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에게 있어 전략이 필요한 건 비즈니스뿐만이 아니다.
매일 똑같은 슈트를 입더라도 TPO에 따라 V존의 전략은 달라져야 한다.

비즈니스맨에게 스타일이란 단순히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 그 이상이다. 비즈니스에 전략이 중요하듯 CEO의 옷차림에도 TPO에 어울리는 패션 전략이 필요하다. 중요한 계약을 하는 자리에선 카리스마 있는 룩으로 주도권을 잡아야 하며, 딱딱한 분위기를 풀어야 할 때는 온화한 느낌의 의상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슈트라는 틀 안에서 대대적인 스타일의 변화를 주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 그래서 준비했다. 슈트, 셔츠, 타이, 행커치프 등 몇 가지 아이템만으로 V존을 완벽하게 연출하는 방법을.

슈트를 입을 땐 셔츠와 타이의 조합만으로도 남자의 패션 센스를 판가름할 수 있다. 셔츠와 타이를 매치하는 기술은 개성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지만, 이도저도 자신이 없다면 무조건 화이트 셔츠를 선택하자. 고급 면 소재로 만든 화이트 셔츠에게 안 어울리거나 입으면 안 되는 상황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특히 비즈니스 슈트와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 그 다음으로 남자들의 옷차림에서 가장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아이템을 꼽으라면 단연 타이다. 타이는 얼굴 가까이에 위치한 아이템이자 다른 아이템에 비해 비교적 색상과 소재, 패턴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고 디자인과 묶는 법에 따라 전혀 다른 무드가 연출된다. 똑같은 화이트 셔츠를 입더라도 강렬한 레드 타이를 매치하면 도널드 트럼프처럼 과감한 인상을, 사선 스트라이프 타이를 매치하면 버락 오바마처럼 신중한 이미지를 어필할 수 있다.


바이어와의 첫 미팅 자리에서

강압적이고 무거운 인상보다 유연한 이미지를 어필하는 것이 좋다. 밝은 컬러의 슈트와 니트 타이로 칙칙함을 탈피할 것. 깨끗한 화이트 셔츠와 실크 행커치프, 만년필은 품격과 신뢰감 있는 이미지 메이킹에 도움을 줄 것이다.

라이트 블루 컬러의 울, 모 소재 슈트는 181만5000원, 화이트 드레스 셔츠는 16만5000원, 모두 브룩스 브라더스. 니트 타이는 까날리, 가격미정. 페이즐리 패턴의 행커치프는 가격 미정, 골드 만년필은 59만원, 모두 S.T.듀퐁.


공식적인 발표 자리에서

CEO의 카리스마를 발휘해야 할 때, 블랙 셔츠와 타이로 진중하고 묵직한 이미지를 연출해보자. 행커치프를 선택했다면 모서리의 뾰족한 부분이 드러나도록 접는 것을 추천한다. 차분하지만 샤프한 인상이 당신의 언변에 힘을 더해줄 것이다.

투 버튼 재킷과 슬림한 블랙 타이, 실크 행커치프는 모두 보스 맨, 가격미정. 씬 칼라 셔츠는 휴고 맨, 가격미정.


주말 점심식사에 초대받았을 때

공식적인 자리는 아니지만 격식을 갖춘 모습이어야 한다. 버튼다운 패턴 셔츠와 샴브레이 타이로 여유로운 캐주얼 룩을 연출했다면,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으로 클래식한 매력을 더할 것. 이때 실크 행커치프를 매치하면 보다 드레시한 느낌을 낼 수 있다.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과 실크 행커치프는 모두 까날리, 가격미정. 페이즐리 패턴의 버튼 다운 칼라 셔츠는 S.T.듀퐁, 19만9000원. 샴브레이 타이는 브룩스 브라더스 레드 플리스, 10만5000원.


해외 출장을 떠날 때

공항에 누군가 마중을 나와 있다면 그때부터 비즈니스가 시작된다는 뜻이니, 슈트를 착용할 것을 추천한다. 다만 오피스가 아닌 점을 감안해 어느 정도 캐주얼한 무드가 허락된다는 걸 기억할 것. 목을 조이는 타이가 불편하다면 차이나 칼라 셔츠에 스카프를 매치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투 버튼 재킷은 85만9000원, 니트 카디건은 32만6000원, 모두 캐롤리나 헤레라. 차이나 칼라 셔츠는 시리즈, 12만9000원. 시폰 소재 스카프는 까날리, 38만원. 은장 펜은 S.T.듀퐁, 가격미정.


중요한 계약이 성사되는 자리에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계약이 이뤄지는 만큼 믿음직한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이땐 간격이 또렷한 스트라이프 아이템을 매치하는 편이 좋다. 타이를 제외한 다른 액세서리 착용은 추천하지 않지만, 꼭 하나를 더해야겠다면 사인할 때 필요한 고급 만년필 정도다.

짙은 네이비 슈트와 스트라이프 셔츠, 사선 스트라이프 타이는 모두 에르메네질도 제냐, 가격미정.


- 글 스타일리스트 유은영(<맨온> 에디터) / 사진 이경호 / 모델 AIN / 헤어&메이크업 김지혜 / 어시스턴트 임지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