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인 스트레칭보다 몸을 데워주는 워밍업이 비거리도 늘리고 부상도 예방할 수 있다.
정적인 스트레칭보다 몸을 데워주는 워밍업이 비거리도 늘리고 부상도 예방할 수 있다.

골프장에서 첫 홀 티샷을 하기 전 캐디가 골퍼들에게 스트레칭하게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목을 돌리거나 기마 자세로 몸통을 좌우로 비틀기도 한다. 양발을 교차해 허리를 굽히고, 손목과 발목을 풀어주는 자세도 포함돼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하기 전에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 운동선수들도 시합 전 스트레칭을 한다. 스트레칭을 하면 운동 능력이 향상되고 부상 방지 효과도 있다. 하지만 기계적으로 단조롭게 따라 하는 스트레칭은 운동 능력 향상과 부상 예방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

왜 그럴까? 흔히 사람들이 하는 스트레칭은 팔다리 근육을 늘여주거나 관절을 굽혔다 폈다 하는 정도다. 대부분 정적인 동작들이다. 이런 스트레칭은 해도 운동 능력 향상을 별로 기대할 수 없다. 심지어 정적인 스트레칭을 하면 근육 파워가 2~2.8% 감소할 수 있다는 외국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도 있다. 스트레칭을 하면 근육과 인대가 에너지를 저장하고 꺼내서 사용하는 능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몸을 푸는 것이 가장 좋을까? 인체의 각 기관은 혈액을 통해 산소와 영양을 공급받는다. 그런데 달리기, 던지기 등의 운동 동작을 하면 팔과 다리가 평소보다 많은 일을 한다. 골프의 경우 팔로 클럽을 휘두르고, 두 다리로 걷고, 홀컵에서 볼을 꺼내려고 허리를 숙이는 등의 동작을 반복한다. 이들 동작은 팔다리 근육이 파워를 내야 하고 관절이 부드럽게 잘 움직여야 가능하다. 그러려면 팔다리에 혈액이 많이 공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몸을 약간 데워주는 것이 좋다. 이를 워밍업(warming up)이라고 부른다.

즉 단순히 근육과 관절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몸을 데워줘야 운동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헬스클럽 등에서 PT(퍼스널 트레이닝)를 받아본 사람들은 대개 운동 전에 5~10분쯤 트레드밀 걷기나 실내자전거(스피닝) 타기를 먼저 한 뒤 본격 근력 운동을 했던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트레드밀 걷기나 실내자전거 타기는 근력이나 심폐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몸을 데워주기 위해서다.


첫 홀과 마지막 홀만은 걸어라

땀이 약간 날 정도로 몸을 데운 뒤에 운동을 하면 근력 강화 효과를 얻을 수 있고 부상도 방지할 수 있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티샷 전에 단조로운 정적 스트레칭만 하지 말고 몸을 데워주는 동작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1~2분쯤 가볍게 제자리 뛰기를 하거나 태권도의 앞차기 동작을 하면 좋다. 맨손체조 중에서 ‘양팔 벌려 뛰기’도 권할 만하다.

골프장에서 이런 동작을 하면 유난을 떤다고 구박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적인 스트레칭이 아닌 동적인 스트레칭을 해야 드라이버 비거리도 멀리 나가고 부상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동적인 스트레칭을 하면 드라이버 비거리가 6~12m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골프를 재밌게 오래 즐기려면 워밍업과 쿨링다운(cooling down)은 필수다. 만약 워밍업과 쿨링다운을 하기 어려우면 첫 홀과 마지막 홀은 카트를 타지 말고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걷는 것을 권장한다. 자연스럽게 몸을 데우고 식혀주는 효과가 있다.


▒ 서동원
고려대 의대 졸업, 정형회과. 재활의학과 전문의, 하버드 의대 스포츠손상 및 스포츠의학 연수, 2012년 런던 올림픽 국가대표팀 주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