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리우의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젊은이들. <사진 : 블룸버그>
브라질 리우의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젊은이들. <사진 : 블룸버그>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곳은 브라질이다. 그중에서도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다. 현재 겨울이긴 하지만, 원래부터 ‘뜨거운’ 이미지인데다 지금은 지구촌 스포츠대축제인 하계올림픽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듣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삼바의 리듬과 보는 이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화려한 의상도 뜨겁다. 단지 이것만으로는 리우의 열기를 표현할 수 없다.

태양이 작열하는 코파카바나 해변, 찰랑찰랑한 보사노바 리듬이 느껴질 듯한 이파네마, 현지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레블론 비치 등 세계에서 가장 낭만적인 해변이 리우를 감싸고 있다.

태양과 해변보다 더 뜨거운 존재는 바로 사람, 브라질리언들이다. 리우 해변을 걷자면 태양을 즐기며 걸음걸이 자체가 춤추는 듯한 이들과 마주친다. 해변에는 손바닥보다 작은 비키니 차림의 현지 여성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출근을 위한 알람 따위는 절대 켜놓지 않을 듯한 사람들과 함께 카페딩요를 마시며 세계 3대 미항(시드니·나폴리·리우데자네이루)을 바라본다. 이것이 브라질에서의 하루다.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진정한 ‘핫’플레이스가 마침 문을 활짝 열어놓고 기다리고 있다.

‘1월의 항구(River of January)’란 아주 아름다운 이름을 지닌 리우데자네이루는 브라질 동부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항구 도시. 일찍이 세계 3대 미항으로 꼽혀 온 곳이라, 직접 다녀온 이들은 적다지만 그 이름만큼은 유명하다.

각궁처럼 크게 휘어진 해안에는 코파카바나(Copacabana)를 비롯해 이파네마(Ipanema), 레블론(Leblon) 비치 등 아름다운 백사장이 거의 이어지듯 펼쳐지고 뒤편에는 그리 생경하지 않은 마천루와 고급 리조트들이 자리 잡고 있다.


시선 둘 곳 없게 만드는 아찔한 차림의 미녀들

저마다 해변의 특색도 다채롭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코파카바나는 널찍한 해변과 뒤편 해변 바가 근사하다. 현지인들이 물놀이를 즐기러 찾는 레블론은 검은색 바위가 울퉁불퉁 솟아나 풍경이 좋고 자연적으로 생겨난 그늘에서 쉬기 좋다.

규모가 작은 이파네마는 그다지 특별한 자연적 특징은 없지만 지역 자체가 가장 고급 주택가에 있고 해변에 물놀이보다는 일광욕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 다소 조용하고 차분하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외국의 다른 이름난 해변에 비해 이곳에 모이는 여성들의 수영복 차림이 아찔할 정도라 도저히 똑바로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것.

한낮이면 까무잡잡한 피부색의 카리오카(Carioca·리우의 젊은 여성)들이 몰려나와 물놀이를 즐기는데, 아슬아슬 끈 한 가닥만으로 이뤄진 티백(T-Back) 팬티는 어디서 나눠주기라도 하는 듯 예사 차림이다. 이곳에서는 과감한 비키니를 입어도 너무도 평범한 나머지 정장을 차려입은 듯 착각이 든다. 상의 또한 그렇다. 수영복을 벗어놓으면 모두 한손에 쥘 수 있을 정도다.

리우데자네이루 예수상 <사진 : 이우석>
리우데자네이루 예수상 <사진 : 이우석>


‘신 세계 7대 불가사의’ 꼽히는 거대 예수상

해안이 끝나는 암반지대에는 마이산처럼 봉긋 솟은 산이 버티고 섰는데, 이 덕택에 다소 무미건조할 수 있는 해변 풍경이 멋지게 변신한다. 미항 소리를 듣는 것은 바로 이 ‘빵산’ 덕분이다.

실제 이름은 설탕덩어리를 뜻하는 팡데아수카르(Pao de Acucar)지만, 바케트 빵을 연상하게 하는 이 산의 생김새 때문에 한국인들은 거의 빵산이라 부른다. 높이는 396m에 불과하지만 해변에 가파르게 수직으로 솟아있어 아래서 보나 위에서 보나 풍경이 멋들어진다. 본디노(bondinho)라는 거대한(75인승) 케이블카를 타고 오를 수 있다.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오르는 이 산에서 리우 해변의 경치를 조망하고 역시 ‘필수코스’인 코르코바두(Corcovado) 언덕으로 향한다. 파리 에펠탑이나 뉴욕 자유의 여신상, 서울 N서울타워처럼 리우를 대표하는 상징과 같은 ‘거대 예수상’이 있는 곳이다. 해발 710m 절벽의 꼭대기에 우뚝 선 예수상은 1931년 브라질의 조각가 다 시우바 유스타가 브라질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조형물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키가 30m이며 세상을 안을 듯 활짝 벌린 양팔도 28m다. 당시 최첨단 건축술이 동원돼 ‘신 세계 7대 불가사의’에 꼽혔을 정도로 웅장한 위용을 자랑한다.

브라질에선 아침에 누구나 마시는 커피인 카페딩요 한잔을 맛보는 것으로 하루를 활짝 연다. 덩어리 설탕과 커피가루를 함께 주전자에 넣고 끓이는 카페딩요는 시내 어디서나 마실 수 있으며 값도 싸다. 아마존 열대 과일 아사이 주스와 커다란 고기 덩어리를 들고다니며 썰어주는 요리인 추하스코 역시 꼭 맛봐야 할 아이템이다.

누구도 토를 달지 않을 리우 열정의 끝은 바로 축구다. 세계에서 가장 큰 축구경기장이 이곳에 있다. 마라카낭 경기장에는 무려 8만명이 들어갈 수 있으며 언젠가 19만9954명이 입장한 적도 있다. 이때 기네스북에 올랐다.

삼바 카니발은 실망스럽게도 퍼레이드가 경기장에서 열린다. 삼바드로메(sambadrome) 퍼레이드 전용 시설은 700m 길이 공간 좌우로 7만개의 관람석을 마련해놓았다. 입구 홍보관에선 직접 삼바 의상도 입어보고 사진도 찍을 수 있다.


▒ 이우석
성균관대 미술교육학과, 여행기자협회 회장, 14년째 여행·맛집 전문 기자로 활동 중


TIP 여행정보

가는 길
리우데자네이루로 가는 길은 많다. 지구 정반대 편이니 어느 쪽으로 가든 상관없다. 대한항공이 상파울루(미국 경유)에 취항하고 있지만 반대로 가도 비행시간은 비슷하다. 대한항공이 27시간 55분 걸리는데 터키항공을 이용하면 30시간이 채 안 되니 약 2시간 차이다. 중간에 짐을 한번 찾고 입국심사를 받아야 하는 LA공항보다는 이스탄불이 경유하기에 낫다. 인천에서 부친 짐이 상파울루까지 간다. 가격적 매력도 있다. 확실히 저렴하다. 상파울루 과룰류스 공항에서 리우데자네이루 공항까지 약 1시간 20분 걸린다. 버스로는 6시간.

각종 정보
수도는 상파울루가 아니고 브라질리아다. 세계에서 5번째로 영토가 큰 나라(851만㎢)이며 인구는 2억명이다. 포르투갈어를 쓰며 영어가 통용되지 않는 곳이 많다. 로만가톨릭 인구가 가장 많다. 환율 1헤알(BRL)은 약 348원. 리우의 8~9월은 한겨울에 해당한다. 낮 최고 20~24도의 선선한 날씨지만 해변 태양은 뜨겁다. 리우와 시차는 정확히 12시간. 전압은 110~120V, 60㎐에 플러그는 2구짜리를 사용한다.

교통요금 및 호텔비는 타 남미국가에 비해 다소 비싼 편이다. 특히 리우 물가는 서유럽이나 미국 대도시 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