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어드레스에 들어간 상태에서 볼이 움직이면 1벌타를 받는다. 사진은 골프선수 신지애가 퍼팅하는 모습.
선수가 어드레스에 들어간 상태에서 볼이 움직이면 1벌타를 받는다.
사진은 골프선수 신지애가 퍼팅하는 모습.

6월 20일 막을 내린 골프 메이저 대회 ‘2016년 US오픈’은 대회를 주관하는 USGA(미국골프협회)에 망신살이 뻗친 대회였다. 우승자인 더스틴 존슨은 USGA의 애매한 태도 때문에 자신이 벌타를 받게 될지 아닐지 모르는 상황에서 2시간 넘게 플레이했다. 이런 황당한 진행에 워싱턴포스트는 “USGA가 US오픈을 망치려고 노력했지만, 더스틴 존슨이 그것을 막아냈다”고 꼬집었다.

USGA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함께 전 세계 골프 룰을 정하는 막강한 권한과 권위를 지닌 곳인데 규칙 적용에만 얽매여 대회를 그르칠 뻔했다. 만약 더스틴 존슨이 1벌타를 받고도 3타차로 여유 있게 우승하는 상황이 아니고 박빙의 승부였다면 챔피언이 마지막 순간 바뀌고 공정성 논란을 일으키며 더 큰 오점을 남겼을 것이다.

당시 논란이 된 규칙 내용을 통해 알쏭달쏭한 몇 가지 골프 룰을 알아보는 기회로 삼아보자.


볼 움직인 원인, 선수에게 있으면 1벌타

5번 홀 그린에서 1.8m 파 퍼트를 앞두고 존슨이 공 옆에서 두 차례 연습 스윙을 하고 퍼터를 공 뒤에 놓으려는 순간 공이 살짝 뒤로 움직였다. 존슨은 즉각 경기위원을 불러 “퍼터를 땅에 대지 않았는데 공이 움직였다”고 ‘자진신고’했다.

여기서 적용되는 룰은 골프 규칙 18-2다. “플레이어, 파트너, 캐디, 휴대품에 의해 정지한 공이 움직인 경우 플레이어는 1벌타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존슨이 어드레스에 들어갔느냐 여부다. 어드레스(Addressing the Ball)는 ‘플레이어가 스탠스를 취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클럽을 볼 바로 앞이나 볼 바로 뒤의 땅에 댔을 때 ‘볼에 어드레스’한 것으로 규정돼 있다. 존슨은 어드레스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볼이 움직였다고 신고한 것이고 경기위원도 처음엔 이를 받아들였다. 어드레스 상황이 아니면 벌타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화면 모니터링을 한 경기위원회에선 존슨의 퍼터가 바닥에 닿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12번 홀에서 벌타를 받을 수 있다고 다시 통보했다. 결국 경기가 끝나고 존슨과 함께 녹화 비디오를 돌려보며 볼이 움직인 원인이 존슨에게 있다고 결정하고 1벌타를 내렸다. 존슨의 우승 스코어는 5언더파 275타에서 4언더파 276타로 바뀌었다.

골프규칙 18-2는 2012년 이전에는 더 큰 문제를 안고 있었다. 당시에는 어드레스를 한 뒤 바람에 공이 움직이더라도 벌타를 받았다. 웹 심슨은 2009년 데뷔 이후 바람에 공이 저절로 움직여 벌타를 받는 일을 세 번이나 겪어 ‘불운의 사나이’로 불렸다. 하지만 이 규정이 너무나 비합리적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규칙이 바뀌게 됐다. 주말 골퍼들에게 해당될 만한 골프 규칙 18-2와 관련된 퀴즈로 마무리하자. 볼 가까이에서 스윙연습을 할 때 클럽 헤드가 가볍게 볼을 스쳐 데구루루 굴렀다면 어떻게 될까?

1벌타를 받고 공을 원위치에 놓고 플레이해야 한다. 스윙연습이었기 때문에 1스트로크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인플레이볼을 움직인 벌로 1벌타가 주어진다. 골프 규칙 18-2의 연장선상에서 계속 주의하지 않으면 2벌타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공을 원위치에 놓지 않고 플레이를 진행하면 골프 규칙 20-7의 오소(誤所) 플레이(Playing from Wrong Place)에 해당돼 2벌타를 받게 된다.


keyword

어드레스(Addressing the Ball) 플레이어가 스탠스를 취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클럽을 볼 바로 앞이나 볼 바로 뒤의 땅에 댔을 때 볼에 어드레스한 것으로 규정한다. 선수가 어드레스에 들어간 상태에서 볼이 움직였으면 1벌타를 받고, 그렇지 않으면 벌타를 받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