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오픈에 출전한 아마추어 골퍼 3명. 왼쪽부터 정재창씨, 이창석씨, 백행운씨. <사진 : 마니아리포트>
SK텔레콤오픈에 출전한 아마추어 골퍼 3명.
왼쪽부터 정재창씨, 이창석씨, 백행운씨. <사진 : 마니아리포트>

골프 대회에 오픈(Open)이란 명칭이 붙으면 누구에게나 참가할 기회가 열려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아무나 참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자격증을 갖고 있는지는 따지지 않아도 대회에서 겨룰 만한 기본 실력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예선을 치른다. US오픈, 브리티시오픈은 세계 도처에서 예선을 거친다. 지난 5월 22일 막을 내린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SK텔레콤 오픈에는 진짜 아마추어 3명이 출전했다. 이들은 아마추어 국가대표로 활동하거나 프로 선수를 지망하는 주니어 골퍼들처럼 ‘등록 선수’가 아닌 순수 아마추어였다.

이런 아마추어가 프로골프 대회에서 경기를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아마추어와 프로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결과부터 이야기하면 이들 3명은 모두 컷을 통과하지 못해 2라운드를 마치고 짐을 쌌다. 정재창씨가 2라운드 합계 12오버파(+6, +6), 이창석씨가 33오버파(+22, +11), 백행운씨가 34오버파(+15, +19)였다. 아마추어이면서도 고덕호 프로에게 레슨을 받고 있는 정재창씨는 앞서 GS칼텍스 매경오픈 출전 경험도 있었다. 그만 이틀 연속 78타를 쳤다.

이번 대회 꼴찌를 한 백행운씨와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프랜차이즈 업체를 운영하는 백행운씨는 올해 마흔네살로 최종 예선을 3위로 통과했다. 120명씩 2회에 걸쳐 총 240명이 출전한 예선에서 8명이 겨루는 최종 예선에 진출했고 3위까지 주어지는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다. 베스트 스코어는 10년 전 기록한 6언더파이고 요즘도 평균 3오버파를 치는 ‘재야 고수’다. 그는 무엇보다 프로 대회의 코스 세팅이 너무 다르다고 했다.

SK텔레콤 오픈이 열린 인천 영종도 스카이 72 오션코스는 러프가 질기다. 대회를 앞두고 자르지 않은 러프에 공이 들어가면 주말 골퍼는 한 번에 꺼내기도 쉽지 않다.

평소 드라이버 샷이 230~240m 나가는데 러프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치다보니 20m 이상 거리가 짧아졌다. 그래서 두 번째 샷을 200m쯤 보낼 수 있는 유틸리티 20도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린이 단단하고 빨라 온 그린 됐다 싶은 샷도 튕겨 나갔다. 늘 3퍼트를 할지 모른다는 부담감 때문에 자신 있는 스트로크도 안 됐다.


프로의 루틴 따라하라

그는 무엇보다 평소 같으면 보기로 막을 수 있던 트러블 샷 상황에서 더블보기나 트리플보기를 너무 많이 했다고 아쉬워했다. 신중하게 쳐도 될까 말까 한 상황에서 프로 선수들의 플레이에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서두르다 보니 자기 플레이를 할 수 없더라는 이야기였다.

첫날 87타를 친 그는 마지막 라운드엔 ‘7자’를 그려보겠노라고 나섰지만 결국 91타를 기록했다. 그는 “까다로운 조건에서도 멋진 샷을 하는 프로들이 존경스러웠고 눈이 힐링이 된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이 대회를 통해 많은 교훈을 얻었지만 무엇보다 루틴(routine)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최경주 프로도 “주말 골퍼들은 드라이버 샷이나 아이언 샷, 퍼팅을 할 때 일정한 루틴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플레이하려면 자신만의 루틴이 필수”라고 했다.

TV 중계나 대회 현장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의 루틴을 따라 해보면서 자신의 루틴을 만들어 가는 것은 순식간에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비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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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routine) 최상의 운동 수행을 위해 평소에 반복하는 고유한 동작과 절차. 평소 자신의 샷 루틴이 몇초가 걸리는지 체크해보면 거북이 골퍼라는 손가락질을 받을 이유도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