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널드 트럼프의 ‘사기 골프’가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의 ‘사기 골프’가 화제가 되고 있다.

1990년대 어느날 아침, 미국 롱아일랜드 가든시티골프클럽에서 당시 미국 스포츠잡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에디터인 마크 멀보이는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와 골프를 치고 있었다. 6번홀을 돌다 갑자기 폭풍우 경보가 내려 잠시 쉬었다가 그린으로 가보니 라운드 중에 보지 못했던 공이 하나 있었다. 공은 홀 3m 거리에 붙어 있었다. 멀보이가 “이건 누구 공이지?”라고 하자, 트럼프는 “내거야”라고 했다. 멀보이는 “도널드, 아까 러프에 있었는데 공이 그린에 있을 리가 없지”라고 하자, 도널드는 “아, 나는 늘 속임수를 쓰는 사람들하고 치니 그들과 보조를 맞추려면 나도 속임수를 쓸 수밖에 없거든”이라고 응수했다. 트럼프가 남 몰래 슬쩍 공을 놓아두는 속칭 ‘알까기’를 했다는 증언이었다.

지난해 9월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도널드 트럼프는 골프에서 속임수를 쓰는가?’라는 제목으로 트럼프와 함께 골프를 친 사람들을 취재해 쓴 기사의 시작 부분이다. 트럼프는 이런 사실이 있었느냐는 확인 요청에 “나는 그가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전면 부인했다.

최근에도 트럼프가 라운드 중 각종 속임수를 쓴다는 증언이 나왔다. 복싱 6체급 세계 타이틀을 석권했던 복싱 영웅 오스카 델라 호야(Oscar de la Hoya)의 말에 따르면 트럼프는 첫 번째 홀에서 멀리건을 3차례 받았고, 네 번째 샷도 잘못 나가자 페어웨이에 부리나케 먼저 가서 ‘알까기’를 했다. 티박스에서 깃대만 보이는 파3홀에서도 OB(Out of Bound)지역으로 공을 쳐 놓았다.

이번에도 부랴부랴 먼저 그린에 가서 홀 1m 안쪽에 공을 알까기한 뒤 퍼팅도 하지 않고 컨시드(다음 샷이 홀에 들어간 것으로 인정하는 것)를 받아냈다고 한다. 각종 막말 파문에도 불구하고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사실상 확정한 트럼프는 이런 주장에 대해 “델라 호야와 라운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 명문 골프장 17곳을 소유한 트럼프는 프로 수준인 60대 타수를 여러 번 쳐봤다고 주장하는 자칭 ‘골프 고수’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명사들의 골프 실력을 소개하면서 트럼프가 핸디캡 4라고 주장하는데, 사인된 스코어카드를 확인해봐야 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이런 증언이 맞다면 트럼프가 정말 좋아하고 잘 한다고 주장하는 이 스포츠는 명백히 골프가 아니다. 골프 비슷한 속임수 게임이다. 이런 이야기에 가슴 뜨끔한 주말 골퍼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골프 규칙은 두꺼운 책 한권 분량인 데다 골프에 오래 몸담은 사람도 가끔 규칙이 헷갈릴 정도로 까다롭다. 그런데도 심판 없이 양심에 따라 규칙을 지키며 하는 스포츠다. 그래서 함께 라운드를 해보면 사람됨을 알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NOT GOLF’ 거꾸로 쓴 ‘플로그톤(FLOGTON)’

모처럼 친구들끼리 부담 없이 자연을 즐기며 가벼운 운동을 하고 싶어 나갔다면 처음부터 골프가 아닌 ‘플로그톤(FLOGTON)’을 하는 게 나을 것이다. 플로그톤은 ‘골프가 아니다(NOT GOLF)’의 영어 철자를 거꾸로 쓴 신조어다. 스콧 맥닐리(Scott McNealy) 선마이크로시스템스 공동 창업자가 2010년 ‘대안골프협회(Alternative Golf Association)’를 만들어 누구나 쉽게 즐기자고 만든 ‘대안 골프’의 규칙이다.

기본 규칙은 △매 홀 ‘멀리건’ 한 개 △홀에 가깝지 않은 방향으로 1.8m 이내에 공을 원하는 곳으로 옮길 수 있게 하기 △3퍼트 이상은 무조건 OK △OB 없이 1벌타만 받고 공이 날아간 거리만큼 페어웨이 옆 러프에 놓고 치기 △페어웨이에서 티 사용 등이다.

플로그톤의 규칙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동반자끼리 페어웨이 디보트나 벙커 발자국 속에 공이 들어갈 경우 가장 가까운 곳에 옮겨 놓고 치도록 하는 등 골프 룰 몇 개를 인간적으로 수정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한 룰은 모두 지켜야 속임수가 아닌 스포츠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