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혼 출산을 밝힌 방송인 사유리는 “출산만을 위해 결혼할 수 없다”고 했다. 사진 사유리 인스타그램
최근 비혼 출산을 밝힌 방송인 사유리는 “출산만을 위해 결혼할 수 없다”고 했다. 사진 사유리 인스타그램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41)의 비혼(非婚) 출산이 이슈다. 사유리는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낳았다. 그녀는 난자 나이가 48세여서 시기를 놓치면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검사 결과를 받고, 출산만을 위해 결혼할 수는 없다며 ‘자발적 비혼모’를 택했다.

이와 관련 축하와 우려 등 상반된 반응이 따랐다. ‘여성의 출산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보여준 의미 있는 사건’ ‘출산을 가부장제에 종속시키지 않은 용기 있는 선택’과 ‘아버지 없는 아이를 낳은 것은 이기적이고 반인륜적인 행동’ ‘아이를 애완동물로 생각하냐’는 지적, ‘가족 해체를 넘어 가족 파괴’ 등이다. 

비혼 출산은 많은 논란을 일으킬 것이다. 법적인 측면뿐 아니라 생명윤리적인 문제, 출산율과 관련된 인구사회학적 문제, 가족의 개념이 변화되는 사회구조적인 문제 등에 관한 다양한 의견이 예상된다. 정신과 의사로서 이 상황을 사회정신의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봤다.

‘아니마(Anima)’ ‘아니무스(Animus)’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인 카를 융이 무의식을 설명하기 위해서 만든 용어다. 아니마는 남성 속에 들어 있는 여성성, 아니무스는 여성 속에 들어 있는 남성성을 뜻한다. 남자지만 그 속에는 여자가 같이 살고 있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심리적으로 자웅동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남자답게’ ‘여자답게’라는 고정관념이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이 글에서 사용하는 ‘남성성’ ‘여성성’도 융의 심리분석적인 용어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 시대는 여성 속의 남성, 남성 속의 여성이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여성은 남성화되고 남성은 점점 여성화된다.

생명을 잉태하고 낳는 행위가 여성성의 정점이라는 의견이 있다. 그런 관점으로 보면, 최고의 여성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남자가 필요했다. 음양의 사랑스러운 조화를 통해 생명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여성성의 꽃을 피우기 위해 더는 남자가 필요 없게 됐다. 그저 은행에 보관된 정자만 필요하다. 난자가 여자가 아니듯이 정자도 남자가 아니다. 그건 단세포일 뿐이다. 남자 없이 생명을 낳아 엄마가 된다는 것은 독립적인 여성성의 완성이면서 동시에 내면의 남성성의 성숙이라고 할 수 있다.


독립적인 여성성의 완성?

확실한 건 여성 속의 남성성은 더 강화될 것이고 비혼 출산은 시간의 문제일 뿐 합법화할 것이다. 이런 현실을 말세라며 혀를 차는 분이나,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비분강개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생명을 만든다는 진리가 뒤엎어지는 세상이 정신과 의사인 나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일어날 일은 일어나니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에 스트레스받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 고민하고 애쓰지 말고 편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비혼 출산을 막을 방법은 없다. 한 가지 있다면 남성들이 분발하는 것이다. 여성이 결혼하고 싶은 남성이 있다면 굳이 비혼 출산을 고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농담처럼 이야기하자면, 남성 속의 여성성을 더 잘 살려서 예쁨을 받든지 아니면 멋진 남성성을 발휘해서 여성을 사로잡든지 해야 한다. 둘 다 쉽지는 않을 것 같다.


▒ 윤우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밝은마음병원 원장, ‘엄마 심리 수업’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