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모든 일에 ‘DRI(직접 책임자)’를 명시한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던 책임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기업 문화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가 본래 의도대로 잘 운영되려면 담당자의 책임을 얘기하기 전에 그 업무에 대한 주체적 결정권을 포함한 충분한 권한이 주어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애플은 모든 일에 ‘DRI(직접 책임자)’를 명시한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던 책임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기업 문화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가 본래 의도대로 잘 운영되려면 담당자의 책임을 얘기하기 전에 그 업무에 대한 주체적 결정권을 포함한 충분한 권한이 주어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필자가 창업한 드라마앤컴퍼니는 얼마 전 창업 7주년을 맞이했다. 훌륭한 인재가 모여 있기로 유명한 회사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채용 과정에서 굉장히 신중하게 인재를 뽑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 합류한 동료의 역량과 인성 모두 훌륭한 인재인 것도 사실이다. 그간 함께해 온 100여 명의 동료를 한 명 한 명 떠올려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런 멋진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금 감격스럽기도 했다. “재호님은 인복이 참 좋으신 것 같아요”라는 말을 항상 듣는데, 그 말이 정말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인재는 정말로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났을 때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 회사는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진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회사의 체질을 한 단계 진화시키겠다는 결심을 하며 ‘드라마 2.0’을 선포하고 재창업하는 마음가짐으로 회사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드라마 2.0의 핵심 키워드는 ‘오너십(ownership)’이다. 오너십이란 주인 의식이라는 의미인데, 내가 회사의 사장도 아니고 대주주도 아닌데 어떻게 오너십을 가질 수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맡은 일에 대해 오너십 가지고 일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어떻게 하면 구성원이 모두 오너십이 있다고 느끼면서 일할 수 있을까?

첫 번째로 ‘권한이 주어지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너십은 결국 맡은 일을 ‘내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 일에 대한 결정권을 본인이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그 일에 대한 권한을 갖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책임도 따라오게 된다. 하지만 권한은 없으면서 책임만 많이 가지게 되는 상황이 아니라, 주체적인 판단과 결정에 따른 책임이므로 그것을 기쁘게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애플에는 ‘DRI’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직접 책임자)’의 약자로, 어떤 과제와 관련해 문제가 생겼을 때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사람을 의미한다. 모든 일에, 작은 업무일지라도 해당 업무의 DRI가 명시돼 있다. 이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던 책임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기업 문화라고 한다. 어떤 프로젝트에 대해서 누구에게 연락해야 할지를 물을 때, 애플에서는 ‘누가 거기 DRI야?’라고 말한다고 한다. 그 사람이 그 일의 책임자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DRI 지정 제도가 본래 의도대로 잘 운영되려면 담당자의 책임을 얘기하기 전에 그 업무에 대한 주체적 결정권을 포함한 충분한 권한이 주어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권한은 없고 책임만 지는 구조는 원래부터 운영되기 어려운 형태다.

필자의 회사도 드라마 2.0에서는 사업 부문별로 미션을 중심으로 조직화하고, 해당 미션 조직에서 해당 사업과 관련한 의사 결정을 전적으로 하게끔 조직의 운영 방식을 변화시켰다. 또 해당 조직 리더가 갖는 역할과 책임, 권한을 명시했다. ‘주체적 판단과 결정’을 하는 것을 드라마 2.0의 중요한 키워드로 내걸고 최고경영자(CEO)에게 집중돼 있던 의사 결정 권한을 각 담당 조직과 개인에게 위임함으로써 담당 업무에 대한 오너십을 더욱더 가지게 했다. 그 일을 하면서 얻는 성취감도 극대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의사 결정에 함께 참여하는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모여 민주적 의사 결정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비즈니스 환경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의사 결정은 그런 방식으로 하는 속성의 것도 아니다.

다만, 의사 결정하는 과정에서 함께 고민할 수 있고 함께 의견을 나누는 것과 아닌 것은 차이가 크다. 정해진 사안에 대해서 일방향으로 통보받는 것과 함께 의견을 교환할 시간이 있는 것은 구성원의 참여감은 물론 의사 결정 결과물의 질적인 면에서도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과거에 동료와 함께 고민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더욱더 양질의 의사 결정을 하게 되는 경험을 많이 했다. CEO로서 최종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어려운 순간이 많았지만, 회사의 목표에 몰입하는 동료와 함께 고민하고 논의할 때 양질의 의사 결정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회사의 하반기 목표를 수립하는 과정에도 초안을 먼저 동료와 공유한 후 전사 미팅을 통해 피드백을 수렴하고 의견을 교환하면서 전사 목표 수립의 과정을 함께했다. 또, 하위 조직도 조직별 목표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조직원과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며 방향을 설정하는 모습을 보았다.

모두가 만족하는 의사 결정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모두가 함께 몰입하고 마음속에 오너십을 새기는 과정을 만들자는 것이다.


함께 논의하는 시간의 ‘마력’

때로는 이 과정이 불편하고 느리게 느껴질 수 있다. 빨리 정해서 진행하면 좋겠는데, 구성원이 함께 참여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의 효용 가치를 몇 번 체험하면 이 마력을 끊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의사 결정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함께 고민하며 논의하는 동료와 가치 있는 시간의 매력은 물론, ‘원팀(one team)’으로 몰입해 일하는 공동체의 극적인 힘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공유’다. 필자의 회사는 창업 이래 지금까지 공유하는 것에 광적으로 집착해오고 있다. 이는 동료를 ‘고용해서 관리해야 하는 직원’으로 바라보지 않고 ‘함께 회사를 만들어나갈 파트너’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회사가 지향하는 비전은 무엇인지, 현재 어디까지 와 있고 당면한 과제는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계획으로 이것을 풀어나가고자 하는지 등은 더 자주 공유해도 과함이 없다.

또한, CEO의 머릿속에만 있는 회사의 고민과 비밀은 가급적 없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투명하고 솔직하게 고민을 나누고 함께 해결 방안에 대해서 머리를 맞대는 것이 항해를 함께하는 이 배를 탄 동료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고, 그것은 동료에 대한 신뢰의 표현이다. 오너십을 가지고 일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존중과 신뢰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의 대표적인 표현 방식이 공유라고 믿는다.

훌륭한 동료가 모여 있기로 유명한 필자의 회사는, 이제 그러한 인재가 오너십 가지고 신나게 일하는 회사로 한 단계 더 진화하고자 한다. 신규 입사자가 입사 초기에 회사에 대한 인상을 전할 때 한결같이 하는 얘기가 있다. “드라마앤컴퍼니 동료는 정말 회사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 것 같아요”라고. 이제 남은 과제는 마음속에 있던 동료의 애정과 열정이 잘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모두가 오너십을 가지고 일하는 회사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