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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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서울대 의학 학·석사, KAIST 이학 박사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서울대 의학 학·석사, KAIST 이학 박사

엘리베이터와 철도, 자동차 등 동력을 이용한 탈것은 다리에 의존했던 사람의 이동을 편리하게 바꾸어 줬다. 그 결과 ‘서구화된’ 생활을 유지하는 평균적인 현대인은 신체 활동으로 사용하는 열량이 하루 250~300Cal에 그친다. 이는 과거 신체 활동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수렵 채취 시대의 인류는 종족을 보존하기 위한 활동 자체로 운동량이 많았는데, 연구자들의 추산에 따르면 하루 평균 걷거나 뛴 거리는 15~20㎞에 이르며, 신체 활동이 소모한 에너지는 성인 남성 기준으로 1300~1800Cal에 달한다고 한다. 사람의 몸은 수백만년동안 이렇게 많은 신체 활동에 적응하도록 진화했다. 신체 활동이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한 농경과 정주, 산업화의 시대는 고작 수천 년으로, 생물학적 ‘진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찰나에 가까운 짧은 시간이다. 우리는 늘 편안함을 원하지만 정작 편안함을 누릴 수 있는 몸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많은 현대인은 평소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다가, 따로 시간을 내서 헬스장이나 산책로를 찾고, ‘운동’으로 부족한 활동량을 채우곤 한다. 그야말로 부족한 운동량을 모아서 단번에 처리해 버리는 것이다. 헬스장 트레드밀을 탈 때를 제외한 시간은 최대한 저활동적(sedentary)으로 산다. 주 5일 하루 30분 트레드밀을 타면 그 죄악이 상쇄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편한 이동 방법을 활용하는 대신 자신의 근육을 사용해 이동하면 ‘손해 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실험 연구에 따르면 오랜 시간 앉아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몸의 대사 건강과 관련된 요인들이 악화되고, 염증이 증가된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통상적인 ‘신체 활동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중강도 유산소 신체 활동 권고량(150분)은 상당히 얄궂다. 일주일간 최소 2시간 30분 운동을 하면 사망률이 줄어든다는 것인데, 사람들이 운동을 하기 싫어한다는 것을 전제조건에 두고 ‘이 정도는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로 내놓은 통계인 듯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움직이지 않다가 운동을 몰아서 한다고 해도 속죄가 되지 않는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

이러한 낮은 활동성과 계속된 앉아 있기, 그리고 스마트 기기 사용은 무서운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된다. 흉추는 앞으로 굽게 되고 후방 사슬 근육은 취약해진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정상적으로 서거나 걷기 어려운, 노쇠한 근골격계 구조를 가지게 된다. 근육량은 감소하고 복부 지방이 그 자리를 채우게 돼서 대사적으로도 가속 노화를 경험하게 된다.

그 결과, 여러 곳에서 통증이 나타나고 불편을 느끼기 시작한다. 불편함을 줄이고 싶어 움직임을 줄였는데, 이것이 장기적이고 치료하기 어려운 고통을 유발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태가 진행되면 아무리 물리 치료와 마사지, 주사 치료를 받고 인체공학적 의자를 구입한다 하더라도 온몸의 고통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는다.

이런 역설적이고 장기적인 인과관계를 이해한다면, 일상생활에서 이동을 소중한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걷기, 뛰기, 서기, 계단 오르기 등의 기회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 보자. 원시 인류를 생각해 보며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거리를 움직이게 설계됐음을 기억하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대신 계단을 선택해보자. 움직이는 자세를 망치는 스마트폰은 잠시 주머니에 넣어두자. 시간을 조금 더 쓰더라도 가까운 거리는 마음과 호흡에 집중하면서 바른 자세로 걸어보자.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일상생활의 움직임 기회는 생각보다 많다. 이렇게 운동과 이동을 하나로 만들어나가면 굳이 TV를 보며 헬스장의 트레드밀을 걷는 것으로 활동량을 채워야 할 필요가 없다. 거울을 보면 튀어나온 배가 저절로 사라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도 있을 거다.

정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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