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삼성 같은 통신 전자기기 회사에서만 스마트 워치를 출시했다고 생각한다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핀잔을 들을 수도 있겠다. 태그호이어와 불가리, 몽블랑 등 정통 시계 브랜드에서도 연이어 스마트 워치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체와 가장 밀접한 통신, 전자 장비

몇 년 전 처음 등장한 스마트 워치는 ‘시계’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시계 브랜드가 아닌 통신 전자기기 회사에서 처음 개발된 IT 기기였다. 대부분의 스마트 워치는 전화기의 각종 알림 사항과 수면 패턴 분석, 운동량 체크 등의 기능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외의 기능은 스마트폰에서 굳이 분리시킬 이유가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스크린을 제공할 필요가 없는 기능도 다수였기에, 핏 빗과 샤오미 등의 신생 브랜드는 가격과 크기를 대폭 축소하고 핵심 기능은 그대로 유지한 스마트 밴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스마트 워치와 스마트 밴드는 언제나 살과 맞닿아 있다는 특수성을 갖고 있는 장치이다. 때문에 전화가 울리는데도 소리를 못 듣는다거나, 분실할 위험성이 매우 낮다. 반대로 인간이 기기에 종속된 듯한 느낌을 줄 만큼 지나치게 밀접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아직까지는 스마트폰처럼 대중을 지배하는 장치라 할 수 없지만, 지금의 과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스마트 워치의 존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워치로 2년, 기계식 시계로 영원히
태그호이어 ‘커넥티드’

태그호이어는 지난해 인텔 인사이드와 손잡고 스마트 워치 개발을 시작한다는 사실을 공표하고, 하반기 ‘커넥티드’라 이름 붙인 스마트 워치를 출시했다. 커넥티드는 냉정하게 말해 기능적으로 기존의 스마트 워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시계’라는 물건에 대해 가장 높은 이해를 갖고 있는 전문 워치 메이커의 제품답게 다이얼의 컬러와 디자인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으며, 스트랩 컬러도 다양하다.

물론 애플 워치 역시 다이얼 디자인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고, 스트랩 종류 또한 다양하지만, 전통적인 시계 애호가의 취향을 크게 벗어난 것이라 어디까지나 ‘시계형 IT 기기’로 보일 뿐이었다.

반면 태그호이어의 커넥티드는 누가 봐도 고급스러운 시계의 디자인을 하고 있으며, 베젤과 크라운의 장점도 잘 살려냈다.

커넥티드의 가장 큰 장점은 2년간 품질을 보증할 뿐 아니라 그 이후 1500달러를 지불하면 태그호이어 까레라 기계식 시계로 교환 가능하다는 것이다. 태그호이어의 일반적인 기계식 시계 가격이 300만원을 훌쩍 넘는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커넥티드 1500달러+기계식 무브먼트로 교환 1500달러 = 3000달러. 한화 약 300만원대 초반 예상, 국내 미입고) 매우 경제적인 선택이 아닌가.



기계식 시계로도 손색없는
불가리 ‘디아고노 e 마그네슘’

불가리는 가장 먼저 스마트 워치를 개발한 정통 시계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힌다. 2015년 바젤월드에서 발표한 불가리의 스마트 워치는

‘디아고노 e 마그네슘’. 스위스의 보안 솔루션 전문 IT 기업인 위즈키(WISeKey)와 협업해 탄생한 것으로, 스위스 은행에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높은 보안성을 지닌 칩을 내장해 뱅킹에 최적화돼 있다. 휴대성이 용이한 제품답게 제 3자의 접근을 강력하게 차단하므로 분실한다 해도 금융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데이터 백업까지 가능하다. 이 시계는 기계식 무브먼트를 채택한데다, 완벽한 아날로그 타입의 다이얼 및 핸즈를 적용해 스마트 워치라는 시장 자체가 사라져도 고급 기계식 시계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방수 기능도 100m로 강력해 생활방수 기능 정도만을 제공하는 다른 스마트 워치에 비해 내구성도 뛰어나다. 케이스 소재로는 마그네슘을 사용했다.


전통적 시계의 가치를 그대로
몽블랑 ‘E-스트랩’

몽블랑은 시계 본체에 스마트 기능을 삽입하거나 기존과 전혀 다른 전자식 무브먼트를 탑재하는 방식과 달리, 스트랩에 적용해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스마트 워치를 선보였다. 대표적인 스마트 워치의 기능은 그대로 사용할 수 있지만, 시계 케이스를 비롯한 케이스 내부는 전통적인 기계식 시계의 것을 그대로 사용한다.

E-스트랩은 소형 LCD 창을 통해 갖가지 정보를 전달한다.

이 기기들은 스마트 밴드가 제공하는 모든 기능을 제공하며, 디스플레이를 통해 문자 내용과 전화 건 사람의 정보, 소셜 미디어(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답글 내용까지 표시한다. 시계와 별도의 장치로 존재하기 때문에 기계식 시계 고유의 가치와 디자인을 해치지 않는다는 매력이 있다.

김창규(시계 칼럼니스트) / 사진 : 몽블랑, 불가리, 태그호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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