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나이 다다시 회장과 손정의 회장
야나이 다다시 회장과 손정의 회장

매년 일본 부자 순위 정상을 다투는 두 명의 거부가 있다. 손정의(孫正義) 소프트뱅크 회장과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패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 보유 회사) 회장이다. 지난 4월 <포브스> 아시아판이 발표한 일본 50대 부자 순위에서 야나이 다다시 회장이 163억달러(약 18조원)의 재산으로 지난해 이어 2년 연속 1위를 지켰다. 손정의 회장은 149억달러로 2위를 기록했다.

남다른 도전정신으로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꼽히는 두 사람은 골프를 즐긴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둘은 가끔 라운드를 함께 즐기는 ‘골프 도모다치(친구의 일본말)’이기도 하다.

손정의 회장은 70대 타수를 치는 아마추어 고수로 알려져 있다. 키가 크지도 않고 운동신경이 뛰어나 보이지도 않지만 드라이버부터 퍼팅에 이르기까지 클럽을 다루는 이론적 틀이 잘 갖춰져 있고 벙커샷을 포함한 다양한 트러블 샷에 대한 자기 나름의 전략이 확실히 세워져 있다고 한다.

그의 도쿄 아자부 저택 지하에는 최첨단 시뮬레이션 골프연습장이 설치돼 있다. 세계 유수의 코스들을 연습할 수 있고 비바람이 부는 환경까지 조성해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공이 놓인 라이를 자유자재로 변화시켜 다양한 상황의 샷 훈련도 한다. 그는 “매일 취침 전에 여기서 라운드 연습을 하다 보니 미국의 명문 골프코스인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을 이븐파로 돌 정도로 실력이 향상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손 회장은 US오픈 대회가 열렸던 미국 캘리포니아 페블비치에서 여러 차례 전설적인 투자를 성사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손 회장은 1996년 제리 양 야후 창업자와 페블비치에서 골프를 즐기며 소프트뱅크가 야후에 1억달러를 추가 출자하는 것을 성사시켰다. 이 투자는 7년 만에 2962억엔(약 3조2000억원)의 수익과 함께 ‘야후 재팬’을 손에 넣는 성공으로 이어졌다.


두 사람 모두 슬로 플레이 싫어해

역시 아마추어 고수인 야나이 회장은 ‘1승 9패 정신’으로 유명한 사업가다. 아홉 번 실패해도 한 번 승리하면 더 발전한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모토로 유니클로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그는 미국 하와이에 두 곳의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다. 야나이 회장은 “골프는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성공의 길을 찾아낸다는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일본경제신문은 야나이 회장과 오랫동안 골프를 함께한 지인의 증언을 통해 ‘야나이 골프류(流)’를 정리하기도 했다. 

첫 번째 원칙은 라운드 도중에는 사업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주 한차례씩 라운드를 도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골프에 몰두함으로써 사업으로 복잡해진 머리를 말끔히 비울 수 있다는 골프 예찬론을 편다. 두 번째 원칙은 캐디나 동반자 탓을 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샷은 결국 자신의 책임이라는 얘기다. 그가 라운드를 함께하기 싫어하는 유형이 바로 이런 저런 이유를 달며 자신의 미스 샷을 변명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세 번째 원칙은 골프의 기본에 해당하는 놓여진 그대로 공을 치는 것이다. 동반자들이 위험하다며 라이가 좋은 곳에 공을 옮겨 놓으라고 해도 듣지 않는다고 한다. 스피드 경영과 속전속결의 사업 스타일을 지닌 손정의 회장과 야나이 회장은 ‘슬로 플레이’를 싫어한다는 공통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