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시작으로 전 유럽에 혁신적인 디자인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에드워드 바버(Edward Barber)와 제이 오스거비(Jay Osgerby)가 비트라(Vitra)와의 첫 콜래보레이션을 기념해 첫 월드투어를 시작했다. 체코 프라하와 일본 도쿄에 이어 세 번째로 서울 프레젠테이션이 열린 지난 3월29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문화홀에서 이들을 만났다.

1. 디자이너 에드워드 바버(오른쪽)와 제이 오스거비

건축과 디자인 전문가들이 만든 가구는 무엇인가 색다르다. 인체공학적인 디자인 설계와 함께 톡톡 튀는 디자이너의 감성이 담긴 가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늘 색다른 디자이너 가구를 선보여온 비트라(Vitra)에서 에드워드 바버(Edward Barber), 제이 오스거비(Jay Osgerby)와 함께 팁 톤 체어(Tip Ton Chair, 이하 팁 톤)를 제작한 것은 2011년이다. 바버와 오스거비는 팁 톤으로 지난해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상을 받는 등 전 세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최근 에드워드 바버와 제이 오스거비는 비트라와의 첫 콜래보레이션을 기념하며 첫 월드투어를 시작했고, 프라하와 도쿄에 이어 지난 3월29일과 30일 양일간 서울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건축가와 디자이너,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최근 국내에서 주목받는 리빙 트렌드세터 양태오 디자이너와의 대담을 통해 영국과 한국 문화의 접목에 대해 현실감 있게 풀어냈다. 디자인과 영국의 건축, 인테리어, 가구 등의 트렌드를 이야기하고 디자이너 양태오씨와 관객이 함께 토론하며 참여하는 강연 현장이 끝난 후 그들을 무대 위에서 만났다.

“한국은 처음 방문했어요. 어떤 곳인지 둘러보고 싶었는데, 일정이 너무 빠듯해서 아직은 보지 못했네요. 한국 사람들은 일을 할 때 늘 ‘빠르게, 빠르게’를 요청하는 것 같아요. 저희의 디자인 철학과 대립되는 면이 있어 ‘도저히 안 돼요!’라고 단호하게 말할 때도 있지요(웃음).”

 

2. 서울 프레젠테이션 현장 3. 바버와 오스거비가 제작한 비트라의 팁 톤 체어

 “대대로 물려줄 수 있는 가구 제작하고 싶어”

에드워드 바버와 제이 오스거비는 1969년생 동갑내기 친구이자 ‘바버 오스거비(Barber Osgerby)’라는 이름의 건축·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해 함께 운영하는 동업자다. 이들이 만든 팁 톤은 허리와 등 근육의 힘을 분배하는 기능을 실어 디스크 발병을 예방하는 영리한 의자다.

“팁 톤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의자를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고 제작하게 됐어요. 우리는 심플하고 기능적인 의자를 만들고자 마음먹었고 아주 간단하게 다리 아래 부분을 조정해 의자가 움직일 수 있도록 디자인했죠. 레드와 그린 등 색상이 강하고 플라스틱으로 제작해 가벼운 것이 특징이에요.”

바버와 오스거비는 팁 톤을 제작한 후 보다 편한 책상 제작도 필요하다고 판단해 즉시 디자인과 제작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책상 상판과 다리를 잇는 부분을 바깥으로 쉽게 빼고 돌릴 수 있는 색다른 디자인의 책상을 만들어냈다. 바버와 오스거비가 만든 제품들은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대를 이어 사용해도 무방하고, 쉽게 고장나지 않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제품을 만들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점이 바로 ‘오랫동안 사용 가능할까’예요. 가구도 대를 이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그래서 팁 톤도 튼튼하고 견고하며 내구성 강하게 제작했죠.”

1996년 바버 오스거비를 세운 후 지금까지 친구이자 동업자로서 관계를 유지해 온 바버와 오스거비는 “서로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서로 디자인한 스케치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과정을 통해서 더욱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것. 최근 둘은 그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2012년 런던 올림픽 성화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2010년 10월 1000개 디자인 업체가 런던 올림픽 성화 디자인 제작 기획에 뛰어들었고, 그 중에서 5개 업체가 처음 선정됐죠. 이 5개 업체들이 직접 제작한 제품을 준비했고, 그 중에서 저희가 선택됐어요. 아마도 저희가 제작한 제품 중에서 팁 톤 다음으로 유명해지지 않을까요(웃음).”

바버와 오스거비가 제작한 런던 올림픽 성화는 런던에서 올림픽이 3번째 개최되는 것을 상징하는 3개의 면으로 디자인됐다. 내부가 잘 보일 수 있도록 8000개의 구멍을 뚫었는데, 이 구멍수는 8000명에 달하는 성화봉송자를 의미한다.

바버와 오스거비는 자신의 스튜디오를 설립한 후 2001년 ‘유니버셜 디자인 스튜디오(Universal Design Studio)’를 추가로 설립했다. 현재 이들이 운영하는 회사는 건축과 인테리어, 전시회 등과 관련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디자인 컨설팅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랫동안 동업을 해와 사실상 서로 이해하는 사이예요. 의견이 다르면 협상과 토의를 거치죠. 50여명의 디자이너들이 저희와 함께 일하고 있어요. 그 중에서 한 가지 아이템을 제작할 때에는 매번 6~8명 정도의 디자이너가 함께 일을 해요. 때문에 저희 제품들은 단순히 한 사람이 만든 제품이 아니라 공유된 결과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바버와 오스거비가 제작한 팁 톤은 지난 2월8일부터 오는 7월15일까지 런던에 위치한 디자인 박물관에서 개최되는 ‘2012년 올해의 디자인 전시회’에서 전시된다. 디자이너의 감각이 닿으면 작은 의자 하나도 공간에 울림을 주는 오브제가 된다. 작은 소품 하나가 집안의 풍경을 바꾸는 예술품이 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면, 바버와 오스거비의 작품들이 주는 소장가치가 얼마만큼인지도 알게 될 것이다.

▒ 약력

1969년 잉글랜드 서부 시루즈베리에서 태어난 에드워드 바버와 서북부 옥스퍼드에서 태어난 제이 오스거비는 왕립 런던 예술대학교에서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을 함께 공부했다. 1996년 ‘바버 오스거비(Barber Osgerby)’라는 이름으로 건축·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한 후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