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만에 가격이 1000배 올라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그림이 있다. 존 컨스터블(1766~1837)의 풍경화 ‘목초지에서 본 솔즈베리 대성당’이다. 2013년 7월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5212달러에 팔렸던 이 작품은 올해 1월28일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530만달러에 다시 팔렸다. 1000배라는 엄청난 가격 차이가 난 이유는 크리스티는 이를 컨스터블의 모작(模作)으로 여기고, 소더비는 진품이라고 본 의견 차이에 기인되었다. 똑같은 작품인데도, 단지 화가의 ‘이름’ 차이로 엄청난 가격 차이가 났다. 그렇다고 소더비의 의견에 크리스티와 전문가들이 모두 동의한 것은 아니다.
-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2016년 말까지 프랑스와 한국에서는 여러 문화예술 행사가 펼쳐진다. 기메박물관은 미술 분야에서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2016년 말까지 프랑스와 한국에서는 여러 문화예술 행사가 펼쳐진다. 기메박물관은 미술 분야에서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18개월 만에 가격이 1000배 올라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그림이 있다. 존 컨스터블(1766~1837)의 풍경화 ‘목초지에서 본 솔즈베리 대성당’이다. 2013년 7월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5212달러에 팔렸던 이 작품은 올해 1월28일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530만달러에 다시 팔렸다. 1000배라는 엄청난 가격 차이가 난 이유는 크리스티는 이를 컨스터블의 모작(模作)으로 여기고, 소더비는 진품이라고 본 의견 차이에 기인되었다. 똑같은 작품인데도, 단지 화가의 ‘이름’ 차이로 엄청난 가격 차이가 났다. 그렇다고 소더비의 의견에 크리스티와 전문가들이 모두 동의한 것은 아니다.

18개월 만에 1000배는 아니지만, 13년 만에 120배가 뛰어서 화제를 일으킨 경우가 있다. 바로 데미안 허스트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작품인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물리적 죽음의 불가능성’(1991년·이하 ‘상어’)이다. 이 작품은 포름알데히드 용액으로 채워진 유리관 안에 실제 상어가 입을 벌리고 있다. 1991년 1억원이었던 이 작품은 2004년 120배가 뛰어 120억원에 팔렸다. 거기다가 비싼 작품이기에 허스트는 애프터서비스까지 철저히 해 주었다. 13년간 포름알데히드 안에서 죽음을 유지해야 했던 상어의 피부는 금방이라도 떨어져나갈 듯 너덜너덜했기 때문이다. 허스트는 새로 상어를 잡아 부패한 상어와 바꾸고 이를 방부처리 해 포름알데히드 용액도 말끔하게 새로 갈았다. 결국 낡은 유리관만 빼고는 모두 바뀌었다. 회화로 치면 액자만 그대로 두고 그림을 바꾼 셈이다.

그래도 ‘상어’는 개념적인 작품이기에 아우라(Aura)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미 아우라를 없애고 시작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이 그린 그림이 아닌데도 그리고 같은 그림인데도 단지 ‘작가의 이름’ 때문에 엄청난 가격 차이가 날 수 있음을 허스트는 증명해 주었다. ‘자신의 손으로 그리지 않는’ 대표적인 그의 회화연작 중의 하나가 ‘점 회화’(Spot Paintings)다. ‘점 회화’는 허스트의 조수 레이첼 하워드가 대신 그린다. 어느 날 허스트는 조수 레이첼에게 그녀 자신의 ‘점 회화’를 그릴 것을 제안했지만, 그녀는 본인 것보다는 허스트의 ‘점 회화’를 그리고 싶다고 대답했다. 어차피 모두 레이첼 하워드가 그리는 것이고 똑같은 그림이지만, 작가의 이름이 누구냐에 따라서 엄청난 가격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허스트는 작가의 손을 거쳐야 한다는 장인정신을 거부하고, 대신 아이디어 혹은 ‘개념’을 만드는 창조자의 입장에만 집중하겠다는 태도다.

- 소피 마카리우 기메박물관 관장이 한국전시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 소피 마카리우 기메박물관 관장이 한국전시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데미안 허스트와 달리 뒤샹은 작품 대량생산 하지 않아
변기를 소재로 한 유명작품인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ready-made)는 최초로 아우라를 제거한 작품 중의 하나였다. 허스트와 달리 뒤샹의 위대한 점은 스스로 작업을 중단했다는 사실이다. 허스트처럼 ‘점 회화’가 잘 팔린다고 대량으로 생산하지는 않았다. 뒤샹이 허스트처럼 행동했다면, 우리는 전 세계 대부분 미술관에서 소변기인 ‘샘’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기술적으로 예술작품이 복제되는 시대에 예술성의 아우라 붕괴는 어쩔 수 없는 현시대적 요구다. 그러나 장 미셀 바스키아, 안셀름 키퍼, 피터 도이그, 이우환 등과 같이 여전히 예술성의 아우라를 견지하고 있는 작가들도 많다. 또한 고전의 아우라와 현대의 아우라를 함께 조화시키려는 새로운 시도와 동양의 아우라와 서구의 아우라를 만나게 하려는 노력도 있다. 파리에서 한국고전문화예술의 아우라를 마음껏 맛볼 수 있는 곳은 기메국립동양박물관(이하 기메박물관)이다. 아시아 유물 박물관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와 최고의 작품성을 자랑한다. 이곳에는 신라금관, 고려청자, 고려불화의 백미(白眉)인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 김홍도의 8폭 풍속도 병풍 등이 있다. 피에르 깜봉 수석큐레이터는 “기메박물관은 조선인 최초로 프랑스를 방문한 홍종우가 근무했던 곳이며 1893년 기메박물관에 한국전시실이 처음 생길 때 홍종우가 도왔다”고 강조했다.

-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기메박물관 오프닝 행사로 이배 작가의 전시(2015년 9월18일~2016년 2월 말)가 열린다. 이배 작가의 작품 <무제>.
-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기메박물관 오프닝 행사로 이배 작가의 전시(2015년 9월18일~2016년 2월 말)가 열린다. 이배 작가의 작품 <무제>.

韓佛 수교 130주년 기념 다양한 행사 펼쳐져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2015년 하반기부터 2016년 말까지 프랑스와 한국, 양국에서는 다수의 중요한 문화예술 행사가 펼쳐진다. 미술 분야에서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참여한 곳이 바로 기메박물관으로, 파리에서 여러 예술행사는 물론 한국 국립미술관과 협력해 서울에서도 중요한 행사를 개최하게 된다. 2월3일 소피 마카리우 박물관장, 피에르 깜봉 수석큐레이터, 에릭 르페브르 큐레이터를 만나 장시간 인터뷰를 가졌다.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기메박물관 오프닝 행사로 이들은 이배 작가의 전시(2015년 9월18일~2016년 2월말)를 기획했다. 기메박물관에서 이배 작가를 초대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바로 이배 작가에게서 동양적인 동시에 서구적인 점을, 또한 현대적인 동시에 고전적인 면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마카리우 박물관장과 이배 전시의 기획을 맡은 에릭 르페브르 큐레이터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배 작가는 한국의 과거와 현대를, 그리고 기메박물관의 고전예술과 이배 작가의 현대예술을 연결시킬 수 있는 뛰어난 작가이다. 우리는 이배 작가에게 김홍도의 병풍과 같은 그런 구조의 작품을 특별히 요구한 것 외에는 나머지는 그에게 모든 것을 일임했다. 그는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인 이우환을 이어갈 좋은 작가이기에 우리는 그에게 전적인 신임을 가지고 있으며, 그가 프랑스를 매혹할 훌륭한 전시를 해줄 것을 확신한다.”

한불수교 130주년이 시작되는 올 가을 파리에는 이밖에도 유네스코 설립 70주년을 기념해 왕두(Wang Du·중국)와 한홍수 작가의 초대전(2015년 9월14~25일)과 50세 생일을 맞은 파리 국제예술공동체 갤러리 전관에서 소나무협회 작가 50여명과 프랑스 초대 작가 10여명으로 구성된 전시(2015년 10월16~31일)가 개최돼 동서양의 아우라를 조화시킬 예정이다.

 

※ 심은록 감신대 객원교수·미술평론가
프랑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철학인문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은 뒤, 2008~11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에서 초청연구원[CNRS-CEIFR(UMR CNRS 8034)]을 지냈다. 현재 프랑스에서 미술비평가 및 예술 전문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나비 왕자의 새벽 작전—오토니엘의 예술세계(ACC프로젝트, 2011)’, ‘내 머릿속의 섬(그림 장 미셀 오토니엘. 재미마주, 2012)’,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 10—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특별하게 만드는가?(아트북스, 2013)’, ‘양의의 예술, 이우환과의 대화 그리고 산책(현대문학, 201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