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완전한 어둠 속에서 펼쳐지는 익스트림 스포츠가 있다. 조명을 켜면 우리가 발을 딛고 선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절경이 펼쳐진다. 수중 동굴 속을 유영하는 동굴 다이빙(Cave diving)이다.

완벽한 어두움, 우주에 있는 듯한 신비감

지구 반대편, 멕시코 남부 유카탄 반도의 건조한 땅 밑엔 긴 강이 흐른다. 먼 옛날 바다 밑이었던 약한 석회암 지반이 침식돼 형성된, 지하수로 가득 찬 수중 동굴의 길이는 총 300㎞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증발하듯 사라진 마야문명의 유적이 묻힌 유카탄 반도의 기나긴 동굴에 다시 인간이 발을 들인 건 불과 30여 년 전의 일. 미로처럼 얽힌 수중 동굴엔 전혀 빛이 들지 않았고, 천장과 바닥은 온통 비죽이 튀어나온 종유석과 석순으로 가득했다.

1980년대 초반, 다양한 국적의 스쿠버 다이버들이 새로 개발된 다이빙 장비의 힘을 빌어 이곳을 탐사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예로부터 원주민들의 식수원이었던, 자연적으로 형성된 우물인 시노테(cenote)를 통해 수중 동굴의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모험심 넘치는 다이버들은 60~70㎏에 달하는 장비를 짊어진 채 미로 같은 동굴을 탐사했고, 다음에 입수할 다이버들을 위해 안전선을 설치했다.

유카탄 반도의 수중 동굴은 세계 어느 곳보다 방대한 규모였기에 비교적 안전한 다이빙 코스도, 오랜 세월 형성된 종유석과 석순이 선사하는 절경도 다른 어느 곳보다 풍부했다. 이곳은 곧 동굴 다이빙의 성지가 됐다. 언론인이자 오랜 경력의 스쿠버 다이버인 로버트 오스본은 동굴 다이빙의 매력을 이렇게 묘사한다. “집 안 복도만한 좁다란 터널을 헤엄쳐 지나면 웬만한 규모의 성당을 충분히 품을 만한 널찍한 공간 한 가운데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동굴 안의 물은 수정처럼 맑아서 마치 허공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조명을 끄면, 그 어둠은 묘사하기 어려울 정도다. 바로 눈앞에 있는 것조차 보이지 않는다. 아마 동굴 다이빙은 우주 공간에 가장 가까운 경험일 것이다.”


자연광 동굴에선 초보자도 가능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케이브 다이버는 ‘신비의 샘’으로 불리는 1878년 프랑스 퐁텐느 드 보클뤼즈(Fontaine de Vaucluse)를 수중 23m까지 탐사한 탐험가 넬로 오토넬리였다. 원시적인 장비로 이뤄낸 쾌거였지만, 어쩌면 그는 운이 좋았을 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로부터 70년 가까이 지난 1954년, 현대적인 스쿠버 다이빙을 창시한 자크 이브 쿠스토가 당시로서는 첨단 장비를 착용하고 같은 곳을 탐사하다 죽을 고비를 간신히 넘겼으니 말이다. 초창기 동굴 다이빙은 탐험가들이 육상 동굴의 물이 채워진 구간을 통과해 동굴 속 더 깊은 곳을 탐사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1970년대 이후 빠른 속도로 스쿠버 장비가 발전하고, 보급됨에 따라 수중 동굴을 유영하며 통과하는 현재의 동굴 다이빙이 가능하게 됐다.

동굴 다이빙을 하기 위해선 다양한 전용 장비가 필요하고, 숙련된 다이버라도 1주일이 넘는 교육 과정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여전히 동굴 다이빙은 가장 위험한 익스트림 스포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좁은 틈에서 유영하다 동굴 바닥에 가라앉은 침전물이 떠올라 온통 시야를 흐릴 수도 있고, 종유석에 장비를 연결한 선이 걸릴 수도 있다. 자칫 조명이 꺼지면 완전한 어둠 속에서 보이지도 않는 안전선을 의지한 채로 좁은 입구까지 길을 찾아 나와야 한다. 미로처럼 얽힌 동굴 속에서 길이라도 잃는다면? 일반적인 오픈 워터 스쿠버 다이빙과 달리 동굴 다이빙은 문제가 생겼을 때 위로 올라가도 물 밖으로 나올 수가 없다. 조금의 실수나 부주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자료에 따르면 연평균 10여명의 다이버가 동굴 속에서 목숨을 잃는다. 직접 탐험에 필요한 장비를 개조, 개발하고 동굴 다이빙 안내서를 저술하며 동굴 다이빙의 경이와 위험을 세계에 알린 선구자 쉑 엑슬리 조차 1994년 다이빙 중에 동굴에서 최후를 맞이했다. 물론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만 수중 동굴 속 경이로운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입구에서 스노클링을 하며 동굴 속 종유석과 석순을 멀리서나마 바라볼 수도 있고, 이틀 동안 비교적 간단한 교육을 받으면 자연광이 들어오는 동굴을 뜻하는 캐번(Cavern)을 다이빙하는 것이 가능하다. PADI, TDI 등 다양한 스쿠버 다이빙 교육단체에서 동굴 다이빙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멕시코 유카탄 반도와 미국 플로리다, 남부 오스트레일리아, 필리핀 세부 등이 동굴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정규영(행복이가득한집 문화교양팀장) / 사진 : 칸쿤 관광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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