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한 미용실 광고에 마스크를 착용한 모나리자가 그려져 있다. 사진 연합뉴스
12월 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한 미용실 광고에 마스크를 착용한 모나리자가 그려져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20년이 저물어간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길든 한 해였다. 2월에 코로나19가 확산할 때 한두 달 지나면 사라지려니 했다. 이렇게 한 해가 지날 때까지 극성을 부릴 줄은 예상치 못했다. 우리의 삶 전체가 이상하게 바뀌었다. 그 이상하게 바뀐 삶을 이제 ‘뉴노멀(new normal)’이라고 부르고 있다. 원래 뉴노멀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새롭게 나온 표준’이라는 의미의 경제 용어였으나, 코로나19 시대에는 보다 일반적인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마스크 쓴 사람이 특별한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마스크 안 쓰고 다니면 이상한 사람이 된다. 재택근무가 특수한 경우였는데 일상이 됐고 온라인 수업, 온라인 예배가 상식이 됐다. 갑작스럽게 많은 비정상적인 행동이 일상화되니 뉴노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비정상(abnormal)이 새로운 정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일상이 된 뉴노멀 속에 숨어있는 위험을 알아야 한다.

심리학에는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이론이 있다. 이와 관련된 유명한 실험이 있다. 개를 상자에 넣고 전기충격을 가한다. 개가 스스로 충격을 멈출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하루 동안 충격을 주고 그 개를 다른 상자에 넣고 전기충격을 줬다. 이 상자는 개가 옆 칸으로 도망갈 수 있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개는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서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학습된 무기력은 실험실의 개와 같이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자기 노력으로 결과를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고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뉴노멀 속에 이런 학습된 무기력이 숨어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결혼식도 장례식도 딸랑 돈만 부치면 된다. 어쩔 수 없으니 미안할 것도 없다. 입학식이나 졸업식 그리고 은퇴식 같은 기념식도 안 한다. 그러다가 점점 귀찮게 ‘왜 하나’가 된다. 축하연은 왜 하고 종교 행사는 왜 하나. 돈 못 벌고 일 못 하는 것도 어쩔 수 없고 어르신들이 코로나19에 걸려 많이 돌아가신다는 소식에도 무덤덤하다. 외적인 무기력뿐 아니라 내면의 심리도 마찬가지다. 귀찮은 거 안 해도 되고 남 신경 안 써도 되고 몸 안 움직여도 되는 것에 길든다. 더 나아가 무기력, 무의욕 상태인데도 그러려니 한다.

코로나19에 길든 뉴노멀을 경계해야 한다. 뉴노멀이 어쩔 수 없이 학습된 무기력이어서는 안 된다. 건강한 뉴노멀은 새로운 도전이고 창조다. 생명력을 살리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우리의 뉴노멀은 ‘어쩔 수 없잖아’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여야 한다. 결혼식에 못 가면 축하의 손 편지라도 써 보내고, 은퇴식을 안 하면 추억이 깃든 사진첩이라도 만들어 드리자. 약한 사람 손 잡아 주고 흔들리는 이웃과 함께 있어 주자. 새로운 만남을 만들고 정을 돈독하게 하고 생명력을 살리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작은 실천을 해야 한다. 우리가 만드는 생명력 넘치는 뉴노멀이 코로나19를 퇴치하는 또 다른 백신이 될 것이다.


▒ 윤우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밝은마음병원 원장, ‘엄마 심리 수업’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