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 고은법률사무소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시험 43회,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고은법률사무소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시험 43회,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2021년 5월 노동절 연휴 기간에 중국의 주요 관광 명소는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중국 문화여행부 데이터센터가 공포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노동절 기간 중국의 국내 여행자 수는 2억3000만 명을 기록했다. 특히 베이징을 방문한 이는 842만6000명으로 2020년과 비교해 81.9% 증가했다. 베이징의 경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이전인 2019년의 98.4% 수준까지 회복한 것이다.

최근 안후이성과 랴오닝성 등에서 확진자가 일부 발생하긴 했으나, 상당 기간 중국은 ‘감염자 수 0명’을 유지해왔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노동절 연휴 기간에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 모습도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로서는 ‘방역의 상시화(疫情防控常態化)’를 여전히 강조하는 상황에서 폭발한 여행 수요가 고민거리였다.

이에 국무원 연방연공기제(聯防聯控機制)는 노동절을 앞두고 관광지 입장객 수 제한, 예약제 시행, 분산 입장 등의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했다. 관광지의 입장객 수를 제한하면 해당 지방 정부의 수입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과거 중국의 유명 관광지들은 밀려드는 관광객 덕분에 가만히 앉아서도 적지 않은 수입을 올렸다. 문표(門票)는 말 그대로 ‘문의 표’라는 뜻으로 입장권을 말한다. 문표경제, 즉 입장권 경제는 중국의 관광 명소들이 입장권 수입에 의존해 양적인 성장에만 몰두했던 현상을 일컫는다.

여행에 관한 기본법인 ‘중화인민공화국 여유법(中華人民共和國旅遊法)’은 “국가는 여행 서비스의 표준과 시장 규칙을 수립·개선하고, 산업의 독점과 지역 독점을 금지하고, 여행 경영자는 신의성실·공평경쟁을 하고 사회적 책임을 부담하며 여행자를 위한 안전하고 건강하며 위생적이고 편리한 여행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제6조)”라고 규정한다. 또 “국무원과 현급 이상 지방 인민 정부는 여행업 발전을 국민경제와 사회발전 계획에 포함한다. 국무원과 성, 자치구, 직할시 인민 정부와 여행 자원이 풍부한 구가 설치된 시와 현급 인민 정부는 국민경제와 사회발전 계획의 요구에 따라 여행 발전 계획을 수립한다(제17조)”라고 규정한다.

여행 산업은 국민경제와 사회발전 계획의 중요한 부분이다. 중국의 관광지들은 지방경제의 핵심 역량으로서 여행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에 더해 상시적인 코로나19 방역이라는 국가 차원의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방역의 일상화에 따른 관광지의 입장객 수 제한, 예약제, 건강 코드 제시, 체온 측정 등의 조치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중국의 관광 산업은 입장권 수입에서 벗어나 관광객이 기꺼이 주머니를 열 수 있는 다양하고 차별화된 관광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재방문율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을 맞이했다. 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자가용을 이용한 여행객이 많이 늘어났다고 하니 주차장 등 관련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의 관광 산업도 여느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양적 팽창을 바탕으로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전환기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