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를 하려면 마음속의 파괴적인 분노를 극복하고 적대적 감정을 풀어내야 한다. 분노의 감정이 어느 정도 풀어졌다면 그다음은 진정한 용서가 필요하다. 사진 셔터스톡
용서를 하려면 마음속의 파괴적인 분노를 극복하고 적대적 감정을 풀어내야 한다. 분노의 감정이 어느 정도 풀어졌다면 그다음은 진정한 용서가 필요하다. 사진 셔터스톡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2021년이 저물어간다. 코로나19로 시작해서 코로나19로 끝나는 한 해다. 그래도 우리들 각자의 삶에는 많은 만남과 사건이 있었고 그 속에서 앙금도 남고 상처도 있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용서’라는 단어를 생각해 본다. 인간의 경지를 넘어서는 큰 용서가 아닌 작은 용서를 이야기하고 싶다. 인간관계에서 소소한 다툼으로 또는 말 한마디에 기분이 나빠서 관계를 끊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돌아보자. 사소한 일이니 이해하고 없던 일로 하려 해도 용서의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내가 이렇게 괴로우니 너도 나에게 욕을 먹어야 해’ ‘네가 그리하였으니 너도 그런 대접을 받는 게 마땅해’ 이런 마음으로 나만의 소심한 복수를 놓지 못한다. 그렇게 계속 미워하고 분노하고 살면 되는 것이지 굳이 용서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용서는 나를 위한 것이다. 용서를 통해 내가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용서를 안 한다면 그 과거 사건을 내 몸, 마음, 정신의 어딘가에 가두어 놓고 살 게 된다. 그리고 그 사건이 기억으로 떠오르면 정신적인 에너지를 빼앗긴다. 힘든 감정에 걸려들고 복잡한 생각에 빠져든다. 나는 그에게 소심한 복수를 하고 있지만, 당사자는 아무것도 모른다. 오직 나의 정신적, 감정적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을 뿐이다. 사실 용서하는 것도 고통스럽지만 분노는 더 고통스럽다. 용서는 한 번의 마음먹기로 고통이 끝날 수 있지만, 분노의 고통은 시간이 지나도 사그라지기 어렵다. 그래서 용서가 필요한 것이다.

용서에도 단계가 있다. 우선 내 마음속의 파괴적인 분노를 극복해야 한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악으로 보고 적대시하는 감정을 풀어내야 한다. 분노의 감정을 풀어냈다고 해도 그 사람에 대한 연민과 자비의 마음이 없다면 여전히 불완전한 평온 상태가 된다. 그 사건에 대한 감정 소비는 덜 할지 모르지만,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의 찌꺼기는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분노의 감정이 어느 정도 풀어졌다면 그다음은 진정한 용서가 필요하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고 ‘실수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 또한 실수하고 잘못할 수 있으니 ‘또 다른 나’를 용서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연민과 자비의 마음으로 그 사람에 대한 용서를 선언해야 한다. 그때서야 온전한 평온함이 찾아온다.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내가 그를 용서한다고 꼭 그 사람과 이전의 관계로 돌아갈 필요는 없다. 용서와 관계 회복이 동일한 건 아니다. 용서 후에 자연스럽게 관계가 회복되면 상관없지만, 이전의 관계로 돌아가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용서를 제대로 안 한 것이 아니다. 오래 안 보면 멀어지듯이 어떤 사건 등으로 관계가 예전처럼 되지 않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그것 또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된다.

내 마음 한 번 돌리면 되는 일을 아직도 분노로 붙잡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자. 진짜 용서는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것’이라고 한다. 진정한 용서는 신의 영역인 것 같다. 우리는 그저 작은 용서부터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