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지붕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안전에 취약하다는 뜻이다. 그 취약성에 대비하기 위해 무겁고 단단한 보강재를 덧붙이면서 차체는 더 무거워진다. 지붕을 차곡차곡 접어 넣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공간효율성도 떨어진다. 컨버터블은 여러 차종 중에서 가장 효율성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인간이 오래 전부터 지붕 없는 컨버터블(카브리올레)을 만들어 온 이유는 포기하기 힘든 치명적인 매력 때문이다. 그건 바로 해방감이다.
소프트톱(soft top) : 방수용 천 등으로 만들어 쉽게 여닫을 수 있도록 한 자동차의 덮개. 하드톱(hard top) : 플라스틱 또는 금속판으로 만든 소형 승용차의 덮개.
소프트톱(soft top) : 방수용 천 등으로 만들어 쉽게 여닫을 수 있도록 한 자동차의 덮개. 하드톱(hard top) : 플라스틱 또는 금속판으로 만든 소형 승용차의 덮개.

속도와 자연이 선사하는 매력

자동차의 본질적 매력은 속도다. 인간이 속도를 탐하면서 자동차를 발명했고 그 속도의 욕망을 풀어내기 위해 시속 300㎞가 훌쩍 넘는 차를 만들었다. 하지만 인간에게 시속 300㎞는 필요치 않다. 공간적 또는 다른 물리적 이유로 그렇게 빨리 달릴 수 없으니까. 그런데 컨버터블은 빨리 달리지 않고도 속도를 즐길 수 있는 자동차다. 시속 60㎞만 넘어도 바람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이건 창문을 모두 열어 느낄 수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바람이 창가를 때리는 파열음이 아니라 윈드실드(앞 유리)를 타고 오른 바람이 머리 위로 흐르며 생기는 자연스럽고 생기 넘치는 소리다. 속도감이 주는 해방감과 그 속도에 따라 다양한 소리를 내는 바람은 컨버터블이 가진 치명적인 매력이다.

또한 눈부신 햇살이 한가득 쏟아지는 날이면 히터가 아닌 햇살이 주는 따스함의 생기를 느낄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비가 오는 날에도 지붕을 열고 달릴 수 있다는 것. 차의 속도가 시속 80㎞ 정도를 넘으면 바람이 머리 위로 빠르게 흐르면서 에어 실드(air shield)가 생겨 비가 실내로 들어오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컨버터블은 변신 중

이처럼 컨버터블은 인간의 원초적 욕구와 욕망을 자극하는 차종이다. 그리고 이런 감성적 자극을 원하는 이들이 꾸준하기에 컨버터블은 계속 출시되고 있으며, 차종도 다양해지고 있다. 가장 기본적이며 원초적인 형태의 소프트톱 컨버터블은 아우디 A5 카브리올레와 TT 로드스터, 피아트 500C, 시트로엥 DS3 카브리올레, 재규어 F 타입 컨버터블, 포르쉐 박스터 등이다. 지붕을 패브릭으로 만든 형태로, 무게가 가볍고 톱을 열고 닫는 시간이 짧으며 접었을 때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또한 빗방울이 톱을 때리는 소리가 독특해 소프트톱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드톱 컨버터블은 톱을 닫았을 때 마치 컨버터블이 아닌 것 같은 실루엣을 연출하고 톱을 여닫을 때 마치 차체가 변신을 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BMW 4시리즈 컨버터블, 인피니티 Q60 컨버터블, 메르세데스 벤츠 SLK 등이 있다.

SUV 형태의 컨버터블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프 랭글러. 랭글러는 톱을 여닫는 형태가 아니라 플라스틱 패널을 떼는 방식이다. 손이 많이 가기는 하지만 오프로드를 달릴 때 시야 확보에 도움이 되고 자연에 더욱 가까워진 기분을 준다. 패브릭 소재의 톱을 지퍼와 벨크로 방식으로 여닫는 랭글러 스포츠도 있다.

SUV 명가 랜드로버도 지난해 LA 오토쇼에서 색다른 컨버터블을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이다. 뒤 도어를 떼어내고 앞 도어를 길게 뽑아낸 후에 B필러를 잘라냈다. 이렇게 차체 구조를 변경하고 소프트톱을 얹었다. 그동안 없었던 SUV 소프트톱 컨버터블이 처음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랜드로버 모델 중에서 핸들링이 좋아 온로드 주행감성이 뛰어나다. 여기에 본격 오픈 에어링까지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보크 컨버터블은 하반기 국내 출시가 예정돼 있다.

신형 미니 컨버터블도 올봄 국내에 출시된다. 가장 큰 특징은 소프트톱의 활용성이다. 시속 30㎞ 이하에서 18초 만에 여닫을 수 있고 루프 앞쪽 40㎝만 열어서 선루프처럼 사용할 수 있다. 또 패브릭 루프에 유니언잭을 그려 넣을 수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전 모델보다 차체가 커지면서 트렁크 용량도 25% 넓어진 215ℓ가 됐다. 여러모로 활용성과 효율성이 좋아졌다.

현재 국내에 판매되는 컨버터블은 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가격대도 2000만원 중반부터 7억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남과 다른 카 라이프를 원한다면 컨버터블만한 대안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