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종억(70) 통일문화연구원 이사장은 에이지 슈트와 관련해 아마추어로는 전설적인 기록을 갖고 있다. <사진 : 조선일보 DB>
라종억(70) 통일문화연구원 이사장은 에이지 슈트와 관련해 아마추어로는 전설적인 기록을 갖고 있다. <사진 : 조선일보 DB>

‘이렇게 100세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골퍼가 있다. 미국의 105세 할아버지 거스 안드레원옹(翁)이다. 미국 PGA 최고령 회원인 그는 지금도 1주일에 3차례씩 9홀 라운드를 즐긴다. 9홀 기록은 보통 42타. 18홀을 돌면 대부분 에이지 슈트(age shoot)다. 그는 “프로골퍼는 골프를 하기 위해 산다”고 한다.

1911년생인 그는 캐디 출신으로 1939년 PGA 멤버가 됐고 프로 생활을 거쳐 제2차세계대전에 참전한 뒤 30년간 클럽 프로로 일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자전거 페달 돌리기, 스트레칭 등을 하고 수영도 한다. 저녁을 먹은 뒤 산책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과다. 규칙적인 생활이 건강의 비결이다. 그는 2년 전 플로리다주 사라토사의 팜 에어CC 레이크코스 14번홀(파3·113야드)에서 최고령 홀인원을 기록했다. 당시 83타를 쳤다. 그는 “인생은 하루하루가 축복이며 어떤 행운이 올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많은 골퍼들이 사이클 버디, 70대 타수, 18홀 올 파, 홀인원, 알바트로스 등 다양한 기록을 골프 버킷 리스트에 올린다. 그중에서도 ‘에이지 슈트(age shoot)’를 가장 값지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18홀 라운드를 돌 수 있는 건강과 비거리를 낼 수 있는 체력을 갖춰야 하고, 함께 라운드 할 동반자, 경제적인 여유까지 고루 갖춰야 가능한 일이다.


규칙적 습관… 골프도 인생도 하나로 통해

라종억(70) 통일문화연구원 이사장은 에이지 슈트와 관련해 아마추어로는 전설적인 기록을 갖고 있다. 2008년 캐슬파인 골프장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9개를 쳐 63타로 대한골프협회 에이지 슈트 인증서(한국 나이 63세 기준)를 받았다. 그 이후로도 지금까지 7차례나 에이지 슈트를 기록했다. 얼마 전에도 뉴서울 골프장에서 69타를 쳤다. 그에게 비결을 물어본 적 있다. 그는 “골프는 내 인생의 동반자라고 생각하는 게 비결이에요”라고 했다. 그가 건강과 골프에 들이는 정성은 대단했다. “골프를 잘 치려면 먼저

‘골프 몸’을 만들어야 한다”며 매일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스트레칭 1시간, 골프 연습 1시간, 근력 운동을 2시간씩 한다. “평소 잘 쓰지 않는 근육에 스윙이 배어들려면 최소 3000번 이상 같은 동작을 반복해야 한다”고 했다. 1968년 골프에 입문한 그는 “공자의 ‘일이관지(一以貫之·하나의 이치로 모든 것을 꿰뚫는다)’라는 말처럼 골프도 인생도 결국 하나로 통하더라”는 골프 철학을 갖고 있다.

다음에 소개하는 골퍼의 에이지 슈트는 너무 당연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황금 곰’ 잭 니클라우스(76) 이야기다. 5월 9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에서 이븐파 72타를 기록했고, 바로 직전 라운드에서는 73타를 쳤다고 했다. 메이저대회 최다승(18승)을 비롯해 마스터스 최다승(6승) 및 최고령 우승(46세) 기록을 갖고 있는 니클라우스는 자신의 텃밭인 오거스타에서 에이지 슈트를 기록하고는 “선수들이 경기하는 챔피언티가 아닌 멤버티에서 쳤지만 내 나이에 에이지 슈트를 연속으로 두 번이나 한 것은 정말 기쁜 일”이라며 활짝 웃었다.

전설적인 선수였든, 평범한 주말 골퍼든 ‘내 나이가 어때서~’라고 흥얼거리며 에이지 슈트를 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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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지 슈트(age shoot) 18홀 경기에서 나이와 같거나 적은 스코어를 내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