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는 극심한 불안과 함께 가슴 두근거림, 호흡 곤란, 흉통 등이 주된 증상이다. 증상 자체는 10분 정도면 사라지지만 예기 불안은 일상생활에서 늘 나타난다.
공황장애는 극심한 불안과 함께 가슴 두근거림, 호흡 곤란, 흉통 등이 주된 증상이다. 증상 자체는 10분 정도면 사라지지만 예기 불안은 일상생활에서 늘 나타난다.

이경규, 이병헌, 김장훈, 정형돈, 컬투쇼의 정찬우 등. 이름 있는 연예인인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자신이 ‘공황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힌 사람들이다. 많은 연예인이 공황장애로 힘들어하기에 이 병은 ‘연예인병’으로 불릴 정도다. 연예인은 대중에게 노출돼 늘 긴장하는 생활을 한다. 반복되는 긴장이 공황장애를 유발하는 것 같다.

‘공황’은 ‘극심한 불안’을 의미한다. 공황장애는 극심한 불안과 함께 심계 항진(가슴 두근거림), 호흡 곤란, 흉통이나 가슴 답답함 등의 신체 증상이 특징이다. 대부분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처음에는 심장이나 신체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생각해서 병원을 전전하다가 결국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정신과에 온다. 

공황장애는 한마디로 죽음에 대한 공포다. 치료의 핵심도 이 병으로 갑자기 죽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해 환자를 안심시키는 것이다. 공황장애가 심장마비와 관련 있다는 증거는 하나도 없다. 만약 공황장애 환자가 심장마비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 환자들은 매일 언제 죽을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 살아야 한다. 하지만 이 병 때문에 심장마비나 호흡곤란으로 죽지 않는다. 안심해도 된다.

공황장애는 증상이 나타날 때보다도 증상이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예기 불안’이 더 큰 문제다. 공황 발작은 증상이 나타나고 10분 정도면 사라지지만 예기 불안은 일상생활에서 늘 나타난다. 예기 불안이 심한 사람은 혼자 있지 못한다. 혼자 있다가 증상이 나타나면 아무한테도 도움 받을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혼자 운전도 못 하고 먼 여행도 혼자 가지 못한다. 생활에 제약이 심하다.

공황장애는 항불안제나 항우울증약으로 다스린다. 약을 먹어서 완치된다는 개념보다는 예기 불안을 줄이고 불안이 심할 경우 필요에 따라 약을 복용한다. 한 번 발생했다고 평생 가는 병은 아니다. 증상이 줄어들고, 물론 완전히 없어지기도 한다. 때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모든 불안 치료가 그렇지만, 긴장이나 불안,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공황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내 주변만 봐도 그렇다. 동료 의사, 친구, 친지들까지 공황장애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가끔 공황 증상 비슷한 불안을 느낀다. 세상이 더 험해져서 그런가 보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세상이기에 죽음의 공포가 늘 따라다닌다.

공황 증상이 있어도 정도가 약하고 반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공황 증상으로 처음 병원을 방문한 사람에게는 굳이 공황장애라고 진단하지 않는다. 스트레스로 일시적인 불안 증상이 온 것일 뿐이라고 안심시킨다. 진단이 오히려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한 세상에서 공황장애를 ‘마음의 감기’ 정도로 가볍게 봐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 윤우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밝은마음병원 원장, ‘엄마 심리 수업’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