝 구운 고등어초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