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파르트 2는 서방 최초의 3세대 전차로 꾸준히 개량을 거쳐 지금도 많은 나라에서 주력으로 활약 중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1980년대 개발된 전차라 2010년대 이후에는 성능 향상에 애를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위키피디아
레오파르트 2는 서방 최초의 3세대 전차로 꾸준히 개량을 거쳐 지금도 많은 나라에서 주력으로 활약 중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1980년대 개발된 전차라 2010년대 이후에는 성능 향상에 애를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위키피디아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전문가들이 모여서 토의하고 학술적으로 정의를 내린 것은 아니나, 1970년대에 개발을 시작해서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배치된 후 현재까지 주력으로 활약 중인 전차들을 흔히 3세대 전차라고 한다. 특별히 스펙이 규정된 것은 아니나, 서방 전차의 경우는 동맹국 간 탄약 호환과 정보 통합을 위한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의 정책에 따라 일부 동일한 부분이 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헌터 킬러 방식(전차장 탐색 다음 포수 사격을 하는 전차 사격의 방식)을 지원하는 강력한 공격력, 신소재를 채택해서 대폭 향상된 방어력 그리고 고성능 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뛰어난 기동력을 갖춘 것이 3세대 전차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전 전차와 비교했을 때 한마디로 가장 중요한 그리고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공·수·주(공격, 수비, 주루) 모두에서 당대 최고의 성능을 갖추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그러나 뭉뚱그려 3세대라고 분류하고 있지만, 1970년대 개발된 초기형 전차 레오파르트 2, M1 에이브럼스 등과 2000년대에 개발되어 한창 배치 중인 국산 전차 K2와의 성능 차이는 크다. 물론 전작들의 경우도 꾸준히 성능을 개량해 왔기에 여전히 뛰어난 평가를 받고는 있다. 다만 향후 발전 가능성을 예측했을 때 오래된 만큼 결국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러시아가 4세대 전차라고 주장하는 T-14 아르마타. 2015년 군사 퍼레이드에 처음 등장했으나 현재까지 20대만 만들어졌다. 선전과 달리 많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사진 위키피디아
러시아가 4세대 전차라고 주장하는 T-14 아르마타. 2015년 군사 퍼레이드에 처음 등장했으나 현재까지 20대만 만들어졌다. 선전과 달리 많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사진 위키피디아

냉전 종식 후 등장한 3.5세대 전차

주력으로 활약한 시간이 10~20년에 불과한 1, 2세대 전차와 달리 3세대 전차들은 40년 넘은 현재도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니 3세대 전차라도 등장 시점에 따라 성능 차이가 현격한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1990년대 이후에 개발되어 보다 정밀한 사격통제장치, 데이터링크를 이용한 통합적 전장 관리 능력을 갖춘 전차들을 별도로 3.5세대라고 분류한다.

그런데 3.5세대 전차들이 일선에 배치된 시기는 냉전이 종식된 이후였다. 그래서 제작 수량이 적다는 특징이 있다. K2가 현재까지 200여 대 정도만 생산되었고, 전통적인 전차 강국인 러시아가 개발한 T-14도 20여 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진다. 1990년대 초에 배치되면서 440여 대가 생산된 영국의 챌린저 2가 그나마 많이 제작된 경우다.

이전 세대의 전차들이 보통 수천에서 수만 대씩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3.5세대 전차의 생산량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적다. 냉전 종식으로 대대적인 군비 감축이 단행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 때문에 많은 나라가 신규 전차를 도입하는 대신에 레오파르트 2A6, M1A2 에이브럼스처럼 기존 3세대 전차들을 업그레이드해서 사용하는 중이다.


르클레르는 3.5세대 전차 시대를 개막한 걸작이다. 하지만 이미 시장을 많이 잠식당한데다 정세가 바뀌면서 상업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다. 사진 위키피디아
르클레르는 3.5세대 전차 시대를 개막한 걸작이다. 하지만 이미 시장을 많이 잠식당한데다 정세가 바뀌면서 상업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다. 사진 위키피디아

데뷔 시기가 가른 운명

이처럼 3.5세대 전차들은 개발에 성공했어도 양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냉전이 종식된 후 국지적인 비정규전이나 테러전이 대세가 된 것처럼 전쟁의 성격과 패러다임이 바뀐 데다 노후 전차의 대체 수요 등을 고려해도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전차도 시기를 잘 타고 나야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공산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최초의 3.5세대 전차로 평가받는 프랑스의 르클레르(Leclerc)는 너무 신중하게 사업을 진행하다가 뒤늦게 데뷔하면서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상업적 경쟁에서 패한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가 1970년대 말부터 기존에 사용 중인 AMX-30을 후속할 3세대 전차 도입 사업에 나섰으므로 경쟁국에 비해 시작이 늦었던 것도 아니었다.

처음에는 비슷한 처지였던 당시 서독과 공동 개발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양측이 원하는 바가 달라 사업 개시 2년 만인 1982년에 사업이 폐기되었다. 독자개발로 선회한 프랑스는 1986년 1월 프로토타입을 완성하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자유프랑스군 제2기갑사단을 이끌고 파리 해방에 앞장섰던 르클레르(Philippe Leclerc de Hauteclocque) 장군을 기려 이름을 명명했다.

그만큼 기대가 컸지만 본격 제작은 1990년이 넘어서 시작되었다. 여기에는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다. 후에 르클레르가 3.5세대 전차 시대를 연 기념작으로 평가받게 되는 많은 기술이 완성될 때까지 개발이 지연된 것이었다. 반면 서독은 추후 개량을 염두에 두고 당장 가능한 기술들로 개발을 마치고 배치부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레오파르트 2다.

르클레르는 뒤늦게 데뷔한 만큼 향상된 사격통제장치, 자동장전장치, 고성능 컴퓨터와 연동된 네트워크를 구비하면서 뛰어난 성능을 보유할 수 있었다. 당연히 가격도 동시대 전차 중에서 가장 비쌌다. 그런데 정작 양산에 들어갈 무렵 냉전이 종식되었고 경제 상황이 나빠졌다. 결국 1400대 제작 목표가 계속 축소되어 실험작을 포함해 876대만 제작되었다.

UAE에 450대를 판매했지만 이미 M1 에이브럼스, 레오파르트 2에 많은 시장을 선점당한 상황이어서 더 이상의 외연 확대에는 실패했다. 결국 르클레르는 가뜩이나 시장이 축소된 상황에서 후발 주자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전차가 되었다. 이처럼 무기도 일반 상품처럼 시장이 가장 원할 때 등장해야 가치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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