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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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서울대 의학 학·석사,  KAIST 이학 박사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서울대 의학 학·석사, KAIST 이학 박사

피로와 전신 위약을 호소하는 경영인들을 자주 접한다. 복용하고 있는 여러 건강식품과 보조제를 나열한 뒤, 무엇을 더 먹으면 도움이 되는지 묻거나 영양제나 주사를 처방해주길 바라는 분도 많다. 

대다수의 현대인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언가를 추가로 해야 한다’는 사고 체계를 갖고 있다. 생활에 있어서도 더 좋은 음식을 먹거나, 새로운 가전제품, 크고 새로운 집, 더 좋은 자동차와 옷을 구입해 결핍감을 해소하려 하는 게 통상적이다. 국가나 기업 경영에서도 문제 해결법으로 새로운 조직, 위원회, 규정, 제도 신설을 내세운다. 성장과 우상향, 더 많은 생산과 소비, 더 많은 활동이 옳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인 데다 약이나 주사의 ‘효험’을 알리는 광고에 끊임없이 노출되다 보니 이러한 방식으로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심리가 생기는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과영양과 과체중에 시달리는 성인의 경우, 피로감 개선을 위해 영양제를 먹거나 주사를 맞는다 해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 영양소가 부족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피로와 전신 위약을 호소하는 사람들과 자세히 면담하다 보면, 오히려 생활에서 줄여내야 할 것을 찾을 수 있다. 경영인들의 경우, 과로와 끊임없는 스마트폰 사용으로 마음이 고요해질 틈이 없고, 스트레스 호르몬 때문에 뇌가 회복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많은 경영인은 이렇게 항상 올라가 있는 긴장도를 낮추기 위해 폭음을 하고 잠을 청하기도 하는데, 이런 사이클이 반복되면 잠을 자더라도 실제로는 자지 않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돼버린다. 대다수는 운동으로 골프와 걷기를 하는 데 그치는데, 체형과 자세가 서서히 나빠지고 근골격계의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피로와 전신 위약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과한 것들을 줄이고, 불편함을 개선해야 한다. 강력한 원인 인자를 내버려 두면, 어떤 명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다. 계속 상처를 내면서 환부에 빨간 약만 바르고 있는 것과 같다.

더할 것은 따로 있다. 충분하고 질 좋은 수면이 시작이다. 몸과 마음의 긴장을 줄여내려면 마음을 살펴보는 시간을 내야 한다. 좌선, 명상, 요가나 알렉산더 테크닉을 비롯한 수많은 방법이 있다. 근력과 유연성을 개선할 수 있는 운동을 해야 하고, 자세나 호흡에도 더 신경 써야 한다. 이 방법들은 긴장감과 불편함, 피로감을 곧바로 개선할 수는 없지만, 점진적이며 복합적으로 나아지게 한다. 장기적으로는 몸 상태가 크게 개선되고, 다른 부분에도 좋은 파급 효과를 일으킨다.

사실 수십 년을 살아오면서 형성한 생활 습관에는 다양한 측면에서의 과잉과 결핍이 존재한다. 중용에서 벗어나 있는 요소들이 누적되면 장기적으로는 만성 질병이 된다. 극단적으로는 조기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몸과 마음이 불편할 때는 내 삶의 줄여야 할 과잉요소와 채워야 할 결핍들에 대해서 점검하고, 삶의 방식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