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아찔한 굴곡의 아틀란틱로드는 타이어사 TV 광고에 등장해 국내에서도 유명해졌다.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아찔한 굴곡의 아틀란틱로드는 타이어사 TV 광고에 등장해 국내에서도 유명해졌다.

그저 길, 아니 콘크리트 구조물인데도 아름답다. 아틀란틱 로드(Atlantik Road). 한국에서도 꽤나 유명한 길이다. 거친 북해의 노도가 날름대는 도로가 등장하는 국내 타이어사 TV 광고의 배경지였기 때문이다. 이곳은 북유럽 노르웨이 중에서도 중서부에 있다.

세계지도에서 노르웨이를 찾아보면 유라시아 대륙의 최서북단 스칸디나비아 반도가 북해에 맞닿은 곳에 있다. 마치 길쭉한 반도의 껍질만 벗겨낸 듯한 이 해안선은 빙하가 쓸어내린 피오르 지형이라 우리나라 서해 리아스식 해안 못잖게 복잡하다. 말갈기를 닮았다고 하면 이해가 빠르다. 나라의 이름(Norway)처럼 북극을 향해 뻗은 이 나라는 피오르로 인해 계속 끊어지는 길을 터널과 다리로 이었다. 자동차로 생활하는 이에겐 좋지 않은 환경이겠지만 여행자에겐 달리는 내내 근사한 풍경을 선사한다.

가장 매력적인 구간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아틀란틱 로드를 꼽을 수 있겠다. 징검다리와 같은 섬과 반도의 끝자락 곶을 연결하는 길. 위 아래로 솟구쳤다가 다시 이리저리 휘어지는 길. 거친 울음소리를 내며 CF 속 그 장면을 내달리던 차는 필자를 태우고 현실의 아틀란틱 로드를 달린다.

호사가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멋진 길’이라 불리는 아틀란틱 로드는 공식 도로명이 아니다. 크리스티안순(KristianSund)으로부터 북쪽으로 30㎞ 정도 떨어진 헨드홀멘 섬으로부터 베방까지 작은 섬과 육지를 잇는 7개의 다리를 갖춘 64번 도로를 말한다. 총 9㎞ 길이의 이 구간을 따로 떼내 관광지로서 ‘아틀란틱 로드(Atlant erhavsveien)’라 부른다.

최고 포인트는 ‘스토르세이순데트 다리’다. 곡선을 그리며 하늘로 치솟았다 다시 급격하게 떨어지는 다리. 그저 교량이라 부르기엔 아쉬울 정도로 위풍당당한 구조물이다.


악슬라 전망대 정상에서 바라본 올레순 시내 전경 <사진 : 이우석>
악슬라 전망대 정상에서 바라본 올레순 시내 전경 <사진 : 이우석>

빙하가 깎아 만든 피오르의 절경

사실 그동안 노르웨이 곳곳을 다니며 웅장한 대자연의 아름다움은 실컷 감상했다. 노르웨이에서 보았던 인공물 중에선 가장 근사한 것이 바로 아틀란틱 로드다. 대자연을 연결하며 그에 걸맞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환상적 도로.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길을 달려보기 위해 노르웨이 중서부 여행을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르웨이 중서부 여행은 오슬로와 베르겐의 안정적인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크리스티안순과 몰데(Molde), 예이랑에르(Geiranger), 로엔(Loen), 올레순(Alesund) 등 작은 마을의 아름다움은 때묻지 않은 깊은 바닷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기분이다.

예이랑에르는 정말이지 아름다운 곳이다. 높은 땅이 갑자기 절벽처럼 꺼지고 그 안에 차가운 물가 예쁜 마을이 들어앉았다. 절벽 위에서 내려다보는 피오르와 영롱한 불빛을 발하는 작은 마을. 특히 아침이면 농도가 짙어졌는지 거의 거울처럼 모든 것을 반사해내는 피오르의 물이 눈에 들어온다.

잘 알려졌다시피 노르웨이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자원은 바로 피오르다. 빙하기 이후 웬만한 산보다 더 거대한 빙하가 서서히 내려오면서 땅을 긁어내 생겨난 침식지형이 피오르다. 한창 빙하기 때는 그 두께만 해도 수천미터에 이르렀다는 빙하가 긁어내고 남은 땅이 무려 1000m가 넘는다. 협곡의 깊이 역시 몇백미터에 달한다.

그 빙산이 예이랑에르를 조각해냈다. 깎아지른 높은 산으로부터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깊은 협곡까지 수직으로 떨어진다. 그 아래로 비집고 들어온 물에는 이따금씩 페리가 지나는데 전망대에서 보니 소금쟁이만큼 작게 느껴진다. 마을 뒤편 플뤼달슈베트 전망대에 오르면 아찔한 수직 절벽이 피오르를 굽어보고 있다.

실수로 뭔가를 떨어뜨린 다음 잠시 당황했다가 그 물건의 가격과 중요성이 생각난 한참 후에야 부서지는 소릴 들을 수 있을 만큼 높다.

예이랑에르 피오르에서 배를 타고 건너면 남쪽에 노르피오르가 나오는데 이곳에 로엔이 있다. 봄이지만 하얀 얼음을 머리에 인 설산(브릭스달 빙하)을 등지고 요스테달스브렌 공원 속에 들어앉은 로엔 마을 역시 동화 속 풍경이다.


동화속 삽화 닮은 “아르누보의 도시”

‘북유럽의 베니스’ 올레순은 아름답기로 소문난 항구도시다. 4만명이 사는 올레순은 스토르피오르와 예이랑에르 피오르의 입구 바다에 있다. ‘장어 수로(Eel Canal)’란 뜻의 올레순은 이름처럼 물길이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른 가운데, 지붕이 삐죽삐죽 솟아난 19세기 아르누보 양식 건물로 유명한 곳이다. 물은 잔잔하기가 마치 거울과 같고 건물은 하나같이 동화 속 삽화를 닮았다.

카페를 갖춘 전망대에 올라서니 그저 감탄만 터져나온다. 날씨도 그리 좋지 않은데 어쩌면 이렇게 그림 같은 도시가 생겨났는지. 거리는 눈높이에서 봐도 예쁘다. 색깔이며 창문, 장식, 무늬 등이 죄다 예술적인데 이 모든 것이 명경같은 물에 비쳐 2개씩이니 물리적으로 계산해도 감동이 두배가 된다.


▒ 이우석
성균관대 미술교육학과, 여행기자협회 회장, 14년째 여행·맛집 전문 기자로 활동 중


TIP 노르웨이 여행정보

가는길 인천~오슬로 직항편은 없다. 오직 여름에 여행사 전세기로만 뜬다. 터키항공(이스탄불 경유)을 이용하면 인천~이스탄불(10시간30분), 이스탄불~오슬로(5시간)의 여정으로 갈 수 있다. 현지 국내선으로 오슬로~크리스티안순 구간은 약 50분 정도 소요.

렌터카 노르웨이는 국제면허증을 발급받으면 운전이 가능하다. 도로 방향도 한국과 같고 신호 체계 역시 비슷하다. 단 피오르 지역은 터널이 많고 페리를 타야 하는 구간이 종종 있다. 스마트폰의 구글맵을 이용하면 편리한 내비게이션으로 사용할 수 있다. 글로벌 렌터카 회사들이 있는데 이 중 유럽에 기반을 둔 유럽카(Europcar)는 유럽 렌터카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약 25%)을 자랑한다. 차종도 다양하고 보험 등 서비스도 신뢰할 만하다. 국내에선 퍼시픽에어에이전시(PAA)에서 한국 총판매대리점(GSA)을 운영한다. 한국어 예약 홈페이지(www.europcar.co.kr)와 다양한 맞춤형 프로모션, 카탈로그 등 편리하고 유용한 서비스가 많다. 차량은 반납 지역이 달라도 되며 12인승 밴, 4륜구동차 등 미리 옵션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예이랑에르 유니온 호텔은 이 작고 아름다운 마을에서 4대째 이어온 호텔이다. 나무로 지었다가 현재의 건물로 바뀐 지도 30년이 넘는다. 아름다운 지역이라 외졌지만 수많은 명사들이 다녀갔다. 고풍스러운 방도 근사하고 뷔페도 맛있다.

국가 정보 6월은 백야다. 자정 근처까지 훤하고 새벽 3시가 넘으면 밝아온다. 현재 서머타임(3월 29일~10월 25일)을 적용해 한국보다 7시간 늦다. 화폐는 노르웨이 크로네(약 150원)를 쓴다. 전압은 220볼트. 콘센트는 어딜 가나 쓸 수 있다. 대부분 와이파이는 무료이며 도시에선 3G가 잘 터진다. SKT의 경우 데이터로밍 원패스 요금제가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