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의 갈등 문제는 잘 들어주고 함께 해법을 찾으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팀원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직무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
사람 사이의 갈등 문제는 잘 들어주고 함께 해법을 찾으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팀원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직무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

‘직장생활’을 구글에서 검색하면 스트레스가 추천어로 함께 뜬다. 나이와 직급으로 서열을 가르는 계층 사회에다가 대인 스트레스에 취약한 내향성 국민이라 더 그렇다. MBTI 성격 유형 검사 결과를 비교해보면 미국은 외향이 70%, 우리는 내향이 64%다. 미디어에 비치는 회사원의 이미지도 파워 당당한 외향성 보스 밑에서 제 목소리 한번 못 내는 내향성 직원이 주류를 이룬다. 불만이 있더라도 겉으로 드러내면 애사심 없는 사람으로 찍히는 문화였다.

다행히 세상은 변한다. 글로벌 경쟁과 정보화 사회의 도래는 창조적 사고, 올바른 의사 결정, 자기 주도적 태도 같은 갈등의 순기능에 주목했다. ‘갈등은 필연적이나 싸움은 선택적이다’라는 작가 마크 루카도의 말처럼 갈등과 분쟁을 분리해서 보는 시선이 늘었다. 그렇지 않아도 갈등을 무조건 덮으면 사기가 떨어지고 방임하면 봉건시대가 펼쳐지는 문제가 있었다. 건설적인 갈등을 포용해 구성원 모두 공동의 목표를 향하도록 만드는 경영이 최신 트렌드다.

조직이나 개인이 성장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자신의 실수에서, 그다음이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다. 불만을 제대로 해석해서 제도적으로 해결하면 조직의 생산성이 올라가고 더 단단해진다. 사람 사이의 갈등 문제는 잘 들어주고 함께 해법을 찾으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팀원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직무 몰입도를 높인다. 갈등의 원인은 다양하다. 인색한 보상과 복지, 불합리한 조직 문화, 사내 파벌, 동료에 대한 시기심, 부서원에 대한 불만 등이 단골 소재다. 원인에 따라 대응 방법이 다르니 일단 제도로 풀어야 하는 문제와 대화로 풀 수 있는 문제로 나눠보자.

제도란 회사의 규정과 시스템, 조직 문화, 전략, 목표 등 경영 전반을 아우르는 골격이다. 대화로 풀어야 할 영역은 업무 몰입도 부족, 커뮤니케이션 문제, 잘못된 인지 구조 도식 같은 개인 내외부의 문제다. 제도 문제라고 해서 대화를 생략할 수는 없다. 이때 제도를 보완한답시고 세부 규정을 추가하거나 중재 기구를 만들면 안 된다. 조직을 단순화하고 규정을 없애 혼란을 줄여야 한다.

한 예로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는 초기 멤버들이 영입된 부서장을 견제하는 일이 생긴다. 초기 멤버라고 해도 주식이 없으면 회사의 성공과 본인의 보상이 일치하지 않기에 임원 자리를 놓고 정치 싸움을 벌인다. 이럴 때 초기 멤버에게 보상 대신 이상한 감투를 씌워 조직에 혼란을 주는 경우가 있다. 초기 멤버는 마음 상하고 영입파는 떠난다. 정답은 부서장에게 전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초기 멤버는 주식으로 보상하는 것이다.

갈등을 호소하는 팀원이 있어도 만나봐야 해줄 수 있는 것이 없기에 만나고 싶지 않다는 팀장이 있다. 만나도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몰라 안 만난다는 팀장도 있다. 무리할 거 없고 그냥 이렇게 하면 된다. 면담은 반드시 ‘착하고 열심히 하려는 친구인데 불합리한 상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구나’라는 태도로 임한다. 중간에 말을 끊지 않고 의견 차이로 논쟁하지 않는다.

면담은 무엇이 문제인지 물어보면서 시작한다. 그가 장황하게 설명하면, ‘이러이러했다는 말이지요?’라고 요약 정리해주는 ‘적극적 경청’을 한다. 논리에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그가 호소하는 감정에는 공감해준다. ‘그러네! 상무님이 잘못했네’는 동의, ‘상무님 때문에 열받았구나’는 공감이다. 그리고 감정이 대충 가라앉으면 ‘근데, 상무님은 그때 왜 그러셨대?’ 식으로 상대방 입장에 서보도록 자리를 깔아준다.

마무리 단계에서는 우리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역할과 본분을 짚어준다. ‘나는 너에게 이러이러한 지원을 해줄 수 있다. 너는 우리 조직에서 이러이러한 점을 인정받고 있고 이런 점을 신경 쓰면 좋겠다. 흐르는 시간은 상무보다 젊은 너의 편이니 그 사람 신경 쓰지 말고 네 성장에 집중하자’ 정도의 메시지면, 6개월 조용히 간다.

제도적인 문제가 갈등의 원인이라면 사실관계에 대한 논리적 주장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공감해주는 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특정한 업무 관행이 계속 삐걱대고 문제를 일으키면 예전부터 해오던 방식일지라도 재검토한다.

제도적 문제점을 직원이 제기한다는 것은 ‘위장된 축복’이며 이런 스트레스를 겪으면서도 예의를 잃지 않는 팀원은 장래 임원 감이다. 회사가 더 발전할 계기이기에 안전한 분위기에서 토론에 부치는 게 좋다.


부서 간 갈등 해법은?

예를 들어 부서 간 소통이나 업무 흐름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문제 제기하는 이에게, ‘안 그런 회사가 어디 있냐’ ‘‘사일로(silo·부서 이기주의)’라는 시사 용어는 들어봤냐’라고 핀잔주지 마시라. 스타트업이라면 반드시 고쳐야 하는 문제다.

부서 갈등은 부서장의 팀워크가 살아나야 풀린다. 팀워크를 회식이나 등산으로 살리려는 ‘아재’도 있겠지만, 회사에서 평가 기준만 바꿔도 나아진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조직은 영업과 개발, 마케팅, 운영 식으로 편성돼 있는데 부서별 상대평가로 이들을 경쟁시킨다면 부서장끼리 협업할 이유가 없다. 팀 인센티브를 없애고 전 직원 단일 인센티브로 단합을 꾀하든지, 아니면 타부서를 잘 도와준 부서장에게만 공개적으로 보상하는 방법이 있겠다.

말은 쉽게 했지만, 대부분의 문제는 지속되거나 반복된다. 하나를 풀면 반 개가 새로 올라오고, 잘 못 풀면 두 개가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단기간에 해결하려는 시도보다 계속 관리하며 간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팀원이 가져오는 문제가 사소해 보여도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 부서장의 태도를 보며 정보의 수위를 조절하는 게 직원들이다. 조직의 사기를 낮추거나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문제는 즉시 공론화한다.

부서장이 먼저 직원을 불러 면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생산성과 무관한 복장, 태도, 근태 등이 눈에 거슬리는 거라면 주의가 필요하다. 자아 과잉인 부서장이 ‘일은 잘하는데 태도가 맘에 안 드는 직원’을 불러다 행동 교정을 시도하면 ‘일 안 하는 직원’ ‘우울한 직원’ 또는 ‘얼마 안 있어 그만둘 직원’이 탄생한다.

모든 인간은 크든 작든 문제가 있다. 조직의 부서장은 똑똑한 사람이기에 직원의 문제점을 찾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회사가 아닌 부서장 본인의 가치관을 적용하는 무리수를 둔다. 관리자라면 직원의 문제를 발견했을 때 행동 수정부터 요구할 게 아니라 혹시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본인의 문제가 아닌가 고민해봐야 한다.

본인에게 관대하고 타인에게 가혹한 인지 편향 현상은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더 심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들고 온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거나 지속해서 관리하는 과제로 삼고, 본인 눈에 크게 보이는 문제는 혹시 가짜 문제가 아닐까 회의하는 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