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의 품에서 특별한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역시 캐나다가 으뜸이다. 그중 ‘캐나디언 로키’는 겨울 여정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매력 있는 곳이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세계 10대 절경,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세계 최고의 명소’라는 수식어가 따르는 앨버타주의 밴프국립공원 일원은 다양한 윈터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겨울 여행지이다. 장대한 로키 설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가운데, 스키와 스노보드로 질주본능을 만끽할 수 있는가 하면, 여름철 차가운 빙하수를 담고 있던 에메랄드빛 레이크 루이스 위에서는 스케이트와 아이스하키, 스노슈잉, 썰매 등 다양한 겨울 레포츠를 체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하염없이 함박눈이 쏟아지는 초록의 가문비나무 숲속, 그 한 장의 그림엽서와도 같은 풍광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눈길 트레킹은 가슴 벅찬 낭만과 몰입을 맛보게 한다. 과연 겨울 로키가 담아내는 진풍경이다.


세계 10대 절경 ‘레이크 루이스’에서 즐기는 겨울 레포츠

로키산맥은 북미대륙 중서부를 남북으로 잇고 있는 거대 산줄기이다. 그중 캐나다 앨버타 산자락은 만년설과 빙하호, 짙푸른 초록의 숲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최고의 경관을 담아낸다. 때문에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 최고의 명소라는 수식어가 따르기도 한다.

‘캐나디언 로키의 보석’으로도 불리는 밴프국립공원은 유네스코 자연유산이자 세계 10대 비경으로 꼽히는 ‘레이크 루이스’를 품고 있다. 만년설을 이고 있는 템플산(3543m), 화이트산(2983m), 니블록산(2976m) 등의 산봉우리에서 녹아내린 차가운 빙하수가 담아낸 에메랄드빛 풍광이 가히 환상적이다.

하지만 여행 마니아들은 해발 1732m에 자리한 빙하호 레이크 루이스의 진수는 한겨울에 맛볼 수 있다고들 말한다. 레이크 루이스는 겨울이면 활기 넘치는 액티비티의 장으로 바뀐다. 섭씨 영하 20~30도를 넘나드는 추위에 폭설이 이어지니 얼어붙은 호수와 그 주변 숲은 천혜의 겨울 레포츠 명소로 변신한다. 그렇다고 우리의 겨울 기온 같지는 않다. 건조한 탓에 뼛속을 파고드는 듯한 추위는 느껴지지 않아 외부 활동을 즐기는 데 큰 무리가 없다.

레이크 루이스(길이 2.4㎞, 폭 1.2㎞)의 본래 이름은 ‘작은 물고기 호수’다. 원주민(인디언)들이 그렇게 불렀다. 하지만 1882년 이방인으로 처음 이 호수를 찾은 토머스 윌슨이 빅토리아 여왕의 넷째 딸 캐롤라인 루이스의 이름을 따서 ‘레이크 루이스’로 다시 이름 지었다.

레이크 루이스 일원은 캐나디언 로키 최고의 트레킹 명소이다. 송진 내음이 짙게 깔린, 침엽수림의 흙길을 따라 이름처럼 맑은 미러 호수, 아그네스 호수 등을 만나고 로키의 절경을 감상하는 산행의 출발점이다. 무려 50여 개의 트레킹 코스를 지니고 있는데, 겨울에는 대다수가 폐쇄된다. 눈사태의 위험 때문이다. 따라서 트레킹 트레일은 대체로 호수 주변 야트막한 숲길을 중심으로 개방된다. 호숫가를 따라 빅토리아 빙하 아랫녘까지, 혹은 미러 호수, 페어뷰 전망대까지 다녀오는 2~3㎞의 완만한 숲길이 주요 코스다.

로키 산맥 주변은 한겨울 8~10m의 눈이 내린다. 때문에 겨울 6개월 동안은 사방이 설국으로 변한다. 이 같은 눈 천지에서는 ‘설피(스노슈잉)’가 긴요하다. 눈밭에서의 설피란 마치 인류가 바퀴를 발견한 것 이상의 멋진 발명품이다. 레이크 루이스에서는 눈 덮인 호수를 걷거나 주변 숲길 트레킹에 나서며 스노슈잉을 즐길 수 있다.

겨울 레이크 루이스는 카누를 즐기던 에메랄드빛 호수에서 스케이팅과 아이스하키를 즐기는 빙원으로 변신한다. 잘 차려놓은 무슨 동계올림픽 경기장 같지는 않지만 빙질도 괜찮아 스피드를 즐기는 데도 부담이 없다. 천연의 빙판에서 아이스하키를 즐기는 젊은이들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레이크 루이스의 겨울 숲길을 즐기는 방법으로는 썰매마차도 있다. 말(馬) 두필이 끄는 썰매로, 바퀴 대신 두개의 썰매를 매단 10인승 마차다. 호수를 따라 이어진 숲길을 2km쯤 가서 에메랄드빛 빙하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 왕복 50여 분이 걸린다.


한 장의 그림엽서와 같은 설경 속으로 ‘에메랄드 호수’

캐나디언 로키의 설경은 과연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설퍼산 곤돌라를 타고 올라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장대한 산줄기의 설경은 가히 압권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눈이 소담하게 쌓인 침엽수림 속에 들어서면 그 매력을 더 만끽할 수 있다. 옥 같은 물빛이 아름다운 요호 국립공원의 ‘에메랄드 호수’에서 그림과도 같은 설경과 마주했다. 하늘을 찌를 듯 빽빽이 들어선 아름드리 전나무, 가문비나무 등이 어우러진 설경은 우리의 낙락장송이 이고 있는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줄기에서부터 뾰족한 잎 끄트머리까지 온통 흰 눈을 두르고 서 있는 숲속 나무들과 부드러운 계곡수의 어우러짐은 마치 무채색 펜화가 펼쳐지는 듯,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앨버타주 밴프국립공원 지척의 요호 국립공원은 브리티시콜롬비아주에 자리하고 있다. 루이스 호수에서 40여 분, 옛날 탐험대의 짐을 나르던 말들이 고개를 넘다 힘에 겨워 뒷발질을 하던 곳이라는 ‘키킹호스 패스’를 넘어야 에메랄드 호수에 다다를 수 있다. 깊은 산중의 호수 치고는 규모가 제법 크다. 폭이 1.5㎞, 길이가 7.2㎞에 이른다. 호수는 이미 11월부터 눈으로 덮여 있다. 한여름 옥빛 호수를 가르던 빨간색 카누는  호숫가에 흰 눈을 수북이 인 채 켜켜이 쌓여 있다.

에메랄드 호수 역시 겨울철 크로스컨트리 등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천혜의 레포츠 명소로 통하는 곳이다. 호수 옆 숲길은 완만한 트레일 코스가 이어져 겨울이면 크로스컨트리 스키 마니아들이 몰려든다. 인적이 끊긴 숲길에는 엘크 등 동물들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고, 곰발톱이 할퀸 나무의 생채기 등을 볼 수 있어 과연 대자연의 중심에 들어섰음을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폭설이 내린 날에는 ‘전방 눈사태 위험!’이라는 트레일 폐쇄 경고판을 내걸기도 해 긴 코스를 체험할 수는 없다.

‘키킹호스 패스’ 밑 마을에는 화물열차 기관사들이 100여 년 전부터 정착해 살고 있다. 동부의 화물열차들이 수백량의 화물칸을 달고 서부 밴쿠버항으로 향하는 길목이다. 밴쿠버에 가까워질수록 화차량은 크게 늘어 대개 300~400여 개의 화물칸이 하나의 대형을 이룬다. 하지만 키킹호스 고갯길을 수백량의 화물열차가 단번에 넘을 순 없다. 따라서 필드마을에는 아예 기관사들이 상주하며 화물객차를 적당량으로 나눠 고개를 넘겨주고 있다. 마을 어귀 국립공원정보센터에는 로키산맥의 탄생과정과 야생 곰 제이크를 설명하는 스토리 보드가 마련돼 있다.


로키관광의 베이스캠프 ‘밴프’

겨울 로키 관광의 중심은 ‘밴프’다. 인구 8000명의 작은 도시에 연간 400만~50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밴프에는 로키산맥의 장대한 스케일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설퍼산 전망대다. 해발 1400m에서 2218m의 정상까지 운행하는 곤돌라를 타고 오르면, 에일머산(3162m)-캐스케이드산(2998m)-런들산(2948m) 등 로키의 고봉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발 아래로는 밴프 시가지도 눈에 들어온다. 설퍼산(유황산)은 이름 만큼이나 온천이 유명하다.

밴프의 또 다른 명물은 미네완카호수다. 폭 2㎞, 길이 20㎞의 대형호수다. 주변 설산과 바위산이 어우러진 풍광이 압권으로, 때론 동물 울음소리 같은 웅웅거리는 소리와 ‘쨍’하는 금속성의 얼음 갈라지는 소리가 어우러져 신비감을 더한다. 겨울 호수 주변엔 크로스컨트리 스키 코스도 있다.

밴프 시내를 굽이치는 ‘보우강’도 명소다. 활 모양의 물줄기를 이루는 보우강은 영화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마릴린 먼로 주연의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을 비롯해, ‘가을의 전설’, ‘흐르는 강물처럼’의 플라이낚시 장면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 김형우
성균관대 철학과. 관광경영학 박사.
스포츠조선 여행전문기자. 한국관광기자협회장·청와대관광정책자문위원·서울시관광진흥자문위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