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시험 43회,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시험 43회,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2021년 5월 22일 오후, 중국 소셜미디어(SNS) 위챗 모멘트가 검은색으로 물들면서 한 어르신의 부고를 공유했다. 향년 91세로 세상을 떠난 이 노인을 남녀노소 추념했다. 고인은 중국에서 ‘쌀 잡종 교배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위엔롱핑(袁隆平) 선생이었다.

1949년 신중국 성립 이전 거리에 널린 기아(飢餓)를 목도한 위엔 선생은 곧장 서남농학원에 입학한다. 그는 1964년부터 쌀 교배 연구에 투신한 끝에 세계 최초로 고생산이 가능한 교배 쌀 품종을 개발한다. 위엔 선생의 성과는 1976년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적용돼 중국 쌀 생산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데 기여한다. 중국의 식량 안보, 농업의 과학적 발전, 전 세계의 안정적인 식량 공급 등에 공헌한 것을 인정받은 그는 ‘개혁 선봉’으로 추앙되고, 2019년 신중국 성립 70주년 기념식에서는 공화국 훈장을 받는다.

쌀 생산량 증대로 세계인의 기아를 해결하겠다는 게 위엔 선생의 평생 각오였다. “젊은이들은 배고픔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한 톨의 양식이 하나의 국가를 구할 수도 있고 전복시킬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는 많지만 경작지가 적다. 국가의 식량 안전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은 단위 면적당 생산량을 높이는 것이다. 높은 생산량은 우리에게 영원한 숙제다.”

위엔 선생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취미는 자유이고 특기는 산만”이라고 천진난만하게 말해 젊은이들로부터도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다. 평생 쌀과 자연을 벗 삼아 산 순수함에 매료된 것이다. 5월 25일 그가 평생 쌀 연구에 몰두했던 후난성 창사에서는 520대의 드론이 밤하늘에 위엔 선생의 초상과 논에서 일하는 장면, 기르던 고양이의 모습 등을 연출해 그를 추모하기도 했다.

중국은 2018년 5월 1일부터 국가를 위해 일생을 바친 영웅열사를 기리기 위한 ‘중화인민공화국 영웅열사보호법(中華人民共和國英雄烈士保護法)’을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은 “국가와 인민은 영웅열사의 국가·인민·민족을 위한 희생과 공헌을 영원히 존중하고 기록한다. 근대에 이르러 민족의 독립과 인민 해방, 국가의 부강과 인민의 행복을 실현하고 세계 평화와 인류 발전의 촉진을 위해 일생을 분투하고 용감하게 헌신한 영웅열사들의 공훈을 역사에 기록하고 그 정신을 영원히 이어간다(제2조)”라고 규정했다.

또 법에는 ‘국가는 영웅열사를 보호하고, 표창·기념하며 영웅열사의 사적과 정신에 대한 선전·교육을 강화하고 영웅열사의 존엄과 합법적인 권익을 수호한다(제3조)’ ‘매년 9월 30일을 열사기념일로 정해 국가는 베이징 천안문 광장 인민영웅 기념비 앞에서 기념의식을 거행하며 영웅열사를 추모한다. 그리고 현급 이상의 지방인민정부와 군부대 관련 부서는 열사기념일에 기념 활동을 거행하고 이때 영웅열사의 유족 대표를 초청한다(제5조)’ 등의 내용도 담겼다.

중국의 ‘쌀 영웅’ 위엔 선생의 일생은 중국 민초 배곯음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위엔 선생은 35위안(약 6000원)짜리 옷을 걸치고 8억 인민을 굶주림에서 해방했다고 칭송받는다. 그가 중국 인민의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건 민초의 배고픔을 가슴에 담아서다. 우리도 ‘영웅’을 갖고 싶은 시절이다.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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