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에 결정적 힘이 되는 것은 돈보다 사람, 내 편을 들어주는 동지다.

얼마 전 지인에게 재미있는 건배사를 들었다.

‘누나’ ‘언니’란 건배사였다. 그 뜻을 들어보니 누나는 ‘누가 나의 편인가’, 언니는 ‘언제나 니 편’에서 머리글자를 딴 말이란다. 리더에게 이 건배사가 통하는 것은 구성원을 내 편으로 만들고, 내 편인가 확인하고, 언제까지나 내 편이었으면 하는 리더의 심리가 있어서일 것이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전 장관에게 지지를 표명하며 한 말이 “나는 그녀 편이다(I’m with her)”다. ‘잘해보라’며 팔짱 끼고 지켜보거나 ‘얼마나 잘하나 보자’, 하다가 안 되면 ‘내 그럴 줄 알았지’라며 시세에 편승해 평가하려는 것이 아니다.

‘편이 된다, 편을 먹는다’는 것은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고 함께 뛴다는 의미다. 심지어 판세가 불리하고 패배하더라도 손잡아준다. 실제로 리더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업에 결정적 힘이 된 것은 돈보다 사람, 내 편을 들어준 동지”라고 말한다. 아군과 적군, 적과 동지가 혼재하거나 분간하기 힘든 때일수록 리더는 ‘언제나 니편’이라고 외쳐주는 ‘동지 같은’ 부하가 그립다. 말로만 충성하고 뒤에선 배신하는 면종복배(面從腹背)가 아닌 ‘간과 쓸개를 서로 꺼내서 대봐’라고 하면서까지 내 편임을 확인하고 싶다. 반대파와의 싸움은 그러려니 하지만 ‘어제의 동지’가 치는 뒤통수는 아프다 못해 아리다. 아첨에는 휘둘리지 않지만 배신은 우려한다. 의심이 가는 내 편은 확실한 적보다 더 무섭다.


‘불안한 동침’은 결국 배신으로…

대부분의 리더가 ‘배신’의 배(背)만 나오면 필요 이상으로 푸르르 떨고 파르르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다. 등신은 견딜 망정 배신은 좌시하지 못한다며 어금니를 악문다.

“브루투스(Brutus) 너마저” 외마디를 남기며 쓰러져간 로마 황제 카 이사르(Caesar)의 최후는 많은 리더에게 최악의 트라우마다. 팔목의 팔을 잡아주는 내 편인지, 내 발목을 잡는 네 편인지 헷갈릴 때 진이 빠진다. 힘이 빠지면 ‘밥과 휴식’이 약이지만 진이 빠지면 약이 없다. 때론 충신이랍시고 공개석상에서 “아니옵니다”라며 내놓는 반대가 건설적 직언인지 대놓고 하는 저항인지 의심암귀로 헷갈리며 고민에 빠진다.

내 편, 네 편할 때 쓰는 ‘편’은 한자로 편(便)이다. 편은 사람 인(人)과 고칠 경(更)이 합쳐진 글자다. 경은 말과 소등을 길들이는 채찍을 뜻한다. 여기에서 사람이 말과 소 등 가축을 도구로 편리하게 길들이는 것을 뜻한다. 내 편을 만든다는 것은 결이 나게 길들이는 것이다. 내 편은 공짜로도, 강짜로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길들이기’는 다수 대 다수의 일반적이고 무의미한 관계에서 1 대 1의 특수하고 유의미한 관계로 진화함을 뜻한다. 어떻게 궂을 때나 맑을 때나 ‘언제나 네 편’을 외칠 내 편을 만들 것인가.

가장 기본적인 것은 이익으로 묶는 것이다. 상사가 보상을 줄 수 있다고 기대할 때 구성원은 충성을 서약한다. 지금 당장이 아닌 미래 가능성을 보여줘도 그렇다. 보상과 보답의 상호거래를 바탕으로 한 이해관계는 내 편 만들기의 기본이다. 여기에서 그치면 ‘불안한 동침’을 하다 결국 배신으로 파탄나기 쉽다.

‘리더의 보상’이란 탄환이 바닥나면 구성원은 매정하게 충성을 끊기 때문에 필요하다. 임기 말기 리더들은 종종 ‘왜 나는 권력 말기 굳건히 옆을 지킨 좌청룡 우백호가 없는가’라며 한탄하곤 한다. 이는 거래 이상의 명분, 가치관을 같이하지 못한 채 계산기만 두드린 당연한 결과다.

둘째는 꿈, 즉 이념과 비전을 공유하는 것으로 연대하는 것이다. 리더는 신하의 능력으로, 신하는 리더의 권력을 이용해 꿈을 이루고자 하는 상부상조의 관계다.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과 저우언라이(周恩來)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표면적으로는 상하관계였지만 이면적으로는 공조 관계였다. 저우언라이의 명성과 인기는 퉁명스럽고 현실적인 상관인 마오쩌둥을 앞질렀지만 결코 추월하려 하지 않았다. 공유가치가 같았고 그 목표를 이루는 데 있어서 마오쩌둥이 앞서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란 것을 저우언라이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셋째는 정으로 엮는 것이다. 한국의 조직문화에서 작용하는 독특한 요인이다. 오랜 세월 동고동락했거나 어려운 시기를 도와줬다는 정으로 엮는 것이다. 한 중소기업의 L사장은 자신의 홍위병이라 칭하는 이너서클(핵심층)을 사내에 운영한다. 이들이 어려움을 겪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우선순위로 해결해준다. 이 이너서클의 직원이 ‘주인이 전셋값을 올려달라고 하는데 전셋값이 부족해 고민’이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 부동산전문가를 섭외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내 편 만들기 3요소, 이(利)·꿈·정

자신의 VIP고객, 지인을 만날 때 참석시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으며 견문을 넓히게 해주기도 한다. 또 직원의 부모님이 아프면 부탁하기도 전에 자신이 아는 유명 전문의를 연결해준다. 지금까지 임원 이직률이 소수점 이하라는 L사장의 ‘내 편 만들기’ 지론은 간결했다. 같은 팔로어라도 다 똑같이 대하지 않고 내 사람인 경우엔 확실히 밀어주고 도와준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충성의 강도는 정성에 비례합니다. 좋아하게 하는 것만으론 2% 부족합니다. 비위를 맞추기보다 인생의, 일의 문제 해결사가 돼주는 것, 그것이 내 편 만들기에 효과적입니다. 직원의 위기는 어쩌면 리더의 기회라고나 할까요.”

프레드 댄스로(Fred Dansereau) 미국 버팔로대 경영학과 교수는 VDL(Vertical Dyadic Linkage·상하 짝관계)이론을 통해 내 편, 네 편을 내집단(In group), 외집단(Out group)으로 설명한다. 겉으로 보이는 공식구조 이면에 드러나지 않는 비공식적 관계가 존재한다. 내집단에 속한 구성원들이 조직에 더 큰 충성과 몰입을 보이며 소외된 외집단 구성원들보다 만족도가 더 높다는 것이다.

또 리더 역시 내 편이라고 믿는 내집단 구성원들에게 더 중요한 일을 맡기고 소통이나 위임도 더 많이 한다. 팔은 서로 안으로 굽으며 발전해가며 ‘우리가 남이가’를 형성해간다는 것이다. 단 이때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저울과 거울이다. 저울은 내 사람의 잣대를 ‘나에게 잘하는 사람’이 아닌 ‘조직에 유익한 사람’으로 보려는 기준이다. 거울은 내가 정한 기준을 잘 지키고 있는가 스스로 비추는 성찰을 의미한다.

리더인 당신, 영원한 내 편이 그립고 아쉬운가. 아니 내 편까지는 아니더라도 뒤통수를 치는 사람만 없어도 다행이라고 생각지는 않는가. 그렇다면 내 편 만들기의 3요소 이(利), 꿈, 정을 점검해보라. 리더인 당신, 지금 몇겹으로 내 편을 만들고 있는가. 혹시 공염불의 ‘누나(누가 나의 편인가)’만 외치고 있지는 않은가.


▒ 김성회
연세대 국문학과 석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경영학 박사. 언론인 출신으로 리더십 경영자로 활동. 주요 저서 <성공하는 CEO의 습관>

김성회 김성회CEO리더십 연구소장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