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산맥 자락에 위치한 피에몬테 지역은 산과 호수가 빚어내는 빼어난 절경에 이탈리아 명품와인과 토속 별미를 맛볼 수 있는 미식기행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곤돌라에서 바라 본 마조레 호수.<사진 : 김형우>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지역은 장대한 알프스를 품고 있는 곳이다. 연중 알프스의 만년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차가운 빙하수가 모여든 호수에는 동화 같은 풍광이 이어진다. 특히 피에몬테의 자연 속에서는 미식의 본향, 이탈리아의 저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멋과 맛이 담겨 있다.

광활한 구릉지대에는 와이너리가 펼쳐지고 신선한 치즈를 생산하는 소떼가 초지를 누빈다. ‘고대 도시유적’으로 대별되는 이탈리아의 이미지와는 또 다른 속내가 담긴 매력 있는 터전이다.

여름 시즌 남부 유럽의 햇살은 무척 따갑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도 쿨바캉스를 즐길 만한 유명한 피서지가 있다. 바로 북부 피에몬테 지역이다. 알프스 인접 스트레사 지역에는 멋진 경관의 호수가 있다. 마조레 호수가 그것으로, 호수 속의 섬 투어가 매력 있는 관광 코스다. 호수 위에 떠 있는 작은 섬들은 그야말로 그림 같은 캐슬들을 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섬이 ‘이솔라 벨라’. 벨라섬이다. 뭍에서 유람선으로 10분 정도면 닿는 곳으로, 17세기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다. 벨라섬은 보로메오가문 소유의 여름 별장으로, 잘 가꾼 정원이 압권이다. 궁전 외부에는 층마다 다른 레벨의 식물군을 식재해 이탈리아식 가든을 가꿔놓았다. 70년에 걸쳐 완성했다는 건물은 각기 다른 대리석 조각으로 궁전바닥을 장식한 일명 ‘베니시안 테라조’ 양식의 모자이크가 특징이다.

섬 정상부 가든에는 그리스신화를 재현해 놓은 듯한 조각상으로 빼곡하다. 일각수를 지닌 유니콘을 비롯해, 제우스신과 주피터, 삼지창을 든 포세이돈, 하체는 말이고 상반신은 사람인 켄타우로스 등 다양한 작품이 세워져 있다.

마조레 호수의 또 다른 명물은 ‘페스카토리’ 섬이다. 일명 ‘어부들의 섬’으로도 불리는 곳으로, 섬이 물고기처럼 길쭉한 모양이다. 중심폭이 100m, 길이가 300m에 불과한 작은 섬에는 6명 남짓의 어부가 멸치만한 물고기 트라우트 페르치고를 잡고 산다.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섬이라서 그런지 이곳에는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많이 산다.

마조레 호수에서 섬 투어를 마친 후 찾는 곤돌라 기행도 묘미가 있다. ‘모테로나산’ 정상을 오르는 스키장 곤돌라에 오르면 푸른 마조레 호수와 점점이 떠있는 그림 같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탈리아 알프스의 만년설

중세도시 살루조와 트레킹 명소 ‘발마보브스’

중세도시가 잘 보존된 살루조는 피에몬테 지역 중에서도 한가롭고 행복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토리노 남쪽, 슬로시티 브라 인근에 자리한 살루조는 삶의 격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공간으로 정평이 나있다. 살루조의 여유로운 일상은 광장의 모닝커피로부터 시작된다. 신문을 펼쳐든 노신사, 친구들과 정담을 나누는 아주머니들 모두가 따뜻한 커피 한 잔과 마주하고 있다. 광장 주변 고풍스러운 건축물을 구경하다 시선을 멀리 돌리니 만년설을 이고 있는 알프스 산자락이 눈에 들어온다. 어디에서 많이 본 듯한 그림, 영화사 파라마운트를 소개하는 배경 화면의 산이 바로 살루조 인근의 알프스산자락이다.

걷기 열풍은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피에몬테지역에도 우리의 둘레길과 같은 곳이 있다.

‘발마보브스’가 그곳인데, 정감 넘치는 트레킹의 명소다. 마을을 지나 뒷산에 오르는 5km 남짓 트레킹 코스는 점판암 지붕에 산딸기, 석류, 익모초, 크랜베리꽃 등 이탈리아 농촌의 풍광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주인 떠난 빈집 벽에 걸린 농기구며 낡은 구두, 자전거 등이 1950년대 이전의 유럽 농촌 풍광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피에몬테 스타일의 그리니시(브래드스틱)와 빵

동계올림픽 개최한 토리노가 중심지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느릿한 전경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이 길은 ‘다빈치 투어 코스’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이곳에서 돌을 구해다가 조각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피아트 자동차와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유명한 토리노가 바로 피에몬테의 중심도시다. 토리노는 로마처럼 번성하지는 못했지만 18세기 사보이왕국의 수도로 도심 곳곳에 고풍스러운 건물과 궁전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역사문화기행지로도 제격이다. 토리노 여행의 시작은 센트럴 광장에서 출발한다. 광장에 있는 사보이왕국의 궁전에 들어선 박물관을 둘러보고 2층 시티투어버스에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토리노는 유럽의 오래된 도시가 그렇듯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처럼 옛 건물이 잘 보존돼 있다.

토리노의 중심으로는 포강이 흐른다. 강변에 바와 커피숍이 들어서 있는 등 시민들의 휴식공간이다. 포강은 규모가 파리의 센강과 흡사하다. 이곳에도 유람선이 운행되고 있는데, 시설은 센강의 것만 못하다. 토리노의 또 다른 명물은 링고토. 옛 피아트자동차공장을 리노베이션해 문화공간으로 거듭난 곳이다. 옥상 위 둥그런 공 모양의 버블 피아노 연주장, 쇼핑몰, 르메르디앙호텔, 레스토랑 등이 입주해 있고 옥상에는 드라이빙테스트를 했던 스피드웨이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탈리아의 통일을 이룬 사보이왕가의 로열 레지던스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토리노 인근 곳곳에 자리한 궁전 중 라코니지성은 사보이왕가의 취향을 생생히 엿볼 수 있다. 라코니지성은 우선 규모부터가 웅장하다. 180만㎡의 부지에 길이만도 3km에 이른다. 18세기 건축가 루이스 빅터가 만들었는데 사보이왕가가 사냥을 좋아해 로비에는 각종 동물 형상의 부조가 세워져 있다. 궁전은 하나의 거대한 갤러리다. 3000여점의 그림과 초상화가 걸려 있는가 하면, 시계 수집이 취미였던 한 여왕의 시계컬렉션도 볼 만하다. 또 사진작가인 엘레나 몬테네그로 여왕의 19~20세기 사진물도 함께 전시돼 있다.

왕궁 인근에는 보태니컬가든으로 꾸며진 조류센터가 있다. 두루미, 황새, 오리, 원앙 등 다양한 조류를 감상할 수 있다.


▒ 김형우
성균관대 철학과, 관광경영학 박사, 한국관광기자협회장, 청와대관광정책자문위원, 서울시관광진흥자문위원 역임


TIP 여행 정보

가는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인천공항~밀라노(말펜사공항)를 주 3회 운항한다. 11시간 30분 소요.
말펜사공항에서 토리노까지는 자동차로 2시간이 걸린다. 밀라노~토리노 간 고속열차는 1시간 소요. 일반 열차는 1시간 55분이 걸린다.

여행정보
피에몬테주관광부(www.centroestero.org), 토리노관광청(www.turismotorino.org)

김형우 스포츠조선 여행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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